“의사와 환자간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환자에게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며 말을 잘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나타난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해 해주는 것입니다.” 서울시립 서북병원 이현석 원장의 말이다.
이현석 원장은 흉부외과학을 전공한 전문의이다. 그런데 그는 일찍부터 의사와 환자간의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에 남다른 관심을 가져왔다. 그래서 그는 의사이면서 광운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해 박사학위를 취득하기까지 했다. 간혹 발생하는 의료분쟁 역시 의사와 환자간의 소통의 문제로 인한 것임을 그는 지적하면서 소통의 중요성을거듭 강조한다. 이현석 원장으로부터 서북병원의 현황과 함께 ‘의료 커뮤니테이션’에 관한 이야기를들어보기로 한다.
지난 8월에 서북병원장으로 취임하셨지요. 다시한번 취임을 축하드리면서 먼저 병원장 취임전 경력사항에 관해 말씀해 주실 수 있으신지요?
고려의대를 졸업한 후 아산서울병원에서 트레이닝을 받고 원자력병원에서 2년 동안 펠로우로 있다가 일본 구루메병원에 6개월 동안 머물기도 했습니다. 귀국한 이후에는 잠시 개원을 하다가 인천적십자병원에 몸담아 있기도 했지요.
그러다가 서울시에서 서북병원 원장을 공모한다는 소리를 듣고 먼저 제나름대로 서북병원이 그동안 해 온 여러 사업들을 살펴보았는데 제가 평소 생각하던 것과 여러 부분에서 부합되는 것 같아 응모를 하게 되었지요. 그리고 감사하게도 서울시가 이런 저를 받아 주셔서 서북병원장직을 맡게 된 것입니다.
그러면 취임하신지 두 달 정도 되었는데 병원장으로서 해야 할 일을 어느 정도 파악은 하셨는지요?
병원의 모든 부분을 알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지만 제나름대로 병원 돌아가는 것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저희 병원은 결핵과 노인성질환으로 특화된 병원입니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 이후 결핵 이외의 모든 환자를 퇴원시키고 코로나 환자만을 입원치료해 오다가 지난 5월이 되어서야 코로나 전담진료가 해제되었습니다.
또 지난해 10월부터 병동 스프링클러 공사가 시작되어 외래가 마비되고 병동 일부를 사용하지 못했었습니다. 그래서 현재 환자가 많이 줄어든 상태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제가 병원장에 취임을 했고, 주위를 살펴보니 병원 본관과 서관이 노인질환, 특히 치매환자를 입원시켜 진료해 왔는데 이곳의 모든 설비나 프로그램이 전반적으로 잘되어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런 병원의 상태를 널리 알려만 주면 환자들이 코로나 사태 이전의 수준으로 복귀하게 되리라고 예상은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저희 병원은 결핵환자로 특화된 병원인데 최근들어 결핵환자수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어요. 이렇듯 결핵환자가 줄어든 까닭이 코로나 사태에 따른 거리두기 정책으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으로 볼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전반적인 위생상태 향상에 따른 이유도 있을 것이고, 다제내성균이 생긴 결핵환자들의 경우
는 대부분 대학병원에서 치료하고 있기 때문일 수도 있으리라고 봅니다.
저희 병원의 경우 결핵환자들을 위한 별도의 출입구를 가진 동관 4개 병동 전체를 사용하고 있는데 이들 병동 모두 음압설비를 갖추고 있지요. 그런데 이 결핵병동의 공실 상황이 계속되고 있어 4개 병동 가운데 1개 병동을 노숙자들을 위한 병동으로 전용하여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병원 인근에 서울시가 마련해 구세군에 운영을 위탁하고 있는 ‘은평마을’이라는 곳에 현재 1,200명 정도의 노숙자들이 생활하고 있어요. 이들 가운데 건강이 나빠지는 경우 서울시내 시립병원에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에 저희 서북병원에서 이들에 대해 보다 적극적으로 입원 진료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지요.
다만 문제가 되는 것은 저희 병원의 경우 종합 병원이 아니라 특화된 병원이어서 행려환자를 받기 위해선 응급실이 있어야 하고, 뇌출혈이나 협심증 환자를 치료할 수 있는 설비와 인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 분야에 대한 역량이 부족한 상황이라는점입니다. 그래서 노숙자들 가운데 주로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입원 치료를 하려고 하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저희 병원이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면 현재 노숙자를 대상으로 입원 치료하려는 동관의 경우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출입구가 별도로 되어 있어 일반환자들과 구분하여 진료할 수 있다는 점일 겁니다.
