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양치질을 깨끗이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국내 연구진이 입 속에 사는 세균이 장에 정착할 경우, 뇌의 신경세포에 영향을 줘서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최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생명과학과 고아라 교수, 박사과정 박현지 씨, 성균관대 의대 이연종 교수, 박사과정 천지원 씨 공동 연구팀이 서울대 의대 김한준 교수 연구팀과 구강세균이 장에서 만든 대사산물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 왼쪽부터) 고아라 교수· 박현지 박사과정
성균관대 이연종 교수·천지원 박사과정.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 5일 게재됐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손발이 떨리고 몸동작이 느려지는 대표적인 뇌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2%가 앓고 있는 흔한 병이기도 하다. 그동안 파킨슨병 환자의 장에 있는 세균들이 건강한 사람과는 다르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세균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그 세균이 만든 어떤 물질이 뇌까지 가서 병을 일으키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충치를 유발하는 구강세균 중 하나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세균이 생산하는 효소인 ‘우로카네이터 환원효소(Urocanate reductase, 이하 UrdA)’와 ‘이미다졸 프로피오네이트(Imidazole Propionate, 이하 ImP))’이라는 효소 대사산물 역시 다량으로 발견됐다. 이 물질은 실제 파킨슨병 환자 혈액에서 그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어, 실험용 동물 모델 장에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를 정착시키거나, UrdA를 발현하도록 조작한 대장균을 주입한 결과, 동물 모델 혈액과 뇌 조직에서 ImP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장에서 만들어진 ImP가 혈액을 타고 뇌까지 이동해 축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들도 나타났다. 도파민 신경세포 파괴, 신경 염증, 운동 기능 저하 등이 확인됐으며,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리 단백질인 ‘알파 시누클레인(α-synuclein)’ 응집도 촉진돼 병의 진행이 더 빨라졌다. 이는 특정 장내 미생물이 생산한 대사체가 파킨슨병의 루이소체 뇌병리 발달에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루이소체가 파킨슨병의 핵심 병리임을 고려할 때, 본 연구진이 규명한 이미다졸 프로피오네이트 대사 경로는 분자 진단을 통한 파킨슨병 조기 예방과 예방 치료제 개발의 유망한 타겟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병리 과정이 세포 내 신호 단백질인 mTORC1*1 활성에 의존하며, mTORC1 억제제를 투여할 경우, 이 같은 현상들이 억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구강세균과 장내 미생물 및 대사체에 의해 교란되는 뇌 병리 분자기작을 표적으로 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어, 향후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아라 교수는 “구강–장–뇌를 연결하는 새로운 파킨슨병 발병 경로를 밝혀냈다”라며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마이크로바이옴 핵심연구지원센터, 그리고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