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서울병원 변동원 교수, "우리나라 '골빈' 여자 많다"

  • 등록 2013.12.18 11:0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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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다공증, 노년기 아닌 사춘기 질환

골다공증은 말 그대로 뼛속에 구멍이 많이 생기는 질병입니다. 다시 말해 뼈의 양이 줄어들어 뼈가 얇아지고 약해져 잘 부러지는 병이지요. 30대까지는 골량이 늘어나다가 그 이후부터 평형을 이루고, 50대 이후 갱년기를 거치면서 급격한 골소실을 겪게 됩니다. 그것이 결국 골다공증을 유발시키게 되는 것입니다. 자료를 보면 폐경 후 3~5년 내에 골밀도 소실이 가장 빠르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순천향대학병원에서 내분비-대사 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변동원 교수의 말이다. 변 교수는 순천향의대를 졸업하고 이 대학에서 석·박사와 전문의자격을 취득하고, 1997년부터 이 대학병원에서 근무했다. 그리고 지난 2001년부터 이 병원 내분비-대사 내과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진료부장과 진료협력센터 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리고 지금은 이 병원 부원장을 맡고 있다.

 

골다공증이 여성에게 특히 많이 발생하는 것은 갱년기 이후 급격한 홀몬 변화가 그 주된 원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갱년기를 겪은 여성들은 홀몬 변화로 인해 골소실이 급격히 진행되고 그것이 골다공증의 요인이 됩니다. 이런 여성들의 변화와 달리 폐경이라는 과정을 겪지 않는 남성의 경우는 홀몬 변화가 거의 없어 골소실 역시 서서히 진행하게 됩니다. 그러나 남성들의 골다공증은 여성들에 비해 서서히 진행될 뿐 증세발현이 없는 것은 아니라는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골다공증은 이같이 폐경으로 인한 요인 뿐 아니라 칼슘의 흡수장애, 비타민D 결핍, 약물, 운동부족, 가족력, 과음, 우울증 등 다양한 요인들로 인해 발생하기도 한다고 변 교수는 말한다.

여성들이 폐경을 겪게 되면 골밀도를 유지해 주는 여성홀몬 에스트로겐이 줄어들게 되어 골다공증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골다공증 발생의 주된 요인이라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위를 잘라낸 수술 후라든지 장에 만성적인 염증성 질환이 있는 경우, 쿠싱병, 신경성 식욕 저하증으로 인해 칼슘을 적게 먹거나 먹더라도 흡수가 제대로 되지 않아 골다공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또한 뼈의 분해를 막아주는 비타민D가 결핍되어도 골다공증이 발생할 수 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 피부와 간, 신장에서 활성 비타민D가 만들어지는 것이 줄어들어 골다공증세를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외에도 항우울제나 항경련제, 갑상선홀몬, 부신피질홀몬, 이뇨제 등의 치료제들이 골다공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어머니나 자매가 골다공증일 경우 이 증세가 발현할 위험성이 높고, 과다한 음주가 뼈 형성을 줄이고 칼슘 흡수율을 떨어뜨립니다.”

 

변 교수는 이같이 밝히면서 우울증에 시달리는 여성들의 경우도 그 원인이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뼈의 소실 속도가 빠르게 나타난다는 점을 들어 우울증이 골다공증의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한다.

뼈는 그 특성상 골다공증 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습니다. 다만 척추가 약해져서 후만 변형되거나 뼈가 압박을 받아 키가 줄어드는 현상 등이 골다공증의 초기증상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골다공증이 심해지면 척추가 체중을 지탱하지 못해 외상이 없이도 척추의 앞부분이 일그러지게 되고, 허리를 구부리거나 기침을 하는 등 일상생활 중에도 쉽게 뼈가 부러질 수 있습니다. 통계적으로 볼 때 50~70세 여성의 경우는 주로 손목 골절이 가장 많은데 비해 70대 이후 여성들의 경우는 고관절이나 척추골절이 가장 많이 나타납니다.”

 

