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열대야에 잠을 설치는 날이 이어지고 있다. 열대야는 전날 저녁 6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최저기온이 섭씨 25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 현상이다.
스페인에서 시행된 연구에 따르면 열대야의 지속은 심혈관과 호흡기계에 영향을 미쳐 사망률을 높인다. 한밤중 실내온도가 28도를 넘으면 체온과 수면 각성을 조절하는 뇌의 ‘시상하부’에 문제가 생기며 잠자기 어려워지고 잠들어도 자주 깨게 된다.
서울수면센터 한진규 원장은 5일 “숙면을 취하려면 뇌가 밤이 왔다는 신호를 인식하고 수면호르몬인 멜라토닌을 분비해야 한다”면서 “한밤중에도 한낮과 비슷한 섭씨 27~28도를 오르내리면 뇌의 온도조절 중추가 낮인지 밤인지 구분을 하지 못해 불면증이 생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불면 증상이 계속되면 낮 졸림과 피로, 집중력 저하, 두통, 소화불량 등도 겪게 된다.
피할 수 없는 열대야라면 피해를 덜 겪는 방법을 찾는 게 상책이다. 먼저 잠자기 전 수면 환경이 중요하다. 덥다고 자기 전 찬물로 샤워하거나 목욕을 하면 순간적으로는 시원하고 상쾌한 느낌을 받을 수 있으나 수면에는 오히려 방해된다. 체온과 비슷한 온도의 미지근한 물로 샤워하는 것이 육체적 긴장감을 푸는데 도움이 된다.
잠들기 3시간 전에 과도한 운동이나 식사는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스마트폰이나 TV, 컴퓨터 등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청색조명(블루라이트)’은 멜라토닌 분비를 방해하므로 사용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한원장은 “열대야 때문에 덥다고 냉방 온도를 너무 내리면 오히려 숙면이 더욱 어려워질 수 있기에 주의해야 한다. 차가운 공기와 건조함이 몸의 생체 균형을 깨뜨려 두통, 피로감, 어지럼증, 설사 등의 증상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한 또다른 형태의 불면증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여름철 침실의 습도는 50%, 실내 온도는 25∼26도가 적당하다” 고 강조했다.
열대야로 인한 불면증도 3주 이상 지속한다면 적극적인 치료에 임해야 한다. 증상이 이어지면 만성 불면증으로 진행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신이 갖고 있던 수면장애 요인이 열대야로 인해 수면 리듬이 깨지면서 악화되고, 그 증상이 계속되면 만성화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만약, 만성불면증이 의심된다면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불면증의 원인을 찾아 그에 맞는 치료 방법을 찾아 빠르게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