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론
칼시뉴린 억제제(타크로리무스)는 방선균(Streptomyces tsukubaensis)에서 생성되며, 1984년에 발견되었다. 타크로리무스는 1형 및 2형 보조 T세포 활성화에 관여한다. 그러므로 Th1(인터페론 감마, 인터류킨 2)과 Th2(인터류킨 4, 인터류킨 5) 사이토카인 생성을 강력하게 억제한다. 또한 타크로리무스는 비만세포에서 히스타민 방출을 억제한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출시된 이후(1999년) 도포용 타크로리무스가 75개 이상의 국가에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사용되고 있다. 도포용 타크로리무스는 도포용 스테로이드에 효과가 없거나, 부작용 때문에 사용하지 못하는 환자의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이다.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증상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며 지속되는 가려움증, 만성 염증, 피부 장벽 기능 저하, 건조 피부이다. Th2 사이토카인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이 아토피 피부염 발생과 악화에 관련이 있다. 심한 가려움증에 의한 긁음은 피부 장벽을 손상시켜, 가려움증과 긁음의 악순환(itch-scratch cycle)을 유발하여 증상을 악화시킨다.
유럽, 중국, 일본에서 시행된 유전체 상관 분석 결과에 의하면 피부 장벽, Th2 염증과 관련된 유전자가 아토피 피부염과 관련되었다. 아토피 피부염 증상은 항인터류킨 4 알파수용체 항체(anti-IL-4 receptor
α antibody)를 투여하면 호전되었다. Th2 세포에 의해 생성되는 인터류킨 31은 가려움증을 유발하며, 항인터류킨 31 수용체 A 항체를 투여하면 아토피 피부염의 가려움증이 억제되었다.
2. 가려움증 조절
가려움증은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삶의 질을 저하시킨다. 가려움증과 긁음의 악순환을 겪으면서 증상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기 때문에, 가려움증과 긁는 행동을 억제하면 피부 병변이 호전된다. 도포용 타크로리무스는 성인과 소아 아토피 피부염 환자에서 가려움증을 줄이고 가려움증과 긁음의 악순환 해소에 도움이 되었다.
2.1 감각 신경 활성화 억제
건강한 사람의 피부 감각 신경은 진피· 표피 경계부와 진피에 분포한다. 그러나 아토피 피부염의 병변에서 감각 신경 섬유는 표피까지 광범위하게 분포되어 있으며, 또한 외부 자극에 매우 민감하다. Picryl
chloride에 의한 접촉 알레르기 동물 실험에서 도포용 타크로리무스가 염증 세포의 침윤, 신경 섬유의 연장 뿐만 아니라 P 물질과 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CGRP)를 억제하였다.
이러한 반응은 도포용 베타메타손을 사용하였을 때에도 유도되었으나, 긁는 행동은 도포용 타크로리무스를 이용한 군에서만 감소되었다. Dinitrofluorobenzene을 이용한 접촉 알레르기 실험에서 타크로리무스를 도포하면 긁는 행동, 감각 신경 연장, 신경 성장 인자와 preprotachykinin의 mRNA 발현이 감소하였다.
집먼지진드기를 이용한 동물 모델에서 베타메타손 도포는 긁는 행동을 감소시키지 않았으나, 강력한 스테로이드(클로베타솔)를 도포하였을 때에는 감소하였다. 타크로리무스 도포는 클로베타솔을 도포하였을 때와 유사한 정도로 긁는 행동이 감소하였다.
소수의 연구에서 타크로리무스가 감각 신경에 직접 작용하여 활성화를 억제한다고 보고하였다. 아토피 피부염 병변에서 P 물질, 신경 성장 인자, neurotrophin-3를 타크로리무스 도포 전후에 비교하였다. 감각 신경에서 유래한 펩타이드가 치료 후에 현저히 감소하였다. 돼지의 뒤뿌리 신경절에서 유래한 감각 신경 세포를 배양하여 타크로리무스를 투여하였다.
