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정한 정서와 자기파괴적인 충동조절의 어려움, 만성적인 공허감과 우울감, 반복적인 자해나 자살시도, 불안정하고 격렬한 대인관계 등을 특징으로 하는 경계성 성격장애에 대해 알아보자.
성격/성격장애
성격이라는 용어를 학술적으로 명확하게 정의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는 성격이 어떤 것인지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성격이란 한 개인에게 비교적장기간 일관되게 나타나는 어떤 심리적, 행동적인 양상이라 할 수 있다. 어떤 성격 특성에서 사회 부적응적인 면이 심하게 나타나고 자신과 타인에게 고통을 초
래할 때, 성격에 장애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성격장애란 단순히 성격이 나쁘다, 삐뚤어졌다는 식으로 애매하게 정의되는 것은 아니며 특징적인 유형에 따라 분류되고 있다.
정신과적 진단 분류상에 제시되는 대표적인 성격장애의 유형은 반사회성 성격장애, 의존성 성격장애 등 10가지 정도가 된다. 그 중 경계성 성격장애는 병원이나 상담센터 등 임상 현장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흔한 성격장애다. 인상적이고 강렬한 양상 때문에 영화나 문학작품에서도 질풍노도의 감정으로 좌충우돌 하는 인물로 자주 묘사되곤 한다.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징
항상 위기 상태에 있는 것 같은 인상이다. 감정의 기복이 심해서 순식간에 분노에 휩싸이다가 다음에는 심한 우울감을 보이기도 하고 무감각함에 빠져들기도 한다. 자신에 대한 자아상과 정체성에 혼란이 심하며 만성적인 공허감과 무료함을 자주 표현한다. 대인관계의 양상도 기복이 심한 편이다. 상대를 이상화하고 의존적인 양상을 보이다가, 상대가 자신을 떠날 것이라고 느껴지는 순간 매우 적대적인 공격성이나 분노를 보일 수 있다. 버려지거나 혼자 남겨진다는 생각으로 매우 힘들어 하며, 이를 피하기 위한 자해나 자살시도, 폭력 등으로 상대를 더 힘들게 하곤 한다.
사람들을 평가할 때 다 좋은 사람이라며 이상화하거나, 다 나쁜 사람이라며 평가절하 하는 식의 이분법적 경향이 있어서 대인관계가 왜곡되고 불안정하다. 이 사람에서 저 사람으로, 이 집단에서 저 집단으로 쉽게 이동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한다. 알코올이나 약물 등을 남용하거나, 성적인 문란, 무분별한 소비나 폭식등 충동적 행위 등으로 자신을 해치는 모습이 자주 나타나기도 한다.
원인
여러 이론들이 있으나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원인은 복합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생물학적으로 타고나는 예민한 어떤 취약성이 있을 것이며, 성장과정에서 부정적인 양육 환경이나 부정적인 경험들이 서로 악순환으로 상호작용하며 경계성 성격장애의 특성으로 굳어진다고 추정된다.
치료
어린 시절부터 장기간 형성되어 온 성격적인 특성을 치료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이고 꾸준한 정신치료(심리치료)가 필요할 것이다. 정신분석치료나 인지행동치료 등이 있으며, 최근에는 좀 더 구조화된 방식의 변증법적 행동치료(DBT, 다이어렉티컬 행동치료)와 도식치료(스키마치료) 등이 경계성 성격장애의 치료에 이용되고 있다.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도움이 되므로 고려한다. 특히 우울, 불안, 분노, 충동성, 정신병적 양상 등의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약물치료를 받는 것이 빠른 증상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정신질환의 진단 및 통계 편람 제5판
(DSM-5)의 진단기준
대인관계, 자아상 및 정동의 불안정성과 현저한 충동성의 광범위한 형태로 성인기 초기에 시작되며 여러 상황에서 나타나고 다음 중 5가지(또는 그 이상)를 충족한다.
1. 실제 혹은 상상 속에서 버림받지 않기 위해 미친듯이 노력함.
2. 과대이상화와 과소평가의 극단 사이를 반복하는 것을 특징으로 하는 불안정하고 격렬한 대인관계의 양상.
3. 정체성 장애 : 자기 이미지 또는 자신에 대한 느낌의 현저하고 지속적인 불안정성.
4. 자신을 손상할 가능성이 있는 최소한의 2가지 이상의 경우에서의 충동성(예 : 소비, 물질남용, 좀도둑질, 부주의한 운전, 과식 등).
5. 반복적 자살 행동, 제스처, 위협 혹은 자해 행동.
6. 현저한 기분의 반응성으로 인한 정동의 불안정(예 : 강렬한 삽화적 불쾌감, 과민성 또는 불안이 보통 수시간 동안 지속되며 아주 드물게 수일간 지속됨).
7. 만성적인 공허감.
8. 부적절하고 심하게 화를 내거나 화를 조절하지 못함.
9. 일시적이고 스트레스와 연관된 피해적 사고 혹은 심한 해리 증상.
<이 글은 건강소식 vol 484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