저희 병원이 이렇게 하는 것은 일반환자들이 노숙자와 섞이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노숙자들 역시 불편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지요. 다시말하면 노숙자 분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지 결코 차별을 두기 위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희 병원에 와보시면 아시겠지만 주위 경관이 수려하고, 공기 또한 좋습니다. 한마디로 쾌적한 환경이기 때문에 결핵환자는 물론 노숙자 분들에게도 좋은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지금도 노숙자들이 이 병동에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는지요?
예, 현재 저희 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고 있는 노숙자 분들이 있습니다. 아직은 숫자가 많지 않지만요. 무엇보다도 저희 병원에는 이전부터 노숙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해 온 의사 분이 계십니다. 이분을 중심으로 진료를 필요로 하는 가능한한 많은노숙자분들에게 진료해 드리고자합니다.
시립병원 본연의 역할을 무척 잘 해 나가고 있다 는 생각이 드네요. 앞서 서북병원이 결핵환자와 노인환자 중심으로 진료를 해오다가 최근들어 노숙자진료를 시작하셨다고 하셨는데 현재 서북병원이 보유하고 있는 병상은 어느 정도나 되는지요?
저희 서북병원의 허가된 병상수는 500개인데 실제 가동하고 있는 병상은 350개 정도가 됩니다. 현재의 서북병원 상황을 감안할 때 지금 가동중인 병상수가 결코 적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서북병원은 1940년대 순화병원이라고 하는 결핵진료소로 시작이 되었지요. 이후 서대문 시립병원을 거쳐 서북병원으로 그 명칭이 바뀌워 왔지요. 결핵 치료의 역사가 이런 저희 병원의 역사와 궤를 같이 하고 있고, 저희 병원 구성원 모두가 수도권 유일의 결핵전문병원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앞에서도 말씀을 드렸지만 사회적 거리두기와 사회 전반에 결친 위생상태가 향상되고 감염병에 대한 인식이 높이지면서 결핵환자들의 수가 줄어드는 추세이기 때문에 그에 따른 빈공간을 노숙자들에게 돌릴 수 있는 여력이 생겼다고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그리고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만 오는 2025년이 되면 우리나라가 초고령사회로 진입하게 될 것으로 예상이 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점에서 노인환자들에 대한 케어, 이 부분은 지금까지도 그리해 왔던 것처럼 앞으로 저희 병원이 받아야할 매우 중요한 부분이 될 것으로 봅니다. 이런 점에서 저희 서북병원은 기존의 결핵환자 진료와 함께 날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노인환자, 그리고 결핵환자 감소에 따라 새로 포함된 노숙자 진료, 이 세가지 진료형태를 중심으로 운영하게 될 것입니다.
원장님이 말씀해 주신 그런 병원으로의 운영을 차질없이 수행해 나가려면 무엇보다 필요한 만큼의 의료인력 충원과 장비의 보완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는데 이와 관련해선 별 문제가 없겠는지요?
의료인력이 충분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새로 시작된 노숙자 진료에 필요한 일부 인력을 충원하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을 것으로 보고, 의료장비 역시 이미 결핵 및 노인 환자들을 위해 설치되어 있는 만큼 노숙자 진료 역시 무리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뇌출혈이나 협심증으로인한 스텐트 삽입과 같은 상황이 아니라면 크게 문제될 것은 없다는 것이지요. 저희 병원에서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 경우에는 서울의료원이나 인근의 대형병원 등에 전원하여 적절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하면 되고요. 저는 그런 방식으로 저희 서북병원은 운영해 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늘 인터뷰를 통해 꼭 여쭈어 보고 싶었던 것은 원장님께서 ‘의료 커뮤니케이션’ 분야를 별도로 공부하시고, 박사학위까지 취득하셨으며. 이미 오래전부터 관련 학회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먼저 이 ‘의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어렸을 때 몸이 약해서 감기에 걸리기만 해도 심하게 앓는 등 잔병치레를 많이 했습니다. 그러다보니 병원을 자주 다닐 수밖에 없었는데 그 당시 어린 마음에도 의사가 제대로 설명을 해주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제가 의과대학을 나와 레지던트를 할 때도 의사들 자신은 스스로 환자들에 대한 설명을 쉽게 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환자들은 제대로 알아듣는 것 같지 않더군요.