변 교수는 이렇듯 발병초기에는 특별한 증상이 없는 것이 골다공증의 특징이며, 증세가 조금 진행되면 요통과 피로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있고, 폐경 후 여성에게서 안면홍조, 식은땀, 불면증, 두통, 불안감, 요통, 관절통 등과 동반하여 나타나며, 증세가 진행되면 외관상으로 알아 볼 수 있을 만큼 허리가 굽어지고, 쉽게 골절이 발생하며, 일단 골절이 발생하면 잘 붙지 않는 등의 증세가 나타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어 변 교수는 골다공증은 여성이 남성, 그리고 백인과 황인종이 흑인보다 더 위험하고, 40세 이전에 폐경이 나타났거나 50세 이전에 난소 절제술을 받고, 초경이 늦어진 경우 골다공증 발생의 위험이 높으며, 신장에 비해 저체중인 경우, 부모나 형제 중에 허리가 굽거나 골다공증으로 골절이 발생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 앉아서 일하는 사람(운동부족), 알콜중독 및 심한 흡연자, 당뇨·갑상선기능항진증·부신피질홀몬과다증·성선기능저하증·만성간질환· 류마티스·관절염·악성종양·만성신부전증 등의 질환자와 그로 인해 약을 복용하는 자들에게서 골다공증 발생의 위험이 높게 나타난다면서 이러한 위험요소들을 알아두면 골다공증의 예방 및 치료에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 골다공증의 또 다른 문제점 가운데 하나는 진단이 용이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일반 방사선 사진으로는 골량이 약 1/3 정도 줄어들어야 비로소 진단을 할 수 있는데 이때는 이미 증세가 상당히 진행된 상태라서 환자에게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요즘에 와서는 미세한 골량의 변화도 감지할 수 있는 골밀도 측정기가 개발되어 폐경 후의 조기 골손실도 일찍 검출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골대사의 변화를 대변하는 골표식자들을 측정하여 골량이 줄어드는 시점을 정확히 알아내어 초기 골다공증의 진단 및 치료경과 관찰에 이용할 수 있습니다.”

한마디로 자신이 혹시 골다공증에 걸린 것이 아닐까걱정이 되어 진찰받기를 원하기만 하면 언제든지 검사를 받을 수 있고, 설사 증세가 없다고 해도 조기진단에 따른 조기치료가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것이다.

골다공증으로 진단을 받으면 치료를 받아야 하겠지요. 치료는 먼저 여러 가지 원인 및 위험요소를 배제하여 증세가 더 이상 진행되는 것을 방지해야 하고, 그 다음으로 본격적인 치료에 들어가야 합니다. 그 첫 번째가 약물치료입니다. 폐경 후 여성에게는 부족한 여성홀몬의 보충이 중요합니다. 그 외 골흡수를 억제하는 여러 약제들을 병용하여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는데 이 때 반드시 전문의사와 상의한 후 투약해야 합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필요한 것이 운동요법입니다. 중풍이 발생했거나 사지마비가 와서 움직일 수 없는 환자는 1년 만에 골량이 전체의 1/3까지 줄어들게 되지요. 다시 말하면 뼈는 계속 자극을 받아야만 그 강도가 유지됩니다. 따라서 산책이나 조깅, 등산, 자전거타기 등과 같이 뼈에 체중이 실리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며, 보다 중요한 것은 어떤 운동이라도 꾸준히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능하다면 야외에서 햇볕을 쪼이면서 운동을 하는 것이 더 좋겠지요. 세 번째로 필요한 것은 바로 식이요법입니다. 특히 나이가 들수록 식사량은 줄어들고 소장에서 칼슘 흡수력 또한 줄어들게 되는 만큼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골다공증이 발행한 경우는 물론이지만 폐경기 여성들의 경우 하루에 1000~1500mg의 적지 않은 양의 칼슘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우리 주변에서 칼슘이 풍부한 식품을 고른다면 우유, 치즈, 요구르트, 멸치, 뱅어포, , 조개, , 두부 등을 들 수 있으며, 필요하면 칼슘제제의 도움을 받아도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나이가 들고, 폐경기에 접어들면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골다공증을 감수할 수밖에 없나?’ 이런 질문이 나올 수 있습니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지 않다는 것입니다. 뼈를 튼튼하게 하려면 뼈의 생성이 왕성한 20~30대까지 가능한 한 최대 골량이 형성되도록 해 주고, 뼈의 흡수가 일어나는 폐경 후에는 짠 음식섭취를 줄여 염분과 함께 칼슘이 소실되는 것을 예방함으로써 가능한 한 뼈의 흡수율을 낮아지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선 균형 잡힌 섭취, 규칙적인 운동과 적절한 햇빛노출 그리고 술, 담배, 커피 등의 섭취를 절제하고, 일단 골다공증이 진행되면 전문의사와 상의해서 약물요법을 병행해서 더 이상 증세가 진행되는 것을 예방하도록 해야 합니다. 카페인을 많이 섭취하게 되면 소변과 대변을 통해 칼슘이 많이 배출되기 때문이지요. 이외에도 적당량의 단백질 음식을 먹는 것은 칼슘 흡수를 도와주지만 단백질 보충제나 동물성 단백질을 지나치게 섭취하게 되면 오히려 칼슘 흡수율이 떨어진다는 점에도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변 교수는 현재 골다공증 치료에 사용되고 있는 약제로 칼슘제제와 비타민D, 골다공증환자의 통증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는 칼시토닌, 여성홀몬제인 에스트로겐, 골흡수 억제제인 비스포스포네이트, 불화나트륨, 부갑상선 홀몬, 스트론튬 등이 있다고 말했다.

