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황대용 교수. 이 병원 대장암센터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 보면 황 교수를 지칭하는 몇 가지 말들
이 있다. “오대양 육대주 교포들에게 대장암 문의메일을 받는 남자, 환자에게 먼저 웃으며 손 내미는 남자, 실
천 가능한 건강법을 제시하는 남자, 거기다 소탈하기까지 한, 그런 반전없는 남자” 그가 바로 황대용 교수이다.
그래서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가리켜 ‘가슴으로 치료하는 의사’라고들 부른다. 황 교수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동 대학에서 석·박사와 외과전문의를 취득했다. 그리고 2012년부터 건국대병원에서 외과과장 겸 항문외과분과장, 암센터장, 대장암센터장을 맡고 있다. 물론 관련학회를 비롯한 대외적인 활동 역시 대단히 활발하다.
“암 발생과 관련한 가장 최근 데이터는 위암이 가장 높은 발병률을 보였고, 그 다음이 대장암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2013년 기준). 그리고 올해 암등록본부에 있는 분들이 대한암학회지에 2016년도 우리나라 암발생 전망에 관한 논문을 실었었는데 그 내용을 보면 남성의 경우 위암을 제치고 대장암이 1위를 차지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었습니다. 물론 이러한 전망에 대한 결과는 빨라야 내년 후반 이후에나 알 수 있겠지만 말입니다. 그 때가 되면 위암보다 대장암이 많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현실로 나타나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황 교수에 따르면 위암의 경우 남녀비가 2:1 정도라고 한다면 대장암의 경우는 1.5:1 정도로 비교적 성별로 평등한 암이라고 할 수 있다. 가장 빈도가 높은 암이 폐암인데 이 폐암의 경우 남녀비가 대략 2.3:1 그리고 간암 역시 남성 호발암으로서 한 2.9:1 정도라고 한다. 이렇듯 남성에게 많이 발생하는 암들을 제외하고는 유방암, 갑상선암 등이 있는데 이들 암의 경우 주로 여성들에게서 발생하고, 전립선암은 남성에게만 생기는 암이다. 그밖에 남녀비가 거의 1:1 정도인 간담도암이나 췌장암과 마찬가지로 앞서 언급했듯이 대장암 역시 남녀비가 비교적 적은 암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이렇듯 대장암이 많이 발생하는 이유가 어디에 있나? 가끔 이런 질문을 받곤 하는데 마땅하게 해 줄 말이 없어요. 흔히 섭취하는 음식과 관계가 있다고 하지만 그 역시 추정만 하고 있을 뿐이지요. 다만 가장 심증이 가는 것은 급격한 고령화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고령화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다른 나라들에 비해 대장암 환자가 많이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이를 달리 이야기하면 우리나라가 다른 나라에 비해 빨리 선진화 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고령화가 빨리 진행되고 있다는 것은 보건이나 위생 등 여러 선진국형 여건이 그만큼 좋아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기 때문이지요. 두 번째는 정부에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인 검진사업을 벌인 결과일 겁니다. 사람들이 검진을 많이 받으니까 당연히 자신이 모르던 질병이 많이 발견되는 것이고, 그 결과로서 여타 질병과 함께 대장암 발병률이늘어날 수밖에 없는 것이겠지요. 이러한 여러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을 하여 대장암이 급격히 늘어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 봅니다. 그리고 환경적 요인으로는 우리나라가 점차 서구화되어 가면서 잘 움직이지 않고 고열량 음식을 많이 섭취하다 보니 아무래도 이전에 비해 대장암 발병률이 늘어날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러나 이런 환경적 요인 보다는 역시 고령화에 따른 요인이 더 크다고 봐요. 이 또한 어디까지나 의견일 뿐으로 근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대장암의 발병이 남녀비가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 왜 늘어나고 있는가? 하는 문제, 다빈도암 중에서는 그래도 남녀비가 가장 적다는 점 등을 대장암의 특징으로 말할 수 있겠지요.”