감각 신경 세포를 탈감작시키고, transient receptor potential vanilloid 1(TRPV1)의 인산화에 따른 신경 세포로의 칼슘 유입을 차단하므로써 P 물질의 분비를 억제하였다. 그러나 배양된 신경 세포에 타크로리무스를 투여한 직후에 많은 양의 칼슘이 유입되었다. 그러므로 타크로리무스 도포에 의한 피부 자극감은 신경 섬유 세포에 직접 작용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도포용 타크로리무스의 항소양증 및 화끈거림 등의 부작용은 피부 신경 말단에 직접 작용한 결과이다.
2.2 인터류킨 31 억제
Th2 세포에서 유래한 인터류킨 31이 아토피 피부염에서 가려움증을 매개한다. 인터류킨 31 형질 전환마우스 모델에서 심한 피부 긁음, 아토피 피부염과 유사 피부 병변이 관찰되었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 병변과 혈청에서 인터류킨 31이 상승되어 있으며, 수치는 아토피 피부염의 임상 증상, 중증도와 상관 관계가 있었다.
인터류킨 31 수용체는 감각 신경 세포에서 TRPV1과 transient receptor potential ankyrin1(TRPA1) 수용체와 함께 분포하고 있다. NC/Nga 마우스에서 아토피 피부염 유사 피부 병변이 발생하는데, 타크로리무스를 도포하면 인터류킨 31을 하향 조절하므로 피부 병변이 억제되었다. 인터류킨 31은 진피 신경 섬유의 수와 밀접한 상관 관계를 보였다. 그러므로 타크로리무스가 감각 신경의 탈감작 뿐만 아니라 인터류킨 31을 억제함으로써 가려움증을 완화 시킨다.
3. 알레르기 반응 억제
3.1 선천 면역 반응과 타크로리무스
선천 알레르기 반응은 면역글로불린 E 항체 생성이 필요하지 않은 인터류킨 18, 인터류킨 24, 인터류킨33, Thymic stromal lymphopoietin(TSLP) 생성에 의한다. 선천 림프세포(Innate lymphoid cells; ILC)는 ILC1, ILC2, ILC3의 3가지 아형으로 구분되며, 선천 알레르기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ILC2는 인터류킨 25, 인터류킨 33, TSLP의 작용에 의해 많은 양의 인터류킨 5, 인터류킨 13을 분비하여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한다. 최근에 인터류킨 25, 인터류킨33, TSLP이 아토피 피부염 발병에 관여한다는 가설이 제시되었다.
선천 알레르기 반응의 자극원으로서 피부 표면 미생물총이 관여한다. 아토피 피부에 황색 포도알균이 집락을 형성하고 있다. 황색포도알균이 분비하는 B형 장독소(Staphylococcal enterotoxin B; SEB)는 강력한 초항원이며, T세포 증식과 인터류킨 31, 인터류킨 33 생성을 유도한다. 타크로리무스는 SEB가 유도하는 T세포 증식을 억제한다. 오브알부민에 감작된 마우스에 SEB를 투여하면 인터류킨 33 과 ST2 수용체의 mRNA가 상승하였다. 이러한 반응은 타크로리무스를 도포하였을 때에 억제되지만, 베타메타손을 도포하였을 때에는 억제되지 않았다.
아토피 피부염환자에서 타크로리무스를 도포하였을 때에 황색포도알균 집락의 수가 감소하였다. 그러므로 황색포도알균 집락을 줄이고 SEB 생성을 억제함으로써 인터류킨 33에 의한 선천 알레르기 반응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오브알부민에 감작된 천식 마우스 모델에서 인터류킨 33을 투여하면 스테로이드 치료에 의한 반응이 낮다. 인터류킨 33과 인터류킨 31에 의해서 호산구와 섬유모세포는 많은 양의 케모카인을 생성하여 아토피 피부염을 만성화시킨다. 도포용 타크로리무스는 인터류킨 31과 인터류킨 33의 발현을 억제하므로 스테로이드 저항성과 만성화를 억제한다.
Toll 유사 수용체(Toll-like receptor; TLR)는 미생물의 생성물을 감지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TLR2유전자의 다형성은 아토피 피부염의 심한 표현형과 연관이 있다. 성인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피부 병변에서 TLR2 발현이 감소하면 TLR1 발현이 증가한다. 타크로리무스 도포가 TLR1의 상향 조절 및 TLR2의하향 조절을 통하여 TLR1/TLR2의 불균형을 해소하므로 피부의 항생 능력을 증가시킨다.
