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 역사와 의의
로봇 수술은 기술의 발전이 수술 분야에 접목된 대표적 예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수술 기구의 발전 방향인 자동화와 안전성 보장이라는 큰 틀에서 이해될 수 있는 기술이지 만 외과의의 복잡한 손놀림을 재현해 냈다는 점에서는 한 단계 더 진보된 기술적 발전이라고 볼 수 있다. 흉부외과 분야에서는 일찍부터 로봇 수술의 적용 가능성에 대해 여러 시도가 이루어져 왔고 현재는 심장, 폐, 식도 및 기타 여러 흉부 질환 수술에서 적용이 되고 있다.
로봇 수술의 초창기였던 2000년대 초 중반에는 미국과 유럽 그리고 국내의 많은 흉부외과의들이 로봇 수술에 뛰어들었다. 흉부에 발생하는 여러 질환을 로봇으로 수술한 보고가 증가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기대에 찬 시선으로 로봇 수술의 미래에 대해 호의적으로 생각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미국을 제외한 다른 지역에서 흉부 질환에 대한 로봇 수술은 기대만큼 많이 증가하지 못하였고 초창기 로봇에 호의적이었던 시각도 서서히 중립적인 시각으로 바뀌게 되었다.
2000년대는 흉강경 수술이 급성장하던 시기였으며, 비용적 우위를 바탕으로 한 흉강경 수술에 비해 로봇 수술이 뚜렷한 장점을 보이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였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서는 로봇 장비 구입과 유지를 위한 비용 지출이 상당한 재정적 부담을 가져온다는 점도 문제점이었으며 결국 아시아를 비롯한 일부 국가에서는 이러한 부담을 환자가 져야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또한 로봇 수술을 병원의 마케팅 목적의 수단으로 사용하려는 상업적 시도도 많아서 당시 주류 학계에서 인정 받지 못하는 역효과도 초래하였다.
초창기가 지나고 2010년대 중반 이후의 로봇 수술 은 다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초창기 로봇을 시도하였던 센터들 보다는 로봇 수술로 꾸준한 성적을 내고 있는 센터를 중심으로 다시로봇 수술이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이 센터들은 대부분 로봇 수술 이전부터 저명한 센터들이었으며 많은 환자수와 오래된 전통, 그리고 우수한 학문적 성과들을 보유하고 있었으며, 향후 로봇 수술을 주류 수술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는 센터들이라 할 수 있다. 본론에서는 현재 흉부질환에서 로봇 수술의 현황과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기술하고자 한다.
2. 본론
A. 폐암
폐암의 로봇 수술은 로봇이 도입되던 초창기부터 꾸준히 시행되어 오고 있고 현재 미국에서는 흉부질환의 로봇 수술에서 가장 중요한 질환에 속한다. 현재 미국에서는 15% 이상의 폐암 수술이 로봇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정확한 실태 조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폐암의 로봇 수술은 시행되어온 역사에 비해 그 발전 속도가 더딘 편인데 가장 큰 문제는 로봇 자동봉합기가 늦게 도입되었다는 점이다. 폐암 수술은 그 특성상 폐실질, 폐동정맥 및 기관지의 절개와 봉합을 동시에 이룰 수 있는 자동봉합기 사용이 빈번하다. 그러나 과거에 는 로봇에 전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자동봉합기가 없어서 로봇수술이라 하여도 약 반 정도만 로봇으로 시행하고 나머지는 흉강경 기법을 사용하므로 기술적인 장점이 많지 않았고 오히려 흉강경에 비해 번거로운 측면이 있었다. 그러나 최근에 로봇에도 여러자동 봉합기가 도입됨으로써 좀 더 로봇 친화적인 수술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폐암에서의 로봇 수술은 복잡한 조직 박리와 기관지 봉합술 등을 시행할 때 그 진가가 발휘된다. 로봇의 자유로운 관절 움직임과, 조직 봉합에 유리한 구조적인 특성으로 인해 특정 상황에서는 로봇이 흉강경 수술에 비해 장점을 많이 갖고 있는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또한 로봇에 장착된 Butterfly system을 이용하여 구역절제술 등을 시행할 때 정확한 구역의 구분을 정할 수 있다는 기술적인 장점도 있다. 그러나 로봇은 최근 폐암의 최소침습 수술의 추세 중 하나인 단일공 수술을 시행하기는 어려운 단점이 있다.
최근 들어 다빈치 SP 시스템이 소개되었으나 여전히 SP 시스템을 위한 자동봉합기나 에너지 절삭기 등이부재한 상황이므로 폐암 수술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실정이다.
폐암 수술에서 로봇이 흉강경 수술에 비해 가지는 장점은 아직 뚜렷하지 않다. 미국에서 발표된 대규모데이터베이스 연구에 따르면 흉강경 수술에 비해 재원기간을 줄이고 개흉술으로의 전환율을 줄인다고
보고되고 있다. 그 외 중요 합병증 발생률과 폐암 생존율은 차이가 없음을 보고하고 있다. 이러한 로봇 수술의 장점은 미국 의료시스템에서 는 의료 비용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는 중요 장점으로 여겨지고 있는중이다 . 그러나 세계적으로 보았을 때 특히 국내 의료 보험 체계의 여건에서 그러한 장점이 높은 비용을
상쇄할 만한 장점이라고 여길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아직 불명확한 상태이다.