“음식과 관련한 발병요인설이 많이 거론되고 있는데 사실 고지방 섭취와 함께 대장암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그 역시 동물실험 결과에 따른 것으로 사람에게도 반드시 적용할 수 있는 것이라고는 단언할 수 없습니다. 물론 고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쓸개즙이 많이 나오니까 그것이 대장에서 세균에 의해 발암물질화 되는 것이 아닌가? 라고 추정은 하고 있지만 그것 역시 추정에 불과한 것이지요. 또 운동을 하게 되면 대장암 발병이 적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대장암 중에도 결장암과 직장암을 나누면 직장암의 경우 그러한 경향을 더 많이 보인다는 역학연구가 나와 있습니다.
그런데 역학연구라는 것이 근본을 알려는 것 보다는 집단간 비교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역시 추정에 불과하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러나 운동을 많이 하고, 술과 담배를 줄이는 것이 대장암 예방에 좋다는 것은 일단 수긍이 가는 것이기 때문에 운동을 싫어하는 분들이나 술과 담배를 즐기시는 분들의 경우는 유념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간단히 말하면 대장암이 발병하는 것은 식습관이나 비만 그리고 술과 담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데 요인이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황 교수는 최근 대장암의 치료성적이 다른 암들에 비해 비교적 좋은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암을 의심해 건국대학병원 대장암센터를 찾아오는 환자들의 상태는 황 교수가 대장암 수술 1천례를 달성했을 때의 자료를 기준으로 학회에서 대학병원을 포함한 대형병원들에서의 대장암 수술사례를 비교해 본 결과 3~4기 진행암 환자의 비율이 40~50%로 학회 조사 사례의 30~40%보다 다소 높았다고 한다.
이는 건국대학병원에 중증의 대장암환자들이 많이 찾아오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대장암도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조기일 때는 환자 본인이 거의 증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내시경과 같은 검진을 통해 우연히 발견되는 경우 대부분이라는 것. 그러나 병이 진행되어 발견되는 경우는 원인모를 빈혈이나 복부에서 덩어리가 만져진다든지 항문통 등과 같은 다양한 증세가 나타날 때로서 이런 경우의 대장암들은 사실 조기라고 할 수 없다.
“대장암환자에 대한 수술방법은 의사들 자신이 잘하면서 수술성과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 가장 좋은 것이지요. 최근에 대장암환자들에 대해 복강경 수술이 많이 시행되고 있는데 그렇다고 해서 개복수술이 상대적으로 복강경수술에 비해 나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 것이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복강경 수술이 좋은 것이냐, 아니면 개복수술이 좋은 것이냐 하는 것은 집도의사가 어느 수술방법을 잘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는 대장암수술을 하는 의사들이라면 누구나 인정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요즘 수술 추세가 가능한 상처를 적게 내는 것이 수술 후 환자의 회복을 빠르게하는 것임에는 두 말할 나위가 없을 것입니다. 이런 개념에서 볼 때 복강경수술이 보다 많은 관심을 갖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네요. 그리고 이 복강경 수술의 변형으로 로봇수술이 나오기도 했지요. 이렇듯 대장암 수술을 하는 데 있어서 여러 가지 방법이 있는데, 이 방법들 나름대로 각각 장단점이 있지요. 최근들어 복강경수술이나 로봇수술이 많이 적용되면서 수술부위의 상처가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맹점은 의사가 직접 수술을 할 때와는 달리 촉감을 느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수술 중에 정상과 비정상 부위를 판단하는데 사실 촉감이 적지않게 작용합니다. 그런데 최근들이 이런 맹점을 보완하기 위해 집도의사가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하면서 동시에 손을 수술부위에 넣어 촉감을 느끼면서 하는 방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소위 하이브리드, 다시 말해 융합방법인 것이지요. 이 방법은 미국 등지에서도 많이 적용하고 있는 수술방법이기도 합니다.
