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뇌는 40대부터 서서히 노화하기 시작하며, 뇌의 노화는 부피가 줄어드는 것을 의미한다.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법은 건강한 생활습관을 유지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꾸준한 운동과 균형 잡힌 식단, 충분한 수면을 기본으로 두뇌 활동과 사회적 교류를 이어가는 것이다. 울산대학교병원 신경외과 권순찬 교수로 부터 건강한 뇌를 유지하기위한 방법을 알아보기로 한다.
“당신에게 가장 중요한 장기는 무엇인가요?”
2023년 대한신경과학회가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중 무려 85.6%가 ‘뇌’를 가장 중요한 장기로 꼽았다. 건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장기 역시 뇌라는 응답이 61.8%에 달했으며, 심장(18.2%), 폐(8.1%), 간(5.3%)을 멀찍이 따돌렸다. 많은 국민이 뇌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결과다.
▲ 권 순찬 교수
뇌는 단순히 생각과 기억을 담당하는 기관이 아니다. 우리 몸의 모든 기능을 조절하고 명령하는 ‘컨트롤타워’다. 심장박동과 호흡, 체온 유지 등 생명 유지 기능은 물론이고, 말하기, 걷기, 감정조절, 판단력, 주의력 등도 모두 뇌의 역할이다. 뇌는 대뇌, 소뇌, 뇌간으로 구성되며 각각 사고와 운동, 생명 유지 기능 등을 맡고 있다. 한마디로 뇌는 우리가 살아가는 데 필수적인 핵심 장기다.
노화로 인한 뇌 질환
이렇게 중요한 뇌도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노화되고, 적절히 관리하지 않으면 다양한 질병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표적인 뇌 질환으로는 치매, 뇌졸중, 파킨슨병, 뇌전증(간질) 등이 있다.
중앙치매센터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추정 치매 환자 수는 2024년 기준 약 91만 명이며, 2050년에는 230만 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약 1명이 치매를 앓고 있으며, 사회적 비용도 매년 급증하고 있다.
치매는 단순한 기억력 감퇴를 넘어 판단력 저하, 성격 변화, 생활 능력 상실 등으로 이어지는 퇴행성 질환이다. 또 다른 대표적인 질환인 뇌졸중은 국내 사망원인 4위로, 매우 치명적이다. 뇌혈관이 막히거나 터지는 이 질환은 시간이 생명이다. 증상이 시작된 후 치료까지 얼마나 빠르게 연결되느냐에 따라 회복 가능성이 크게 달라진다. 빠른 대처가 후유증 없이 회복되는 데 가장 중요한 열쇠다. 발병 즉시 치료를 받지 않으면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으며 단 한 번의 발병으로 편측마비나 언어장애가 남는 경우도 많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뇌졸중으로 인한 사망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50명 수준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내 몸의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고 필요할 때 즉시 병원을 찾는 일이다.
이 외에도 주로 60대 이후에서 발생하는 파킨슨병은 손떨림증, 경직, 보행장애를 유발한다. 뇌전증은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할 수 있지만 여전히 일부 편견이 남아 있어 치료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도 많다.
뇌 건강을 지키는 일상 습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뇌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을까? 생활 속 작은 실천이 뇌를 보호하는 강력한 예방책이 될 수 있다. 다음은 누구나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뇌 건강 습관 다섯 가지다.
첫째, 꾸준한 운동이다. 대한뇌졸중학회에서는 하루 30분 이상의 유산소운동을 권장한다. 빠르게 걷기나 자전거 타기 등 유산소운동은 뇌로 가는 혈류량을 늘리고, 뇌세포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해 인지기능을 향상한다. 특히 규칙적인 운동은 치매 예방 효과가 입증된 수단 중 하나이다.
둘째, 균형 잡힌 식단이다. 등푸른생선, 채소, 견과류, 올리브유 등을 중심으로 구성한 지중해식 식단은 뇌 건강에 유익한 대표적 식단이다. 반면, 당분이 많은 가공식품이나 트랜스지방은 뇌세포 노화를 촉진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셋째, 충분한 수면이다. 수면은 단순한 휴식을 넘어 뇌가 회복하는 시간이다. 밤잠을 자는 동안 뇌는 노폐물을 제거하고 기억을 정리한다. 성인은 하루 7~8시간의 숙면이 가장 이상적이며, 수면 부족은 집중력 저하, 판단력 약화 등 뇌 기능 저하로 직결된다.
넷째, 지적 활동이다. 책 읽기, 악기 연주, 외국어 공부, 퍼즐 맞추기 등은 뇌세포를 자극하고 새로운 연결을 생성한다. 뇌도 근육처럼 쓰지 않으면 퇴화하기 때문에 꾸준한 두뇌 활동은 매우 중요하다.
다섯째, 사회적 교류이다. 친구나 가족과 대화하기, 동호회 활동 등은 뇌를 자극하고 외로움에서 오는 정서적 스트레스를 완화한다.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은 치매 발병 위험을 2배 이상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에 따라 뇌 건강 관리법도 달라진다. 20~30대는 명상이나 취미 활동 등을 통한 스트레스 관리와 두뇌 자극 활동에 집중해야 하며, 40~50대는 고혈압·당뇨 등 뇌혈관 위험인자를 조절하는 것이 중요하다. 60대 이상은 꾸준한 운동과 사회적 소통을 유지하며 정기적으로 치매 검사를 받는 것이 권장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