그런데 환자들 입장에서는 질문을 하기 쉽지 않은 면도 있습니다. 그래서 제 나름대로 생각한 것이 ‘환자들에 대한 좋은 진료도 중요하지만 환자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진료에 대한 설명을 해 주는 것이 무엇보다 매우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특히1980년대 이후 우리나라 의학이 급격히 발달하면서 선진국 의료수준을 갖추게 되었는데 이와 함께 의사들이 노력해야 할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즉 환자와의 소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바로 이런 점에 저의 관심이 집중되었다고 할 수 있는 것이지요.
한번은 학생들 무의촌봉사에 참여했다가 한 할머니를 만나 뵌 적이 있는데 그 분 말씀이 ‘독한 술을 마시고 추운 곳에 있으면 몸에 좋다고 해서한 겨울에 술을 마시고 마룻방에서 잤다가 그 이후부터 온 몸이 쑤시기 시작해 평생을 고생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의사들이 생각할 때 ‘설마’ 할 정도의 이야기를 일반인들은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경우를 적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의사들은 환자 눈높이에 맞추어설명을 해야 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고요.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다가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계신 동료의사들과 뜻을 모아 학회를 설립하게 되었고, 학회활동을 하다 보니까 이 분야에 대한 보다 체계적인 공부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된것이지요. 그래서 신문방송학을 공부하여 박사학위까지 취득하게 되었지요.
저도 대학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했습니다만, 이 학문 가운데 ‘의료 커뮤니케이션’ 부문에 관해들었던 기억은 없네요. 물론 제가 대학을 졸업한지 상당한 기간이 지나 신문방송학 분야가 많이 넓어 졌을 것으로 생각은 합니다만 언제부터 ‘의료 커뮤니케이션’이 커리규럼에 포함되었는지요?
저는 광운대 대학원에서 신문방송학 박사학위를 받았습니다만 현재 한양대 안산캠퍼스에 ‘의료 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신 교수가 여러 분 계십니다. 그래서 이 분들 가운에 한 분은 질병관리청 대변인을 잠시 맡아 하신 적도 있는 것으로알고 있습니다.
현재 각 대학 신문방송학과는 매스 커뮤니케이션학과, 미디어학과 등 여러 가지로 불리워지고 있지만 크게 언론파트와 휴먼 커뮤니케이션 파트, 그리고 광고·홍보파트로 구분이 됩니다. 그리고 의료 커뮤니케이션은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다루는 휴먼 커뮤니케이션의 한 분야입니다.
다행히 광운대에 미국에서 휴먼 커뮤니케이션을 공부하시고 많은 학문적 업적을 남기신 교수님이 계셔서 이 분께 ‘의료 커뮤니케이션’학을 배워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제가 참여하고 있는 학회가 처음 발족을 할 때 지향했던 점은 의사와 간호사 그리고 인문사회대 교수를 중심으로 하되 이 분야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 놓는 것이었습니다. 이렇듯 문호를 활짝 열어 놓은 것은 ‘커뮤니케이션은 정보를 받아들이는 수용자의 입장이 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어떤 형태의 제한도 두지 않은 것입니다.
그래서 이학회는 현재 대한의학회 산하 학회로 가입되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이 학회의 구성은 아무래도 환자와의 소통이 가장 많은 간호사가 회원으로 가장 많이 참여해 활동을 하고 있지요. 저희 학회의 주요 활동은 연간 두 차례의 학술대회 개최와 학회지 발간 그리고 우수논문이 많이 발표되도록 유도 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학회 활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어디에 두고 있는지요?
‘의료 커뮤니케이션’이 커뮤니케이션 학문의 한부문이긴하지만 그 영역은 대단히 넓습니다. 환자와 의사간의 대화도 물론 그 영역에 포함이 되겠지만 의사와 의사간의 소통이나 협력관계, 그리고 의사와 의사를 보조해 주는 간호사나 의료기사 등 다양한 직역간의 소통 역시 이 학문분야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겠지요.