촉감을 살리고 응급상황에서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한 것이 바로 이 하이브리드방법인 것이지요. 제 경우 최근 이 수술방법을 많이 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그렇지만 복강경이나 로봇 수술을 하지 말아야 하는 경우가 있는 데 그것은 대장암으로 인해 유착이 심해 수술범위가 넓어져야 하거나, 수술부위를 넓혀 주어야만 이 종양을 제거할 수 있는 경우 등이지요. 이런 유형의 환자들에 대해 수술부위를 줄이려는 목적으로 복강경이나 로봇수술을 적용할 경우 오히려 수술결과에 나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거듭되는 말이지만 환자의 상태에 따라 어떤 수술방법을 채택할 것인가 하는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집도의사 스스로 자신이 가장 자신있는 방법을 채택하되, 그로 인한 결과를 신중히 고민한 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이는 제 개인적인 생각이라기보다 대장암 수술을 하는 다른 모든 의사분들 역시 같은 생각을 갖고 있을 것 이라고 봅니다.”
황 교수는 ‘대장암은 다른 암들에 비해 수술성적이 좋은 것이 특징 중의 하나’라고 말한다, 위암의 경우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하고 다른 장기로 전이된 암을 제거해 주었는데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데 비해 대장암의 경우는 그렇지가 않다는 것.
대장암의 경우 간으로든 폐로든 전이가 되었더라도 수술을 해 주면 치료성적이 좋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장암의 경우 수술을 한 다음 완치되는 비율이 다른 암환자의 경우에 비해 훨씬 높다는 것이 황 교수의 말이다. 황 교수에 따르면 대장암 환자 세 명 중 한명이나 두 명 중 한명이 수술 후 완치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대장암의 경우 참 특이한 암이라고 할 수 있는데, 그렇다면 왜 그런 것인가?
그것은 아직까지 아무도 모른다고 한다. 다만 그동안 축적된 자료를 통해 살펴 볼 때 그렇다는 이야기다. 다만 한 가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것은 수술이 안 되는 전이암 환자들이 요즘에는 항암제나 표적치료제 등 여러 방법을 통해 좋은 치료효과를 보는 방법들이 개발되다 보니 이전에 비해 암치료 성과가 많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암환자 치료에 있어서 최종 목표라고 하면 역시 수술을 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시키는 것인데 암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제가 많아지면 암치료성적이 좋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과거의 암치료는 거의 수술에 의존했던 것이 사실이지만 최근 들어선 좋은 약제가 많이 개발되어 약을 통한 암치료도 적극적으로 시행되고 있습니다. 사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암치료제로서 쓸만한 약제가 거의 없었어요. 물론 약 종류는 여러가지가 있었지만 치료효과를 거론할만한 유효약제는 극히 드물었다는 이야기지요. 그러다가 1990년대 중반이후 좋은 항암제 두 가지가 나왔는데 이들 약제가 암치료성적을 크게 올려놓았지요. 그 다음으로 표적치료제가 2000년대 초반에 나와 치료성적이 추가로 더 좋아지게 되었어요. 효능이 좋아진 항암제들과 표적치료제를 잘 쓰다보니까 암치료성적이 크게 좋아지게 된 것이지요. 한마디로 이전에는 수술을 할 수 없었던 암이라도 이들 방법을 통해 작게 만들어 수술을 할 수 있게 되었고 수술을 할 수 있음으로 치료성적을 높일 수 있었던 것이지요.”
