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세포 정상 복귀 스위치' 원천기술 개발

  • 등록 2025.09.09 14: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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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세포로 바뀌는 ‘결정적 순간’ 찾아 되돌리는 핵심 유전자 발굴
시스템생물학 기반 암세포 재프로그래밍 치료법 기반 새로운 암치료 전략 제시
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 신동관 교수(생물정보연구과) KAIST 조광현 교수팀(바이오및뇌공학과)

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는 신동관 교수(생물정보연구과)가 KAIST 조광현 교수팀(바이오및뇌공학과)과 공동연구를 통해, 암세포를 정상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분자 ‘복귀 스위치’를 찾아내는 시스템생물학* 기반의 원천기술 ‘REVERT’를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대장암 환자 유래 세포 모델을 통해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어드밴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IF 14.1) 2025년 1월 22일 자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기존 암 치료는 화학요법이나 방사선치료처럼 암세포를 사멸시키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국립암센터( 신동관 교수(왼쪽)

    KAIST 조광현 교수  

 

하지만 암세포를 정상 세포로 되돌리는 ‘재프로그래밍’* 치료는 부작용을 줄이고 근본적인 치료를 가능하게 하는 접근법으로, 오랫동안 학계의 목표로 제시되어왔다. 문제는 어떤 유전자를 조절해야 세포를 되돌릴 수 있는지 명확히 규명하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단일세포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해, 정상세포와 암세포의 경계 지점인 ‘임계전이 상태’*를 포착했다. 이는 세포가 암으로 완전히 넘어가기 직전의 상태로, 외부 개입이 이루어지면 정상으로 되돌릴 수 있는 ‘기회의 순간’이다. 이 데이터를 토대로 세포 안에서 유전자들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고 영향을 주는지 지도를 만들고, 수천 번의 가상 실험을 수행한 결과, YY1과 MYC라는 두 유전자가 세포 운명 전환의 핵심 스위치라는 사실을 밝혀냈다. 두 유전자는 세포 성장과 분열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동시에 억제할 경우 세포가 정상 성질을 되찾을 가능성이 크게 높아졌다.

 

또한 연구팀은 이들 유전자가 함께 조절하는 지점을 추적해, 새로운 타깃으로 ‘USP7’을 발굴했다. 이어 환자 유래 대장암 오가노이드(미니 장기)에 USP7 억제제를 적용한 결과, 암 조직의 성장은 크게 줄고 정상 대장 조직의 특징이 일부 회복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REVERT의 예측이 실제 실험으로 입증된 사례로, 암세포가 정상 상태로 되돌아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다.

 

신동관 교수는 “기존의 암 치료가 암세포라는 기계를 부수는 망치였다면, REVERT는 그 기계의 회로도를 이해하고 잘못된 스위치를 찾아내 다시 켜는 정밀한 도구와 같다”며, “세포의 운명을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는 세포·오가노이드 수준의 기초연구 단계로, 실제 환자 치료에 적용되기까지는 임상적 검증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향후 다양한 암종으로 확대 적용해 새로운 예방·치료 전략을 모색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암연구사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사업과 기초연구실사업, 그리고 보건복지부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의 질병중심 중개연구사업의 지원을 통해 수행되었다.

 

<용어설명>

* 시스템생물학(Systems Biology):

생명현상은 하나의 유전자나 단백질만으로 설명되지 않고 여러 요소들이 복잡하게 상호작용하면서 일어난다. 시스템 생물학은 이러한 복잡한 생명현상을 이해하기 위해 IT기술과 수학적 모델링,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활용해 분석하고, 분자세포생물학(BT) 실험과 결합하는 연구방법이다. 즉, 생명을 개별 부품이 아니라, 하나의 시스템 차원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하고 생명현상을 체계적으로 제어하는 새로운 바이오 융합 연구 패러다임이다.

 

* 암세포 재프로그래밍 치료(Cancer Cell Reprogramming Therapy):

현행 모든 항암치료는 암세포를 사멸시켜 치료한다. 이로 인해 암의 재발과 부작용 발생을 회피할 수 없는 근본적인 한계를 지닌다. 재프로그래밍 치료는 암세포를 없애는 대신 암세포의 나쁜 성질만 억제하고 원래 정상세포의 기능을 되살려 암세포를 정상세포에 가까운 상태로 되돌리는 새로운 치료 개념의 항암치료법이다.

 

* 임계전이(Critical Transition):

임계전이는 어떤 시스템이 특정한 순간(임계점, critical point)을 지나면서 갑자기 다른 상태로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이를테면 물이 100도에서 액체 상태로부터 갑자기 기체 상태로 변하는 기화 현상이 한 예이다.

주요 특징으로는 임계전이를 겪은 후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임계점에 가까워질수록 시스템은 기존 상태와 새로운 상태가 공존하는 불안정한 상태를 거치게 된다. 암 연구에서는 세포가 정상세포에서 암세포로 바뀌는 과정이 바로 이런 “임계전이”의 한 예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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