 

골다공증은 나이가 들고, 폐경으로 인해 생기는 노년기질환으로 알려져 있지만 저는 오히려 사춘기질환이라는 생각을 해요.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이가 들어 골다공증이 생기느냐, 생기지 않느냐의 문제는 젊었을 때 어느 만큼의 골량을 생성시켰느냐 하는 데 달려 있다는 것이 나의 생각입니다. 요즘 10대나 20대의 젊은이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걱정이 많이 돼요. 물론 여성들에게서 많이 나타나지만 요즘 들어선 남성에게도 그런 경향이 적지 않은 것 같이요. 바로 다이어트말입니다. 이들 젊은이들을 보고 있을라치면 충분히 날씬한데도 다이어트를 해요. 심한 경우 아예 음식을 먹지 않는 금식 다이어트를 하는 경우도 적지 않더군요. 깡마른 체격을 너무 선호하고 있는 것 같더군요. 이렇듯 날씬한 체격을 유지하기 위해 편식을 하거나 다이어트를 하게 되면 골량의 형성이 되지 않아요. 오히려 골소실을 가져 올 수 있지요.”

 

변 교수는 골량이 생성되는 10~20대의 나이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정말 중요한 시기라면서 이에 관한 캠페인을 통해 젊은이들의 인식을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다.

과거 1950년대에는 먹지 못해 문제가 됐지만, 요즘에는 음식이 넘쳐나고 있음에도 이 음식들을 먹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 동안 병원주변 주민들이나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강좌를 통해 이런 사실을 여러 차례 강조했지만 이렇다 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를 못했어요.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과거 미국에서 비만이 크게 문제가 된 적이 있었어요. 그런데 정부가 예산부족을 이유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지요. 그 결과로서 성인병이 급격이 증가하여 그로 인한 치료비가 천문학적으로 들어간 사례가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사례에 유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젊은이들이 다이어트로 건강을 잃게 되면 머지않은 장래에 그로 인해 소요되는 비용이 상상을 불허할 것이라는 점을 말입니다.”

 

이와 유사한 재미있는 자료가 하나 있습니다. 미인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미스코리아와 미스미국의 건강상태를 누군가 조사한 적이 있다고 합니다. 그 검사 종목 가운데 아마 골밀도 검사도 포함되어 있었던 모양이지요. 그런데 미스코리아의 경우 미스미국에 비해 골밀도가 크게 뒤진 것으로 나왔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우리의 미스코리아는 골빈 여자였다는 것이지요. 그것은 미스미국의 경우 음식을 제대로 먹고 운동을 통해 자신이 원하는 체격을 유지한데 비해 우리의 미스코리아들은 먹지 않고 살을 빼 날씬한 체격을 유지해 왔다는 이야기지요.”

 

변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이 날씬한 체격유지를 다이어트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던 요인으로 우리의 교육제도를 꼽았다.

그것은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우리의 교육체계가 운동을 할 수 없도록 되어 있다는 겁니다. 한참 많이 먹는 나이인 10대 중반부터 후반까지 입시에 매달리다 보니 운동을 할 수 없는 거지요. 운동이 습성화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20대에도 운동보다는 편식이나 다이어트를 통해 날씬해지려고 노력하다 보니 결국 골빈 여자를 양산하는 결과를 빚게 된 것이지요. 우리의 교육당국은 이 점에 유의해야 합니다. 골량 생성이 가장 활발한 10대와 20대 때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는 교육방식으로 전환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변 교수는 젊은이들의 운동회피 못지않게 문제가 되는 것이 미용을 이유로 햇볕 쬐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그로 인해 장관에서 칼슘섭취를 증가시키고 골흡수와 골소실을 감소시키는 비타민D가 제대로 형성되질 않는다는 것.

변 교수는 세계 여러 나라 여성들 가운데 이렇듯 미용 때문에 햇볕 쬐는 것을 극도로 회피하는 우리나라 여성들과 습관적으로 차도르를 쓰고 다니는 중동여성들이 특히 비타민D 형성 결핍으로 인한 문제를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변 교수는 우리나라 여성들의 이런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으로는 여학생들의 경우 등하교 길, 그리고 20대 여성들의 경우는 등하교나 출퇴근길을 통해 운동을 할 수 있도록 사회 전반에 걸친 캠페인을 벌이는 것이 매우 절실한 문제임을 강조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지금과 같이 젊은이들을 그대로 방치해 두면 이들이 노년기를 맞는 60~70세가 되면 골다공증은 물론 다른 성인병의 치료를 위해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이들 젊은이들이 인식을 바꾸어 운동을 할 수 있게 한다면 그 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운동은 최고의 보약이며, 만병통치약이라고 할 수 있지요. 운동선수 특히 테니스선수의 경우 많이 사용하는 팔과 그렇지 않은 팔의 골밀도가 전혀 다르다는 점이 운동이 골밀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입증해 주는 좋은 사례가 아닌가 싶습니다. 안 먹고 살을 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많이 먹고 많이 운동하는 것이야 말로 자신이 원하는 날씬한 체격을 유지하는 길인 동시에 건강을 지키는 길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김성환 기자 clinic3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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