현재 의사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은 ‘차갑다’, ‘자기 중심적이다’, ‘배려심이 부족하다’, ‘질환에 대한 충분한 설명을 들을 수 없다’는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긍정적인 측면보다 높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일본에서 조사한 통계를 보면 단골병원을 정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꼽는 1, 2, 3위가모두 커뮤니케이션 관련 사항인 것으로 나타나 있지요. 그리고 대형병원으로 갈 때도 그 첫 번째는 당연히 의료진의 실력을 꼽았지만 상위 5위까지의 응답 가운데 세 가지가 커뮤니케이션 영역이라고 하더라고요. 이런 점에서 볼 때 환자에게 대하여 ‘설명을 충분하게 한다’, ‘설명을 자상하게 한다’는것이 이제는 의사의 의무를 넘어서 병원의 생존을위해 필수적 요소가 된 것입니다.
미국 재향군인회병원에서 ‘쏘리웍스(Sorry works!)’라는 운동을 처음 시작했는데 진료를 하다가 어떤 문제점이 발견되었을 때는 환자나 보호자알기 전에 그 사실을 먼저 공개하고, 그에 따른 용서를 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고 합니다.
이 프로그램에 대해 처음에는 의사들의 반발이 꽤 컸었으나 결론적으로는 환자나 보호자로부터의 소송 건수가 이전에 비해 10분의 1로 크게 줄어드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소송에 따른 배상금 역시 비슷한 병원들과 비교해 크게 줄어들었고말입니다. 소송을 맡은 재판부에서조차 ‘병원이 이만큼 노력했는데 그 이상 어떻게 해 주어야 하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점은 이 ‘의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인식이 의사나 간호사들 사이에 꽤 높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각 의과대학들이 학생들에게 ‘의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공부를 시키고 있고,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요.
제 경우만 해도 현재 고려의대에서 본과학생들을 대상으로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을 비디오를 통해 보면서 문제점을 지적해 준 후 다시 학생들이 모의 환자를 진료하는 모습을 비디오로 촬영을 했는데 정말 놀라울 정도로 의사와 환자간의 소통이 크게 향상된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렇듯 지금은 ‘의료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교육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고, 특히 젊은 의사들에서 교육효과가 크게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실 그동안에는 의사들이 의료사고를 의식해 ‘방어진료’를 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의료 커뮤니케이션’은 그런 차원이 아니고 의사와 환자간의 소통을 통해 문제발생을 미연에 방지하는 개념으로 바뀐 것으로 보아도 될런지요.
제가 레지던트 때 한 환자가 식도수술을 하고 나서 사망을 했는데, 이 환자가 사망하기 전 제나름대로 정말 열심히 케어했었습니다. 그런데 환자가 사망한 날 그의 남동생이 술에 취해 내게 행패를 부리기 시작했어요. 그 때 그의 부친이 온 몸을 던져난동을 부리는 아들을 말리는 것이었습니다.
아마도 제가 환자가 사망하기 전까지 열심히 케어해 준것이 생각났던 것 같습니다. 그 때 제가 생각한 것이 ‘의사가 커뮤니케이션을 잘하고, 환자에게 진정성을 보이면 의료사고로 가는 것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이었습니다.
사실 환자를 진료하는 과정에서 항시 좋은 결과 만을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정직하게 행동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에서 심장수술을 가장 많이 하는 병원이라면 동경여의대를 꼽을 수 있는데, 거기서 심장수술 가운데 가장 간단하고 사망률이 거의 없는 심방중격결손증을 수술하는 과정에서 심폐기를 반대 방향으로 돌리는 바람에 환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있었습니다.
병원이 이 사고를 은폐하여 잘 넘어가는 듯 했으나 몇 달 후에 보호자에게 익명의 편지가 배달되면서 환자의 사망원인이 밝혀지게 되었지요. 이로 인해 일본열도가 발칵 뒤집어져 병원장을 비롯해 관련자들 모두가 사표를 내고, 수십 명이 징계를 받는 결과를 빚었습니다.
어떤 문제가 생겼을 때 두렵고, 감추고 싶고, 피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본능이라고는 하지만 최소한 환자를 대할 때는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환자에게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해 주고, 진정성 있게 사과를 하면 수습이 훨씬 용이하다는 것은 그동안의 여러 사례를 통해 잘 알려져 있는 사실입니다.
따라서 앞에서도 말씀드렸습니다만 의사와 환자간 커뮤니케이션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환자에게 화려한 언변을 구사하며 말을 잘 해 주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 있게, 그리고 솔직하게 나타난 사실 그대로를 이야기해 해주는 것입니다.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