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발은 모든 창상(상처, 궤양) 중 가장 치료가 어려운 것으로 알려진 만성창상의 대표질환으로, 그 치료는 간단치 않으며 일반창상의 치료와는 치료원칙과 방법 등이 확연히 다르다. 당뇨발의 치료를 어렵게 하는 네 가지 대표적 요소가 있는데 혈액순환부전(vascularity), 세균감염(infection), 신경병증으로 인해 발에 가해지는 과도한 압력(pressure), 그리고 창상치유의 원천 (source), 즉 세포들의 기능부전이 그것이다. 앞에서 당뇨발의 혈액순환부전, 세균감염, 신경병증 등에 대해서는 자세히 설명이 되었으므로, 본 원고에서는 이러한 당뇨발 치료의 중요 원칙을 간단히 요약하여 설명하고, 최신 치료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혈액순환부전 (Vascularity)
당뇨병 환자들은 혈관에 동맥경화가 동반되는 경우가 흔하다. 동맥경화가 진행된 혈관은 혈관벽에 콜레스테롤, 혈전 등의 찌꺼기가 차면서, 혈관벽이 좁아지게 되는데, 따라서 혈액이 통과할 수 있는 혈관내의 공간이 부족하게 되고, 심한 경우 혈관이 막히게 된다. 이러한 큰혈관병증 (Macroangiopathy)이 오게 되면, 혈액공급의 부족으로 세포들의 활동에 필요한 산소나 영양분의 공급도 불충분하게 된다.
당뇨발의 경우 더욱 주의해야 할 부분은 CT angiography 등의 검사를 통해 환자의 큰혈관 상태를 확인했을 때, 하지에 혈액공급이 충분하다고 일견 보일지라도, 창상치유가 원활히 되기 위한 혈액순환의 조건이 형성되었다고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당뇨환자의 경우 동맥과 같은 큰 혈관 뿐만 아니라, 실제 조직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모세혈관에도 이상이 생기게 된다.
이렇게 모세혈관 벽이 두꺼워지게 되는 미세혈관병증 (Microangiopathy) 이 발생하게 되면, 산소, 백혈구, 영양분들이 모세 혈관벽을 통과하여 조직까지 이동하기가 어렵게 되고, 조직으로 전달되어야 할 산소나 영양분의 절대 양이 부족하게 되어 조직이 괴사된다. 미세혈관병증의 경우 혈관조영사진결과만으로 알아차리기 어렵기 때문에, 경피산소분압 (TcPO 2: 혈액의 산소가 혈관을 빠져나와 실제 창상이 있는 피부조직으로 전달되는 산소의 양) 을 함께 측정해야 정확한 진단이 가능하다.
이러한 혈액순환부전의 개선을 위해, 혈당 조절, 고혈압 약물치료, 고지질증 약물치료, 항혈소판제제 및 항혈전제제, 혈관확장제 등의 약물 요법을 보존적 치료로 흔히 사용하게 되며, 경피적 동맥 확장술 (Percutaneous transluminal angioplasty; PTA) 은 당뇨발 환자의 하지혈류증진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과거에 많이 사용되었던 혈관우회 이식술 (Surgical bypass graft) 에 비해 경피적 동맥 확장술은 덜 침습적이고 치명률이 낮으며, 재원기간을 줄일 수 있고, 더 적은 비용이 드는 등 장점이 많아 최근 각광을 받고 있다. 더욱이 경피적 동맥확장술은 재발되는 당뇨발 궤양에 있어서도 반복적으로 시술이 가능하고, saphenous vein 을 보존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특히 필자가 속한 고대구로병원 당뇨창상센터연구팀이 2018년 9월에 International Wound Journal 에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기존의 통설과는 달리 매우 심각한 혈액순환부전 상태의 환자에게 있어서도 경피적 동맥확장술이 경피산소분압과 Toe pressure (TP) 의 증가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고압산소치료 (Hyperbaric oxygen therapy; HBO) 는 정상대기압 두배 이상의 압력의 100% 산소를 공급하는 치료법으로, 이를 통해 혈장에 용해되어 있는 산소의 분압을 증가시킴으로써 조직으로의 산소 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다. 하지만 실제 임상 현장에서 고압산소치료기기가 불가용한 경우도 많고, 환자의 순응도가 떨어지는 등 고압산소치료기기를 적용 하기 어려운 경우에는 정상압산소치료 (Normobaric hyperoxic therapy; NBO) 를 적용해도 당뇨발환자의 조직내 산소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다.
Extracorporeal shockwave therapy (ESWT) 는 약 30 여년 전에, 신장결석을 치료하기 위한 목적으로 임상에 처음 소개되었던 치료법으로, 최근에는 혈관신생을 촉진하여, 창상 치유를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되어 새로이 당뇨발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본 교실에서 10명의 당뇨발 환자를 대상으로 일주일에 2차례씩, 총 6 세션을 진행했던 예비연구에서, 경피산소분압이 19.6 % 가량 증가하였고, 레이저 도플러를 통해 측정한 피부혈류량 또한 30.9 % 가량 증가하였다.