B. 식도암
식도암 수술에서 로봇 수술의 적용은 미국의 경우일부 센터에서만 시행되어 왔고 오히려 유럽과 한국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시행하여 왔다. 이는 식도암수술의 고난이도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지며 로봇으로 흉부와 복부를 넘나드는 수술 역량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미국에서도 많은 로봇 폐암 수술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로봇 식도암 수술을 늘려가는 센터가 증가하고 있다. 국내의 대형병원들에서 는 이미 로봇 식도암 수술이 식도암의 최소침습수술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는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로봇 식도암 수술의 가장 큰 장점은 흉부 임파절박리술에 있다. 특히 상흉부 양측 되돌이 후두 신경 주위의 임파절 박리술 시행에서 명확하게 흉강경에 비해 우위를 보인다. 이 부위가 식도암에서 가장 흔한 임파절 전이 부위임을 감안하면 로봇 수술의 장점은 암병기의 정확한 판정과 장기 완치율 증가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장점은 최근 들어 한국을 비롯한 중국, 대만 등 아시아권 국가의 로봇 식도암 연구에서 지속적으로 확인되고 있으며 국내 연구진들이 이 분야에서 선도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 또한 로봇 수술을 이용하면 복잡한 흉강내 식도 문합을 자유로이 시행할 수 있으며 번거로운EEA 자동 봉합기의 사용을 피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복부의 임파절 박리술과 위장 분리를 로봇으로 시행할 수 있으며 위장의 손상이 없이 안전한 식도절제와 위장 재건술을 시행할 수 있게 된다.
로봇 식도암 수술과 흉강경 및 복강경을 사용한 식도암 수술과의 비교는 아직 많이 보고되어 있지 않은 실정이다. 여기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는 데 로봇식도암 수술의 경우 복부 수술은 대부분 복강경으로 수술을 시행한 경우가 많아 완전한 로봇 수술이라 부르기 어려운 점이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흉부 수술도 EEA 봉합기를 사용하여 일부분 만 로봇을 적용한 경우가 많아 흉강경 수술과 뚜렷한 차이를 보이기 어려운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흉부와 복부를 완전히 로봇으로 수술을 시행하는 센터가 증가하는 경향이 있어 이러한 문제점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로봇 식도암 수술의 경우 상흉부 임파절 박리술을 완전하게 시행하였을 경우 장기 생존율이 기존 연구보다 높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어 식도암 환자의 생존율 증가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이에 대한 수준 높은 근거로 삼을 만한 연구결과는 부족한 실정이다. 식도암 수술은 향후 로봇 수술의 확장에 가장 기대되는 분야이다.
C. 흉선종양
흉선종양은 흉선종과 흉선암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비교적 드문 종양에 속한다. 환자 수가 폐암이나 식도암 같이 많지 않으므로 상대적으로 주목을 덜 받아 온 종양이다. 흉선 종양은 폐암 식도암과 같이 장기속에 존재하지 않고 외부에 노출된 형태로 존재하며 혈관이나 임파선을 통한 원격 전이보다 주변 흉막으
로 전이하는 형태를 보인다. 그러므로 수술 중 종양을 다룰 때 부스러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다루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또한 흉선 종양은 흉골과 심장 사이의 좁은 공간에 발생하므로 흉강경으로 접근하기 용이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이러한 흉선 종양의 특성들로 인해 일찍부터 로봇 수술이 유용한 방법이 될것으로 여겨져 왔다.
흉선종양에 대한 로봇 수술은 미국과 유럽에서 오래 전부터 시행되어 왔고 좋은 결과를 지속적으로 발표해 오고 있다. 특히 근무력증이 동반된 경우에는 완벽한 흉선 절제술이 근무력증의 치료에 매우 중요한데 이러한 측면에서 로봇 수술이 흉강경 수술에 비해 우수하며 근무력증의 완치율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또한 흉강경 수술과의 비교에서 낮은 합병증과 낮은 개흉 전환율의 경향을 보이나 이에 대해서는 아직 충분한 연구 결과가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로봇 흉선 수술의 경향은 검상하 접근법을 통한 수술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러한 수술 방법이 향후 흉선절제술의 수술 결과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D. 한계점
로봇 수술은 많은 장점에도 불구하고 흉부질환에서 기대만큼 많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를 들 수 있으나, 일차적으로는 로봇을 생산하는 회사의 독점성에 있다고 여겨진다. 흉부외과의사의 입장에서는 로봇이 소개된 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폐, 식도, 흉선 등을 수술하기 위한 적절한 기술적 발전이 매우 더디게 진행된 점이 문제였다. 특히 폐 수술에 사용할 적절한 자동봉합기의 부재는 매우 심각한 문제였으며, 지금도 대부분의 기구들이 복부 및 기타 수술에 특화되어 있어 흉부 수술에 사용할 기구가 충분하지 않은 문제점이 있다.
이는 경쟁이 없는 시장에서 한 회사의 기구 개발에만 기댈 수 밖에 없는 현실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좀 더 많은 회사들이 로봇 수술 기구들을 개발하게 되면 좀 더 다양한 기구를 사용하게 되고 관련 수
술이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두 번째 문제점으로 고비용 수술로 인한 문제점을 들 수 있으며, 이 또한 독점 회사에 의한 로봇 장비와 기구의 고가 정책에 의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로봇수술이 다른 수술에 비해 더 많은 수가를 받지 않으므로 빠른 시간에 확대될 수 있는 여건이 되었고, 최근 일본의 로봇 수술 보험화로 일본에서도 향후 빠른 속도로 로봇 수술이 발전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여건은 여전히 많은 비용을 환자들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며 지속적인 발전에 뚜렷한 한계점을 가지고 있을 수 밖에 없는 실정이다.
3.결론
폐암, 식도암 및 흉선종양에서 로봇 수술은 점차 그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으며, 로봇수술만의 독특한 장점들을 보여 주고 있다. 그러나 현재 시행되고 있는 수술을 모두 대체하기에는 기술적, 경제적, 그리고 사회적 한계점도 갖고 있기에 로봇 수술을 보는 관점은 긴 호흡으로 보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