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고도비만은 수술만이 유일한 치료방법이라고 할 만큼 중증질환의 하나이지요. 미국의 경우 지금으로부
터 15년도 훨씬 이전인 2000년 한 해 동안 30~40만명이 비만으로 사망했으며, 이는 그 해에 발생한 교통사고 사망자의 10배에 달하는 수치라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을 정도이니까요. 물론 우리나라가 그러한 수치를 보인다고는 할 수 없지만 분명한 사실은 비만, 특히 고도비만환자가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고도비만수술센터 이주호 교수의 말이다. 이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를, 그리고 서울대학병원 외과에서 외과전문의를 취득했다.
이후 서울대학병원 외과 전임의, 인제대 서울백병원과 단국대학병원 외과 조교수를 거쳐 2002년 8월부터 이화여자대학교 목동병원 외과 교수로서 재직 중이다.
이 교수는 대한외과학회를 비롯해 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위암학회, 임상종양학회의 평생회원이며, 비만건강학회와 국제위암학회, 미국내시경복강경외과학회, 미국비만대사외과학회, 국제비만수술연맹 정회원으로 활동 중에 있다.
이렇듯 매우 활발한 학술활동을 보이고 있는 이 교수는 다양한 복강경 수술 경험으로 복강경 수술의 장·단기적 장점을 증명해 왔으며, 세계 최초로 위암에 대한 전복강경하 원위부 절제술의 안정성을 입증하여 국내에서 위암수술을 가장 잘하는 ‘명의’로도 손꼽히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고도비만 환자가 적지 않아요. 고도비만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은 이들을 진료할 때 체중이 아닌 키와 몸무게의 비율을 따져서하는 체질량지수로 비만 여부를 판단을 하게 됩니다. 제가 지금도 잊지 못하고 있는 환자는 나이가 당시 20살이었는데 내게 처음 찾아 왔을 때 몸무게가 150Kg이 넘었었지요.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던 체질량지수가 46이 넘었는데 이 수치는 정상수치인 25의 거의 두 배 가까이 되는 것이었습니다. 이 체질량수치가 25이상이면 비만이라고 하고, 30이 넘으면 중증도 비만, 또다른 말로 고도비만이라고 합니다. 물론 이 비만을 판단하는 데 있어서 우리나라와 서양은 조금 다르긴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그 당시 나를 찾아 온 환자의 비만도는 대단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살이라는 나이에 비만이 이 정도이니 올바른 사회생활을 할 수 있었겠습니까?
그 환자의 말로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집 안에서 지냈고, 외출을 해야 할 일이 있으면 주로 밤을 이용했다고 합니다. 반대로 낮에는 주로 집에 있으면서 인터넷을 하거나 수면을 취했다고 하더군요. 학교에도 잘 못 가고, 물론 군대도 갈 수가 없었으며, 직업도 가질 수 없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런 고도비만 환자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숨이 가빠하고, 땀이 나서 되도록 움직이지 않으려고 하지요.
이런 여러 가지 이유들로 인해 정상적인 사람들에 비해 대인기피증이 심해 사람들을 만나려고 하질 않습니다. 한마디로 스스로 사회로부터 격리를 시키는 것이지요. 무엇보다도 20살이라는 나이로선 생각할 수 없는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지방간, 수면중 무호흡증, 우울증과 같은 성인병이란 성인병은 거의 모두를 갖고 있었어요. 이 환자의 예에서 볼 수 있듯이 비만은 그 자체가 관련되지 않는 질병이 없다고 할 수 있을 만큼, 그야말로 종합병원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러한 환자들에 대해선 다른 치료방법이 없어요. 흔히들 살이 쪘을 때 다이어트를 한다든지 운동을 하고, 그 정도가 심해졌을 때 약물을 사용해 살을 빼려고 하는데 이런 방법들은 일시적으로는 어떨지 모르지만 대부분의 경우 실패를 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들은 비만, 특히 고도비만 환자에게 있어서 약물요법이나 다이어트는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효과가 ‘있다’, ‘없다’를 이야기하기보다는 매우 어려운 부분이지만 우리가 원하는 만큼 체중감량을 하고, 또 비만 때문에 동반된 각종 질환들이 같이 치유 또는 개선이 되고, 사회적으로도 안정이 되면서 삶의 질이 높아지는, 그런 치료를 우리는 성공적인 치료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런 성공적인 치료방법으로 지금까지 나와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수술이라는 것이지요. 이 수술방법 이외엔 효과가 입증된 치료방법이 달리 없습니다.”