암환자에 대한 치료성적은 보통 생존률을 가지고 판단을 하게 되는데 대장암의 경우는 1기, 2기, 3기를 모두 합치더라도 그 생존률을 70%로 보고 있다고 한다. 한마디로 열에 일곱은 완치가 되고 있다는 것이 황 교수의 말이다. 요즘 1기 암환자는 당연히 거의 모든 환자에서 재발없이 완치 성적을 보이고, 2기 환자의 경우도 90% 이상의 완치율을 보이고 있으니까 거의 모든 환자가 완치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2기까지만 해도 거의 재발이 없지만 3기가 되면 그 성적이 다소 떨어지는 경향을 보이게 된다. 그렇다고 해도 수술을 받은 환자의 4분의 3 정도에서 완치판정을 받고 있다고 한다. 4기의 경우는 수술이 되느냐 안 되느냐에 따라 그 성적이 나뉘어지게 되지만 수술이 안 되는 경우를 제외하면 3분의 1 또는 2분의 1에서 치료가 되고 있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성적은 날이 갈수록 더 올라가게 될것이라고 황 교수는 자신있게 말한다.
“암환자들 모두가 다 그렇겠습니다만 그들의 심리적 상태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병원에 와서 암 진단을 받게 되면 그 진행상태가 어떻든 대다수 환자들은 극도의 불안감과 함께 죽음까지도 연상함으로써 엄청난 공황상태에 빠지게 되지요. 수술을 받기 위해 병원에 입원하고 치료를 받으면서 어느 정도 안정이 되기는 합니다만 가슴속 깊은 곳이 불안감은 지울 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들 환자를 대하는 의료진, 특히 주치의의 태도는 매우 중요하다고 봅니다. 사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죽게 됩니다. 다만 병이 생기게 되면 건강한 사람들에 비해 그만큼 제한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이 다를 뿐이지요.
제 경우 회진을 돌 때면 환자들로부터 ‘나 언제 죽게 되느냐’는 질문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질문을 받게 되면 사실 대답이 궁해질 수밖에 없지요. 그럴때 저는 이렇데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는 지금 건강하다고 하지만 퇴근하여 집에 가다가도 죽을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사람이 죽고 사는 것은 그 누구도 알 수 없는 겁니다’라고 말이지요. 이 말을 하다보면 ‘밤에 자고 일어나는 것도 기적이다’라는 어느 목사님의 말씀이 생각이 나네요. 사람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이 인생이니까 말입니다. 암이 죽음의 그림자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삶이 조금 후에, 아니면 내일이나 모레 끝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점에서 보면 비록 암에 걸렸더라도 그 삶의 기간이 많이 남아 있다고 할수 있는 것이거든요.
암환자들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시간 살아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한 것 아니겠어요? 그래서 저는 환자들에게 지금이 얼마나 중요한 순간인가를 이해시키도록 많이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소위 말기판정을 받은 환자들에게서 그런 질문을 많이 받게 되는 데 저는 이런 환자들에게 먼저 치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들을 설명해 줍니다. 좋은 치료성적을 얻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을 알게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치료 이후의 생각은 그 다음에 하자고 제의합니다. 의료진과 환자가 서로 협조할 때 좋은 치료성적을 얻어낼 수 있는 데 환자가 최악의 상황만을 생각하다보면 기대하는 만큼의 좋은 치료성적을 거둘 수 없기 때문이지요.”
‘가슴으로 치료하는 의사’라는 주위의 말이 너무도 잘 어울리는 황 교수의 말이다. 황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 등으로 인해 대장암 환자 수는 앞으로도 계속 늘어날 것이지만 국가가 국민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검진사업을 전개하고 있어 이전과는 달리 조기암이 많이 발견됨으로써 암의 완치율은 늘어나고 반대로 치료비는 많이 줄어들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인다.
다만 한 가지 문제가 되는 것은 혈변이 발견될 경우 무료암검진을 해 주고있기 때문에 모든 검진대상에게서 암을 발견하는데 제한이 있다고 지적한다. 보다 정확히 암을 검진하려면 지금 시행하고 있는 검사방법보다는 더 비싼 방법을 적용하는 것과 같은 문제를 보완한다면 암환자들의 완치율을 보다 더 높일 수 있고, 또 암환자 치료를 위한 정부예산도 많이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이 황 교수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