페리오스틴은 fasciclin족에 속하는 모세포 단백질로서, 인터류킨 4 와 인터류킨 13에 의해서 간질에서 발현이 증가한다. 페리오스틴의 발현은 알레르기 반응의 만성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알레르기 결막염 환자에서 눈물의 페리오스틴 양 또한 증가되어 있었으며, 타크로리무스 점안제를 사용하였을 때에 알
레르기 결막염 완화 및 눈물의 페리오스틴이 감소하였다.
3.2 만성화 억제
태선화되고 두꺼워진 피부 병변은 표피의 가시세포증과 진피의 섬유화에 기인한다. 타크로리무스 도포는 transforming growth factor β-1에 의해서 유도되는 섬유모세포 증식과 1형 아교질 생성을 억제한다. 도표용 타크로리무스 또는 도포용 하이드로코티손 치료 전·후의 피부 병변에 침윤된 염증 세포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도포용 타크로리무스에 의해 CD3+, CD4+, CD8+ T세포와 호산구, 호중구는 도포용 하이드로코티손 치료보다 유의하게 감소하였으나, CD1a+ 세포와 비만세포는 무관하였다.
도포용타크로리무스는 인터류킨 4, 인터류킨 5, 인터류킨13, 인터페론 감마, 인터류킨 12, CCR3, CXCR4를
표현하는 세포 침윤을 감소시켰다. 하이드로코티손을 도포한 경우보다 현저하였다. 이러한 결과는 타크
로리무스가 기억 CD4+ T세포에서 인터페론 감마, 인터류킨 4, 인터류킨 17의 생성을 억제할 뿐만 아니라,
미성숙 T세포가 Th1, Th2, Th17 기억 T세포로 분화 또한 억제한다는 기존의 연구 결과와 일치하였다.
3.3 비만세포 활성화 억제
타크로리무스가 항면역글로불린 E 항체에 의해서 자극된 비만세포에 의한 히스타민 분비를 억제한다. 항면역글불린 E에 의해 활성화된 비만세포가 유도하는 C-C motif chemokine ligand (CCL) 1, CCL3, CCL4, CCL18는 타크로리무스에 의해서 억제되지만, 덱사메타손은 오히려 상승한다. 반대로 CCL2, CCL7, CXCL3, CXCL8의 유도는 덱사메타손에 의해 억제되고, 타크로리무스에 의해서 상승한다. 덱사메타손과 타크로리무스를 병합하여 투여하면 모든 케모카인의 생성을 억제한다.
스테로이드와 타크로리무스의 병합 사용은 비만세포에서 유래된 케모카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알레르기 질환 치료에 매우 효과적이다. 비만세포는 황색 포도구균이 분비하는 δ독소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지만 황색 포도구균에 의해서 활성화된 비만세포와 타크로리무스의 작용 기전은 미상이다.
4. 피부 장벽 기능에 대한 영향
아토피 피부염에서 피부 장벽 기능 이상은 필라그린 유전자 돌연변이, Th2 사이토카인에 의한 필라그린 발현 감소, 긁음에 의한 물리적 손상 등의 다양한 원인이 관여한다. 그러므로 보습제 도포가 필수적이다.
도포용 타크로리무스와 도포용 모메타손 치료 결과는 유사하였으나, 타크로리무스를 도포한 군에서 경피 수분 손실 및 수분 유지가 개선되었다. 세포 사이의 지질 층판은 타크로리무스를 도포한 군에서 현저하게 증가하였다. 도포용 타크로리무스와 도포용 모메타손을 이용한 피험자 비교 실험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었다. 도포용 베타메타손은 자연 보습 인자를 감소시켜 피부 장벽 기능을 저하시키나, 도포용타크로리무스는 피부 장벽 기능을 개선시켰다.
5. 결론
타크로리무스는 강력한 면역 억제제이므로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로 사용한다, 최신 연구에 의하면 면역 역제 외에도 비만세포· 가려움증· 선천 알레르기 반응 억제 등의 다양한 작용 기전이 밝혀졌다. 타크로리무스의 다양한 작용 기전을 표 1과 그림1에 요약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