그래서 당시 이주호 교수를 찾아 온 환자 역시 수술을 받게 되었다고 한다, 그 결과 1년이 경과한 후 엄청난 변화가 생겼다고 하는 데, 우선 체중이 거의 정상 수준으로 돌아 온 것은 물론 고도비만일 때는 생각지도 못했던 여자친구가 생기고, 정상적인 학교생활을 하게 되었으며, 무엇보다도 사회적으로 매우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 주었다는 점이다.
이 환자의 경우 본래 가지고 있는 성격이 매우 활달한 것이었는데 그동안 고도비만으로 인해 그 활달한 성격이 억제당하고 있었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이 환자는 비만치료를 받은 후 그동안 못했던 모든 일을 다 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한마디로 환자의 삶의 질이 수술 전과 수술 후 완전히 달라졌다는 것이다. 이 교수에 따르면 수술 전에 150Kg 나가던 체중이 거의 절반에 가까운 80Kg으로 줄어들었고, 체질량지수 역시 25까지 내려갔으며, 약을 끊고도 혈압과 당뇨의 수치가 정상을 유지하게 되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지방간, 고지혈증, 수면무호흡증이나 관절염 그리고 무엇보다도 심각했던 우울증도 모두 치료되었다는 것이다.
“이런 효과를 나타낼 수 있는 것은 현재로선 앞서 언급했듯이 수술이 유일한 것입니다. 이렇듯 비만치료의 유일한 방법이 수술이라는 점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인정을 받고 있지요. 물론 앞으로 어떻게 변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말입니다. 세계적인 학회나 WHO, 미국보건원 모두가 다 선언적으로 고도비만환자의 유일한 치료가 수술임을 밝히고 있지요.
미국에서 정하고 있는 비만에 대한 수술은 체질량지수가 40이상일 때입니다. 대개 체중이 120Kg 정도가 되면 체질량지수가 40이 된다고 보고 있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의 경우 키를 감안하여 체중이 100Kg이 넘어가게 되면 수술의 적응증이 될 수 있다고 보지요. 이런 기준으로 볼 때 우리나라에서 수술을 받아야 할 비만환자 수는 약 1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저희들과 같은 비만환자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의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은 요즘 어린이들의 생활행태입니다. 사회적으로도 많은 논란이 되고 있지만 대다수 어린아이들이 예전처럼 뛰어노는 것이 아니라 주로 집안에서 컴퓨터게임과 같은, 거의 움직임이 없는 생활을 하고 있지 않습니까? 더구나 이 아이들이 즐겨 먹는 음식들을 보면 정말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어요. 어린이들의 이러한 습성이 결국 소아청소년의 비만으로 이어지게 된다는 점을 저희들로서는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겁니다. 실제 소아청소년 비만을 보면 우리나라도 점진적으로 올라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어요.
