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과학기술원(GIST, 총장 임기철)은 생명과학과 남정석 교수 연구팀이 간암에서 약물 내성과 면역 회피를 동시에 유발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는 단백질 ‘디스에드헤린(Dysadherin)’을 규명하고, 이를 표적으로 하는 치료 전략의 가능성도 제시했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간암 치료의 가장 큰 난제로 꼽혀 온 재발과 치료 저항성의 공통 기전을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왼쪽부터) GIST 생명과학부 남정석 교수, 부산대학교 김형식 교수,
GIST 장태영 석박통합과정생, GIST 전소엘 석박통합과정생
간암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률이 매우 높은 암 가운데 하나로, 치료 후 재발이 잦고 기존 항암제나 면역항암제에 대한 반응도 제한적인 경우가 많다.
특히 종양 내부의 암조직에는 항암 치료 이후에도 살아남아 다시 종양을 형성하는 암 줄기세포*가 존재하며, 종양 미세환경은 면역세포의 공격을 차단하는 면역 억제 상태를 형성해 치료 효과를 떨어뜨린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암 줄기세포 형성과 면역 회피 현상이 어떤 과정을 통해 동시에 나타나는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이 연결 고리를 규명하는 것은 약물 저항성, 전이, 재발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표적 발굴로 이어질 수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연구팀은 디스에드헤린에 주목했다. 디스에드헤린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당단백질로, 그동안 암의 진행과 전이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기존 임상 연구에 따르면 디스에드헤린은 여러 종류의 암세포에서 발현이 증가하는 반면, 정상 세포에서는 드물게 관찰되는 특징을 보인다.
* 암 줄기세포(Cancer Stem Cells): 암세포 중에서 줄기세포처럼 스스로를 복제하고 다양한 암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소수의 세포다. 항암 치료 후에도 살아남아 암의 재발과 전이를 일으키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임상 환자 데이터 분석과 생쥐 종양모델, 인간화 마우스 모델*을 활용해 디스에드헤린이 간암에서 발현될 경우 암의 진행 속도가 빨라지고 공격성이 커지며 재발 위험도 눈에 띄게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나아가 디스에드헤린이 간암에서 암 줄기세포 형성과 면역 회피가 동시에 일어나는 작동 원리를 규명하고, 해당 신호를 차단했을 때 종양 성장이 효과적으로 억제되는 것을 실험용 동물을 대상으로 한 전임상 모델에서 입증했다.
* 인간화 마우스(Humanized Mouse) 모델: 면역 결핍 쥐에 인간의 조혈모세포를 이식해 인간과 유사한 면역 체계를 갖도록 만든 실험용 동물 모델이다. 인간의 면역 반응을 모사할 수 있어 면역항암제의 효능을 평가하는 데 널리 사용된다.
간암 환자의 유전체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디스에드헤린 발현 수준이 높은 환자군은 종양이 더 빨리 진행될 위험이 뚜렷하고 예후도 좋지 않은 경향을 보였다.
특히 디스에드헤린이 많이 나타날수록, 간암 세포의 공격성과 깊이 관련된 OCT4* 단백질의 양이 늘어나고, 세포 성장과 증식을 조절하는 YAP* 신호가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이 확인됐다. 이는 디스에드헤린이 간암 세포를 더 공격적이고 치료에 잘 반응하지 않는 상태로 바꾸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이러한 경향은 실제 환자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서도 확인돼, 디스에드헤린의 발현이 높은 경우 암이 더 빠르게 진행되고 생존 가능성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 OCT4(Octamer-binding transcription factor 4): 줄기세포의 자기재생과 다분화능을 유지하는 핵심 전사인자로, 암에서 발현이 증가할 경우 암 줄기세포 특성을 강화해 증식, 재발, 전이 및 약물 내성을 촉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YAP(Yes-associated protein): 세포의 증식과 사멸을 조절하는 ‘히포(Hippo) 신호전달 경로’의 핵심 단백질이다. 줄기세포와 암세포의 분열·분화·이동 등 다양한 세포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디스에드헤린을 표적으로 하는 새로운 치료 전략의 가능성도 제시했다. 디스에드헤린의 작용을 억제한 간암 세포를 인간화 마우스 모델에 이식한 결과, 암 줄기세포의 성질이 감소하고 그동안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던 면역세포가 다시 활성화되면서 종양의 성장과 다른 장기로의 퍼짐(전이)이 뚜렷하게 줄어드는 현상을 확인한 것이다.
또한 디스에드헤린 억제 펩타이드를 종양 모델 마우스에 투여했을 때도 암 줄기세포 성질과 종양 성장 및 전이가 현저히 감소해, 디스에드헤린을 표적으로 한 치료 전략이 실제 치료 효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디스에드헤린이 간암에서 암 줄기세포 특성, 면역 회피, 항암 치료 저항성을 하나의 축으로 연결하는 핵심 조절 인자임을 규명한 성과다.
연구팀은 디스에드헤린이 FAK–YAP 신호 축*이라 불리는 세포 내 신호 흐름을 활성화해 암 줄기세포와 관련된 유전자(OCT4 등)와 면역세포의 공격을 피하게 만드는 물질(PD-L1)의 생성을 늘린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디스에드헤린이나 FAK–YAP 신호 흐름을 억제하면, 종양의 성장과 전이가 줄어들 뿐만 아니라 종양 주변의 면역 환경이 정상에 가까워지는 효과도 전임상 모델에서 확인했다.
* FAK–YAP 신호 축: 세포 부착 과정에서 활성화되는 FAK(Focal Adhesion Kinase) 신호가 YAP(Yes-associated protein)의 활성화를 유도해 핵으로 이동시키고, 그 결과 암 줄기세포성, 침윤·전이, 약물 내성 관련 유전자 발현을 증가시키는 신호 전달 경로다. 종양에서 이 신호 축이 과활성화되면 암의 악성도가 높아져 치료 표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남정석 교수는 “이번 연구는 간암 치료의 가장 큰 난제인 약물 내성과 면역 회피가 디스에드헤린–YAP 신호 축을 통해 서로 긴밀하게 연결돼 있음을 규명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며 “디스에드헤린을 표적으로 하는 억제 전략이 종양 성장과 전이, 면역억제 미세환경을 완화시키는 것으로 확인된 만큼, 향후 치료제 개발을 통해 기존 치료법에 반응하지 않는 중증 간암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GIST 남정석 교수와 부산대학교 치의학전문대학원 김형식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로 주도하고 GIST 장태영·전소엘 박사과정생이 공동 제1저자로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 선도연구센터지원사업(IRC) 및 GIST-전남대학교병원 공동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Nature) 계열의 의생명과학·분자 신호전달 분야 국제학술지《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에 2025년 12월 29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그림] 디스에드헤린에 의한 간암 악성화 및 면역 회피 기전 모식도.
디스에드헤린이 신호전달(FAK/YAP/TEAD)을 통해 암 줄기세포 유전자와 면역 회피 단백질(PD-L1)을 동시에 증가시키는 기전을 규명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