그 외에도 human adipose-derived stromal vascular fraction (SVF) 세포를 주사하여, 미세혈류가 개선된다는 기초 연구 결과를 실제 임상 현장에 적용하려는 연구들도 새로이 시작되고 있는데, 본교실 에서 시행한 예비 연구에서, 당뇨발에 SVF 를 주사 하고 나서 12주 뒤에 측정한 경피산소분압 값이 31.3 mmHg 에서 46.4 mmHg 로 약 1.5배 상승하였고, 레이저 도플러 값 또한 34.0 에서 76.1 로 약 2.2배 증가한 것을 확인하였다.
세균감염 (Infection)
당뇨발 환자의 감염에 있어서의 치료는 항균제의 사용과 감염부위의 수술적 및 비수술적 치료에 의해 이루어 진다. 당뇨창상과 같은 만성창상은 필연적으로 여러 종류균 (polymicrobial)에 의한 감염일 수밖에 없지만, 지금까지의 연구는 종류가 다른 여러 세균들간의 상호작용 보다는 하나의 원인 병원균에 초점을 두고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점차적으로 세균들간의 상호작용이나 community 에 중점을 두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데, 이러한 세균의 상호작용과 관련해서 최근 biofilm 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생존과 생장을 위하여 세균들은 다른 세균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데, 같은 물리적 환경 내에서 살아가는 세균들의 모임 중의 하나를 biofilm 이라 하며, 보고에 따르면 biofilm 이 형성된 창상의 세균은 항균제 치료에 약 50-1,000 배의 저항성을 갖게 된다고 한다. 따라서 biofilm 이 형성되지 않도록 조기에 감염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며, 본 교실에서는 이러한 biofilm 이 형성된 당뇨발 환자들의 감염에 대해, 적극적인 수술적 변연절제술을 시행하고, 조기에 음압창상치료 (Negative Pressure Wound Therapy; NPWT) 와 피부이식을 동시에 적용함으로써, biofilm 을 치료하는데 좋은 성과를 거두어 왔다.
세포의 기능 개선 (Source of Healing)
당뇨발 환자에서 기능이 감소되어 있는 세포들의 기능을 활성화시키기 위해서는 물론 혈당을 적절히 유지하는 것이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한다. 그 외에도 부족한 영양분을 찾아 보충해주거나, 세포활성에 도움이 되는 드레싱제를 사용하는 방법, 성장인자 치료법, 세포이식 치료법 등 여러 가지 다양한 방법들 이 임상에서 실제 적용되거나 임상시험을 통해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비타민이나 미량원소 (철분, 아연, 마그네슘, 구리 등) 인자의 경우에는 현실적으로 혈중농도를 간단히 측정하기가 어렵지만, 당뇨환자의 경우에는 당뇨질환 이 영양소의 대사과정을 변화시키거나 미량원소에 운송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기 때문에, 적절한 양의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
창상 부위에 적절한 습윤 환경을 제공해 주고 세균 침범을 막아 창상부위의 세포들이 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반드시 필요한데, 전통적인 거즈드레싱의 단점을 개선한 새롭고 다양한 드레싱제제들이 현재 굉장히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또한 당뇨발 세포의 기능 부전으로 인해 감소되어 있는 성장인자를 외부에서 공급해 줌으로써 당뇨발을 치료하는 방법들도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하지만 창상 치유라는 것이 여러 종류의 세포와 세포외기질, cytokine 들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진행되어야 하기 때문에, 한 가지 성장인자만 지속적으로 공급해 줄 수밖에 없다는 한계와 반감기가 짧고, 쉽게 불활성화되는 성장인자들의 특징으로 인해, 그 이론과는 달리 그 효과가 기대만큼 크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시도되는 방법이 세포이식치료법으로, 섬유아세포나 각질세포 등을 구성성분으로 하는 자가배양표피, 동 종배양진피, 동종배양피부 등의 다양한 배양피부대체 물들이 개발되어 실제 당뇨발치료 및 만성창상 치료에 적용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동종이형지방유래줄기세포를 포함한 하이드로겔 (Allogeneic Adipose Derived Stem Cell . Hydrogel Complex) 을 당뇨창상에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 이러한 최신 창상 치료 기법은 당뇨병으로 인해 세포의 기능이 많이 떨어져 있는 당뇨발 환자들의 창상치유능력을 개선시킴으로써, 그 치료목적을 달성하는데에 기여하는 것으로 보인다.
최선의 창상 치유는 세포의 이동, 증식, 기질의 형성, 재형성 등의 매우 복잡한 창상치유과정의 여러 요소들이 조화롭게 잘 작용하여야만 달성될 수 있다.
특히 혈액순환부전과 감염, 신경병증, 세포기능부전 이 동반되어 있는 당뇨발 치료에 있어서는 각 요소들이 잘 작용할 수 있도록, 치료를 진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 당뇨발 치료에 있어서, 많은 연구자들은 활발한 기초 연구와, 중개연구 (Translational research) 를 진행해오고 있고, 이를 실제 임상에 적용하면서 좋은 결과를 얻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많은 당뇨발 환자들이 족부절단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