2013년도에 실시한 조사만 보더라도 소아청소년의 35% 정도가 비만이라는 통계가 나와 있습니다. 물론 이들의 대부분이 체질량지수 25 정도의 일반비만이라고는 하지만 청소년의 경우는 그 수치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는 것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해 보면 거의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수치인 것입니다. 이러한 수치가 시사하는 것, 소아청소년일 때 비만인 경우 거의 대부분 성인 비만으로 연결된다는 것입니다. 또 현재 비만인 성인들을 거꾸로 추적해 보면 80%가 청소년시절에도 비만이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따라서 지난 10년 동안 소아청소년들의 비만이 두 배 이상 늘어났다는 것은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비만이 두 배 이
상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단히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으면 안 될 상황이지요. 따라서 어린이 그리고 소아청소년일 때부터 국가적 차원에서 비만의 예방과 치료와 같은 관리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는 당위성이 제기되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이 교수는 “고도비만 환자의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고도비만 환자들이 부담해야 할 치료비용 역시 문제”라면서 “오는 2018년부터 고도비만 환자에 대한 수술이 보험에 적용이 된다고 하니 그 때가 되면 괜찮겠지만 지금은 수술에 따른 거의 모든 비용을 자신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환자 본인의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 수술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환자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점을 걱정한다.
“저는 고도비만 환자보다는 주로 위암환자를 수술하는 의사인데 암 환자의 경우 전체 진료비의 5%만 부담하기 때문에 환자에게 주는 경제적 부담은 크지 않다고 할 수 있지요. 물론 치료에 들어가는 모든 비용을 다 합치면 결코 적다고는 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그런데 고도비만 환자들이 수술을 받을 경우 암환자와는 달리 수술에 따른 모든 비용을 다 자신이 부담해야 하지요. 저희 병원에 비만센터가 생긴 것이 2008년인데 이후 이 센터를 거쳐 나간 환자들이 부담한 비용을 분석해 보니까 환자 1인당 소요비용이 무려 1천만원을 훨씬 넘어서
요. 더 걱정되는 것은 고도비만 환자들은 사회 경제적으로 비교적 낮은 수준에 있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지요.
그래서 상당수의 환자들이 수술에 필요한 비용을 조달하기가 결코 쉽지 않을 겁니다. 그러다보니 고도비만 치료를 받기 위해 상담하러 왔다가 수술에 들어가는 비용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치료를 받지 않고 그냥 돌아가는 경우가 적지 않아요. 이런 환자들을 보면 저희들로선 가슴이 아프지만 어떻게 해 드릴 수 있는 방법이 없어요. 그런 점에서 볼 때 이런 환자들에 대한 사회 경제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고 그것이 정책에 의해 뒷받침됨으로서 최소한 돈이 없어 수술을 받지 못하는 환자는 없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저희 학회가 이를 위해 그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는데 그 결과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는 2018년부터 고도비만수술이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지요.
사실은 올해부터 보험적용이 될 수도 있었는데 여러 가지 문제가 겹치면서 성사되지 못한 것이 저로선 참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보험의 적용을 받는다는 것은 바로 국가예산의 적용을 받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결국 이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해 올해부터 적용하기로 했던 것이 2년 미루어지게 된 것이지요.”
