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약학과 권소희 교수 연구팀이 난소암 치료에 널리 사용되는 시스플라틴(cisplatin)에 대한 내성 획득의 분자적 기전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히스톤 탈메틸화 효소 KDM5B가 난소암 세포에서 내성 형성의 핵심 조절자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밝혔으며, 특히 동일 계열 효소인 KDM5A와 달리 KDM5B의 과발현이 시스플라틴 내성 및 종양 진행과 밀접하게 연관됨을 확인했다고 30일 밝혔다.
난소암은 시스플라틴 등 백금 기반 항암제가 1차 표준 치료로 활용되지만, 치료 과정에서 상당수 환자에게 약물 내성이 발생해 치료 효과가 저하되는 한계가 있다. 기존에는 이러한 내성의 주요 원인으로 후성유전학적(epigenetic) 변화가 제시돼 왔으나, 이를 유도하는 구체적인 분자 메커니즘에 대한 체계적인 규명은 부족한 상황이었다.
▲(왼쪽부터) 약학과 권소희 교수, 유정 박사
이번 연구는 난치성 난소암의 약물 저항성 형성 과정을 분자 수준에서 규명하고, 향후 정밀 치료 전략 수립에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연구팀은 RNA-seq 및 ChIP-seq 분석을 통해 KDM5B가 DUSP4 유전자의 프로모터에서 H3K4me3를 제거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이로 인해 세포 내 MAPK 신호전달 경로가 활성화되며, 암세포의 시스플라틴 내성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즉, KDM5B가 DUSP4 발현을 억제함으로써 항암제 내성을 촉진하는 핵심 분자 축을 형성함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팀은 KDM5B 단백질이 단순한 발현 증가가 아니라, 유비퀴틴-프로테아좀 시스템(UPS)에 의해 정교하게 조절된다는 점을 밝혔다. 이 과정에서 USP7, HIPK1, FBXW7 단백질이 관여하며, 이들 간의 균형이 무너지면 KDM5B가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내성이 강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KDM5B와 USP7을 동시에 표적할 경우 종양 성장이 유의하게 억제되고, 시스플라틴에 대한 감수성이 현저히 회복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이번 연구는 난소암에서 시스플라틴 내성을 유도하는 새로운 분자 축인 KDM5B–DUSP4–MAPK 경로와 이를 조절하는 UPS 단백질 네트워크를 통합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사례로 평가된다.
권소희 교수는 “KDM5B와 USP7을 동시에 표적하는 전략은 기존 항암제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 접근법이 될 수 있다”며 “이번 연구는 향후 난소암 정밀 표적 치료 전략 개발에 중요한 분자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NRF) 중견연구자 지원사업, 대학중점연구소지원사업, BK21 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으며, 유 정 박사가 단독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Signal Transduction and Targeted Therapy(Impact Factor 52.7, JCR 상위 0.2%)'에 게재됐다.

[그림. 시스플라틴 내성 난소암에서 KDM5B의 작용 기전을 나타낸 연구 모식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