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최근 치매의 신약개발이 잇따라 실패함에 따라 치매의 완치 가능성이나 약물치료의 한계가 드러남으로써, 비약물 치료에 대한 관심이 대두되고 있다. 비약물 치료는 현재 치매의 약물과 함께 병용할 수 있는 치료일 뿐 아니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많이 각광받고 있다. 비약물 치료의 개입은 약물 치료를 제외한 치매의 증상을 완화시키거나 예방할 수 있는 모든 행위를 일컫는 포괄적인 개념이다. 좁게는 치매환자
의 인지기능을 향상 시키기 위한 인지 중재치료이고 넓게는 치매환자를 돌보는 가족에 대한 정신적인 지지와 교육까지 포함하게 된다.
일반적으로 1) 예방 및 관리에 해당되는 위험인자 조절을 위한 생활습관의 교정(lifestyle modification)과 2) 인지기능, 일상생활 수행능력 그리고 정신증상을 개선시키는 인지 중재 치료로 나눌 수 있다. 예방이나 초기의 치매를 완화시키기 위해서는 위험인자 조절이 중요한 요인이며, 병이 진행될 수록 정신증상이 더해지면 인지중재 치료의 개입이 우선적으로 고려된다.
본 단락에서는 이러한 치매의 비약물적인 치료 접근방법에 대해 소개하고, 실제 임상에서 응용할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고자 한다.
본론
1. 치매예방을 위한 비약물적 접근
1) 위험인자의 조절
많은 역학 조사를 통해 치매의 발생이나 진행을 예방할 수 있는 위험요인들이 밝혀져 왔다. 가장 대표적인 위험요인으로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비만, 흡연, 음주와 같은 성인병 관련 질환들은 치매의 유병률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심혈관계질환의 예방과 같은 위험 인자로 이를 관리하고 조절함으로써 혈관성 치매의 위험 뿐 아니라 알츠하이머 병을 일으키는 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생성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임상에서 치매환자를 진찰함에 있어서 고혈압, 당뇨병, 체중 등과 같이 대사증후군과 연관되어 있는 질환 및 징후 들을 주기적으로 측정하고 관리해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는 위험인자를 줄이기 위해
3권(운동, 식사, 독서), 3금(절주, 금연, 뇌손상 예방), 3행(건강검진, 소통, 조기발견)라는 치매 예방수칙을 배포함으로써 생활습관 교정을 홍보하고 있다. 치매 환자의 관리 뿐 아니라 이에 대한 환자, 보호자에 대한 교
육도 병행하여야 한다.
2) 운동과 신체활동
위험인자의 조절 못지않게 최근 부각되고 있는 생활습관이 운동이다. 운동은 정상인에서의 치매의 예방뿐 아니라 치매환자에게서도 치매 증상을 완화시킨다. 의학적인 근거로서는, 메타분석 결과에서 주기적인운동이 인지기능의 뚜렷한 개선효과를 보이는 것으로 밝혀졌고, 운동은 뇌의 혈류와 대사를 증가시키고 기능적인 변화뿐 아니라 해부학적인 변화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1년간의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은 알츠하이머병에서 위축이 되는 해마와 대뇌 피질의 크기의 감소도 줄여주는 것으로 밝혀졌다. 또한 운동은 소혈관의 혈류를 증가시켜 앞서 언급한 심뇌혈관의 위험도 감소시켜 치매를 예방한다. 따라서 운동은 치매예방에 있어 꼭 빠져서는 안될 가장 중요한 비약물적인 치료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 치매의 인지중재치료 (cognitive intervention)
인지중재치료란 다양한 과제나 프로그램을 통해 인지능력 및 일상생활의 전반적인 능력을 향상시키는 치료적인 개입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인지기능 및 일상생활수행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인지중재치료는 여러 종류의 프로그램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학문적인 체계나 명칭이 정확하게 정의되고 있지 않다. 실제로 임상에서도 인지중재치료, 인지재활치료, 인지치료, 인지프로그램, 작업치료 등 여러 명칭이 서로 혼용되어 사용되고 있다. 이러한 용어의 혼돈 속에서 기능적으로 인지중재 치료를 크게 다음과 같이 분류해 볼 수 있다.
1) 인지중재치료의 종류
(1) 인지훈련 (cognitive training)
인지훈련이란, 표준화된 여러 수행과제를 부여함으로써 특정 인지영역의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 기술과전력을 훈련하는 프로그램이다. 즉 퀴즈풀기, 기억력 테스트와 같이 퀴즈를 맞추거나 문제를 푸는 과제를 마치 공부하는 방식의 치료로 가장 많은 임상연구가 진행 되었고 그 효과가 보고되면서 인지기능의 저하를 늦추거나 예방해줄 수 있는 대안으로 자리매김 하고 있다.
가장 많이 수행되는 훈련은 기억력 훈련으로 반복 연습하는 인지운동(cognitive exercise)이 가장 많이 사용된
다. 최근에는 컴퓨터를 이용한 인지훈련에 대한 연구나 제품도 다양하다.