이 교수는 이렇게 말하면서 “고도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저와 같은 의사들이 걱정하고 있는 것은 고도비만 수술에 대한 사회적인 오해”라는 점을 덧붙인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고도비만 수술이 치료가 아닌 미용성형 쪽으로 보려는 경향이 있는데 고도비만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그것은 엄청난 오해라는 것. 비만 때문에 수술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는 체질량지수가 25 정도의 일반적인 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법으로는 치료할 수 있는 체질량지수 40 이상의, 그야말로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고도비만환자들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환자의 입장에서나 의사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고도비만 수술을 받은 이후에 체중감량 효과가 유지되는 것입니다. 우리 주위에선 살을 빼기 위한 여러 가지 방법들이 있지요. 이런 방법들 가운데 초기에 어느 정도 효과를 보는 경우가 있긴 해요. 그런데 그 이후에 대해선 더 이상 언급하려 하지 않지요. 결국 지속적으로 살을 빼는데 실패를 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저희들이 알기로 다이어트나 약물로 장기적인 체중감량을 유지하는 경우는 전체의 1% 미만입니다. 거의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지요. 사람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점은 비만수술이 결코 미용성형 수술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비만 때문에 수술을 하는 것이 아니라 비만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심장질환, 각종 암과 같은, 그야말로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여러 합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하는 것이지요. 궁극적인 목표는 이 치료를 통해 단명하지 않고 오래 동안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미용은 부수적인 것일 뿐 결코 궁극적인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도비만 수술에 대한 또 다른 오해는 매우 위험한 수술로 알고 있다는 점입니다. 심하게는 이 수술을 받으면 죽는다는 말까지 나돈다고 하니까 말입니다. 그렇지만 이렇게 알고 있는 것과는 달리 비만수술이 그렇게 위험한 것은 아니라는 점은 저는 분명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 가운데는 ‘살 좀 찐 걸 가지고 무엇하러 칼까지 대려 하느냐’고 수술에 대한 회의론을 갖고 있는 것 역시 잘못 알고 있는 오해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비만은 게으른 습성과 남다른 식탐으로 인한 경우도 있지만 유전적 요인을 비롯해 자신도 어쩌지 못하는 가운데 고도비만으로 가는 경우도 결코 적지 않아요. 이런 여러 가지 상황을 종합해 볼 때 고도비만 환자의 수술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고도비만수술이 시행된 것이 2003년으로 아직 15년도 채 되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비만전문학회의 역사가 미국의 경우 60년을 넘어서고 있는 데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는 5년에 불과할 정도로 매우 짧다는 것이 이 교수의 설명이다.
“고도비만 수술방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비만수술은 크게 두 가지로 생각할 수 있는 데 먹는 양을 줄여 주던지, 먹어도 흡수가 잘 안 되게 해 주는 것입니다. 그 첫 번째가 제한적으로 흡수를 못하게 하는 술식이 있는데 이 수술은 다른 말로 밴드수술이라고도 하지요. 이 방법은 위의 상부와 하부를 밴드로 묶어 조여 줌으로써 음식이 원활하게 내려가지 못하도록 해 주는 것입니다. 이 수술을 받게 되면 한마디로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르고 많이 먹으면 토하게 되지요. 이 방법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채택하고 있는 수술방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다음으로 채택하고 있는 방법이 위절제수술인데 위 대만부를 절제하여 위를 튜브처럼 만
들어 주는 방법으로 이 수술방법 역시 세계적으로 많이 활용되고 있습니다. 다른 모든 수술들이 그러하듯 이 고도비만 수술 역시 후유증이나 합병증은 있습니다. 다만 다른 수술들에 비해 그 빈도가 낮고, 증상이 경미하지만 말입니다.”
이 교수는 “지금까지 이런 수술이 많이 시행되어 왔다고는 하지만 수술방법은 앞으로도 계속 개발될 것이고, 그에 따른 예후도 점차 좋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이 교수는 비만 그 자체가 질병임을 다시한번 힘주어 강조하면서 이 병이 결코 단순한 병이 아님을 분명히 한다.
이 고도비만의 치료는 어느 한 전문 임상과에서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외과를 비롯하여 내분비, 심혈관계, 암, 이비인후과, 정신과, 영양사, 운동치료사 등 여러 분야의 전문가를 필요로 하게 된다고 한다.
이들 모든 전문가들이 합심하여 치료에 임할 때 비로소 기대한 만큼의 치료효과를 거둘 수 있는 것이다.
이대목동병원 역시 현재 설치 운영하고 있는 ‘고도비만수술센터’가 바로 이런 점에 중점을 두고 그 기능을 날로 강화해 나가고 있다고 한다. 이 교수는 비만센터를 중심으로 여러 임상과 전문의사들의 협진을 통해 고도비만 환자들에 대한 수술의 효과을 높이고 있을 뿐 아니라 수술 이후의 안정성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면서 고도비만 치료의 전반에 관한 설명을 마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