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세 남자 환자가 통증점수 10점 만점에 8점의 심한 복부 통증을 주소로 통증치료실 외래를 방문하였다. 환자는 3년 전 대장암과 간 전이로 수술을 받은 병력이 있었다. 이후 수 차례 항암치료를 병행하였으나 추가적인 간 전이가 발견되었고, 복강내 림프절 전이도 함께 동반된 상태였다.
환자의 통증 조절을 위해 복강신경총차단 및 상하복신경총차단을 시행하였고 파괴술도 함께 시행하였다. 이후 환자분의 통증은 통증점수 4점 정도로 감소하였다가 3-4주 후 다시 7-8점의 심한 복부 통증이 발생하는 양상이었다. 이미 다량의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간헐적인 돌발성 통증을 조절하기 위
해 속효성 마약성 진통제도 함께 복용중이었지만, 통증이 쉽게 잡히지 않았다.
마약성 진통제 용량을 높이면 통증은 조금 더 줄어들었지만, 이미 많은 양의 마약성 진통제를 복용하고 있었고, 약물을 복용하면서 만성적인 변비, 전신적인 가려움증이 동반되었고, 간헐적으로 구역, 어지럼증, 멍한 증상 등이 함께 있었다. 때문에 더 이상 마약성 진통제 증량이 어려운 상태였다.
환자분의 통증 조절을 위해 한차례 더 신경총파괴술을 시행하였지만, 이번에도 효과는 한달을 넘지 않았다. 환자분은 밤에도 심한 통증이 동반되어 잠을 자기도 어렵고 잠을 자다가도 아파서 깨는 증상도 있었다. 이에 환자분의 통증을 보다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약물에 의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해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 삽입술을 시행하기로 계획하였다.
환자분은 경구용 모르핀으로 환산하였을 때 360mg에 해당하는 모르핀을 하루 동안 복용하고 있었다. 이에 시험적으로 척수강내 모르핀 주사를 시행하였고, 시험적 모르핀 주사에 의해 환자분의 통증이 감소하면서 부작용은 없음을 확인한 후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 삽입술을 시행하였다.
이후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로 모르핀 주입량을 서서히 높이고, 복용하던 마약성진통제는 서서히 줄이면서 통증을 조절하였다. 환자분은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 1.5mg/day로 사용하면서 복용하던 지속형의 마약성진통제를 중단하였고, 이후 리모컨으로 통증이 심할 때 0.2mg/day의 약물을 추가로 투여하게 하는 방법을 사용하면서 속효성 마약성진통제도 대부분 중단할 수 있었다. 경구용 모르핀으로 환산하였을 때에는 기존에 먹던 마약성진통제보다 더 높은 용량을 사용하는 셈이었으나 부작용은 별로 없었다. 이후 환자분은 통증 점수 3점 정도로 통증을 조절하면서 지내고 있다.
암성통증이나 수술 후 통증의 조절, 또는 무통분만을 위해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하는 장치를 사용해통증을 줄이는 방법은 많은 병원에서 상당히 널리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목적을 위해 자가통증조절장치를 사용할 경우에는 지속적으로 약물이 주입될뿐 아니라 중간 중간에 통증이 있을 때 환자 스스로가
누를 수 있는 버튼이 있어서 이 버튼을 누르면 약물이추가로 투여되게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렇게 편리한 자가통증조절장치의 경우에도 해당 장치를 장기간 사용하기 어렵다는 단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만 적용이 가능하며 퇴원할 경우에는 사용하지 못한다는 점도 단점 중에 하나로 볼 수 있다.
최근 우리나라도 노령화 사회로 접어들고 있고, 이와 함께 암으로 진단되고 치료받는 환자들도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조사에 의하면 전체 암환자들 중에 53%가 통증을 호소하고 있고, 암에 대한 치료를 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59%의 환자들이 통증을 가지고 있으며, 심지어는 완치 판정을 받은 환자들의 33%
에서도 통증을 동반하고 있다고 한다. 특히 말기암이나 전이성암의 경우 64%의 환자들이 통증으로 고통
을 겪고 있었다. 암성 통증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해서 마약성 진통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환자들이 통증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에는 지속적으로 마약성 진통제를 투여 받기도 하고, 자가통증조절장치를 이용해 투여 받는 경우도 많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퇴원하고 집으로 돌아가서 일상생활을 하는 동안에는 이러한 장치를 사용할 수 없고, 결국 먹는 약이나 붙이는 패치형태로 약물을 투여 받게 된다.
마약성 진통제가 효과적인 약임에는 분명하지만, 투여되는 용량이 증가하게 되면 그에 따르는 부작용으로 인해 더 이상 약물을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들이 상당수 에서 있고, 이로 인해 적절한 통증 조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는 마약성진통제를 투여하는 장치를 몸 속에 가지고 있는 형태라고 생각하면 된다. 때문에 퇴원하고 난 이후에도 약물을 지속적으로 투여 받으면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리모컨의 버튼을 누르면 간헐적으로 발생하는 돌발성 통증이 있을 때에 추가적으로 약물이 투여되기 때문에 보다 효과적으로 통증 조절이 가능하다.
펌프 삽입술 이후 상처가 다 아물고 나면 모든 장치가 몸 속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목욕도 가능하고 감염이 발생할 우려도 크지 않다. 척수강내약물주입 펌프의 경우 약물이 뇌척수액에 직접 투여되어 척수와 뇌에 직접 작용한다는 장점이 있다. 따라서 경구용 약물로는 300mg의 모르핀을 투여 받아야 하는 환자들에서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로 1mg의 모르핀만 투여하면 동일한 효과를 볼 수 있다.
즉 먹는 약에 비해 300분의1에 해당하는 적은 용량만 투여해도 동일한 진통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다. 이는 같은 진통효과를 가지기 위해 300mg의 약물을 우리 몸 속에 투여하는 방법과 1mg만 투여하는 방법의 차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진통효과는 같지만, 우리 몸에 보다 적은 약물이 들어오기 때문에 그만큼 부작용도 적은 장점이 있고, 따라서 부작용으로 인해 마약성 진통제의용량을 더 이상 올리지 못했던 환자에서 도 부작용을 줄여 줄 수 있는 장점이 있고, 직접 약물이 중추신경에 투여되기 때문에 효과적으로 통증을 조절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가 소개된지도 10년이 넘어 서고 있다. 초기에는 보험 적용이 되지 않아 환자들의 부담이 컸지만 , 지금은 보험적용이 되어서 암성통증이나 난치성 만성통증환자, 그리고 강직이 심한 환자들에서도 건강보험이 적용된 적은 금액으로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를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암성통증 환자들의 경우 1일 200mg 이상의 모르핀을 투여 받고 있지만, 통증이 잘 조절되지 않는 암성통증으로 여명이 1년 이상으로 예상되는 경우나 부작용 등으로 인해 약물을 충분히 투여받지 못하는 통증점수 7점 이상의 암성통증 환자에서 여명이 1년 이상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다.
암성통증의 경우 이를 조절하기 위한 약물요법, 신경차단술, 신경파괴술 등의 다양한 치료 방법이 있고,
효과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척수강내약물주입펌프의 경우 잘 조절되지 않는 심한 암성
통증 환자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고 있는 효과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