(2) 인지재활 (cognitive rehabilitation)
인지재활은 특정 인지기능의 향상의 목적 보다는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발생할 수 있는 어려움을 해결하
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부족한 인지영역을 향상시키기 보다는 보존되어 있는 인지기능을 중심으로, 일상생활 수행장애를 보완하는 게 목적이다. 필요한 정보를 반복적으로 학습하는 연습과 반복, 알람, 메모장, 녹음기 등 기억력에 도움을 주는 외부 보조장비의 사용, 일상생활에 대한 훈련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3) 인지자극 (cognitive stimulation)
인지자극은 인지활동 자체를 촉진하는 광범위한 중재를 포함하며, 이를 위해서 훈련을 통한 학습이나 일
상생활에서의 활동에 중점을 두기 보다는 재미있고 흥미로운 여러 활동 등을 통해 인지활동을 촉진 시키는 치료이다. 이러한 포괄적인 의미 때문에 산발적이고 다양한 중재들이 시도되고 있으나 아직 표준화되고 정형화된 치료적 프로그램은 아직 정립되지 않았다. 그러나 환자의 흥미를 유발하기 쉬어 회상요법, 감각자극요법, 음악치료, 원예치료, 미술치료, 운동치료, 퍼즐, 단어게임, 요리하기, 공예 등 다양한 인지자극 요법 등이 시행되고 있다. 인지자극은 대개 4~5명의 그룹으로 치료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인지기능의 향상 뿐 아니라 사회기능의 향상도 중요한 목적이다.
2) 인지중재치료의 근거
다양한 종류의 인지중재치료가 개발되고 시행되고있으나 어떤 비약물적 치료가 어느 정도의 강도나 기간에 따라 어떤 인지영역이나 질환에 효과가 있다는 의학적 근거는 사회적인 관심에 비해서는 상대적으로 미약한 수준이다.
연구가 가장 많이 진행되고 효용성이 증명된 인지중재치료는 인지훈련이다. 31개의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임상연구의 메타분석 한 결과를 보면, 실행능력(executive function)과 기억력(memory)의 의미 있는 개선효과가 있다고 보고되었다. 이러한 인지훈련의 효과는 진행된 알츠하이머 병 보다는 인지기능의 저하가
경미한 경도인지장애(mild cognitive impairment)나 초기 알츠하이머 병에 더 효과가 있다. 인재재활은 인지훈련에 비해 연구수가 많지는 않으나 무작위배정, 이중 맹검 연구에서 의미 있게 인지기능을 개선시키는 것으로 보고 되었다. 인지자극은 15개의 연구의 메타분석 결과 일관적으로 인지기능의 개선효과를 가지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긍정적인 결과에도 대부분의 연구가 표준화된 프로그램이나 측정도구가 없고 적은 연구의 대상자수로 진행된 경우가 많아 높은수준의 의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3) 임상에서의 인지중재치료
현재까지 임상의의 입장에서 다양하고 포괄적인 인지중재치료를 시행하기에는 제도적으로 어려운 점이많았다. 물리치료와 같이 처방할 정도로 급여 항목으로 지정이 되어 있지 않았고, 물리치료사, 임상심리사, 작업치료사, 사회복지사 등 여러 직군에서 다양하게 제작된 컨텐츠와 프로그램을 독자적으로 사용할 뿐 근거 중심의 표준화된 치료 프로그램이 없었다. 따라서 현재까지 임상 진료보다는 복지관, 재가시설 등의 공공기관에서 산발적이고 비전문적으로 운영되는 경우가 대부분 이었다.
하지만 여러 선행연구에서 인지중재치료의 효과가 보고됨에 따라 2017년 인지 중재치료가 신의료기술로
등록됨으로서 처음으로 의료현장에 제도적인 도입이 시작되었고 이를 기점으로 다른 비약물적 치료도 임상에서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게 되었다. 현재 임상에서 인정되는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내용은 다음과 같다.
3. 인지중재치료를 위한 사회적인 제도
인지중재치료가 포괄적인 의미로 신의료기술로 등록되어 상용화의 길을 열었으나, 아직 홍보가 부족하고 인지중재치료에 대한 인식의 부족으로 임상에서 활발히 사용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또 전반적인 프로그램이 인지훈련에 주로 초점이 맞추어져 있고, 다양한 인지재활이나 인지자극은 아직 컨텐츠나 연구가 체계적이지 않아 임상에서는 아직 쉽게 접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이와 연관된 사회적인 제도로서 2018년 전국에 255개 치매안심센터가 개소 또는 개소예정이고 쉼터에서 인지훈련, 인지자극과 인지재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고, 대상자들이 관할 보건소에 문의하면 치매 안심센터에서 무료로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다. 경도인지장애를 대상으로 이루어지며, 치매의 경우는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수가 제한되어 있으나, 중증 치매의 경우는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할 수 있다.
공공기관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전문화된 인력이나 표준화된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향후 임상진료에서의 활성화나 급여인정 등 여러 제도적인 뒷받침은 지속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보인다.
결론
치매의 비약물적 치료는 약물치료와 병행이 반드시 필요한 중요한 영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개개인의
치매의 정도나 개인 환경에 맞는 위험인자의 조절 및실제적인 목표설정을 통한 적절한 인지중재치료가 필요하다. 의학적인 연구나 제도가 이제 막 시작되는 단계로, 의학적 근거 마련 및 활성화를 위해 임상의뿐 아니라 다양한 전문가 집단의 협업과 체계적인 연구가 향후 지속적으로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