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강세균의 장 정착이 파킨슨병 유발한다

  • 등록 2025.09.22 14: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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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강세균이 장에서 만든 대사산물이 뇌까지 침투하는 발병 경로 규명
충치 유발 구강세균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 동물모델에 정착시켰을때 파킨슨병 주요 증상 나타났다
POSTECH·성균관대 의대 공동 연구팀

매일 양치질을 깨끗이 해야 하는 이유가 하나 더 생겼다. 국내 연구진이 입 속에 사는 세균이 장에 정착할 경우, 뇌의 신경세포에 영향을 줘서 파킨슨병을 유발할 수 있다는 충격적인 연구 결과를 22일 발표했다.

 

최근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생명과학과 고아라 교수, 박사과정 박현지 씨, 성균관대 의대 이연종 교수, 박사과정 천지원 씨 공동 연구팀이 서울대 의대 김한준 교수 연구팀과 구강세균이 장에서 만든 대사산물이 파킨슨병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을 밝혀냈다.

( 왼쪽부터) 고아라 교수· 박현지 박사과정

    성균관대 이연종 교수·천지원 박사과정.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지난 5일 게재됐다.

 

 파킨슨병(Parkinson’s disease)은 손발이 떨리고 몸동작이 느려지는 대표적인 뇌 질환이다. 전 세계적으로 65세 이상 인구의 1~2%가 앓고 있는 흔한 병이기도 하다. 그동안 파킨슨병 환자의 장에 있는 세균들이 건강한 사람과는 다르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었지만, 정확하게 어떤 세균이 문제를 일으키는지, 그리고 그 세균이 만든 어떤 물질이 뇌까지 가서 병을 일으키는지는 수수께끼였다.

 

 연구팀은 파킨슨병 환자 장내 미생물을 분석한 결과, 충치를 유발하는 구강세균 중 하나인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Streptococcus mutans)’가 비정상적으로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세균이 생산하는 효소인 ‘우로카네이터 환원효소(Urocanate reductase, 이하 UrdA)’와 ‘이미다졸 프로피오네이트(Imidazole Propionate, 이하 ImP))’이라는 효소 대사산물 역시 다량으로 발견됐다. 이 물질은 실제 파킨슨병 환자 혈액에서 그 농도가 높게 나타났다.

 

 이어, 실험용 동물 모델 장에 스트렙토코커스 뮤탄스를 정착시키거나, UrdA를 발현하도록 조작한 대장균을 주입한 결과, 동물 모델 혈액과 뇌 조직에서 ImP 농도가 크게 증가했다. 이는 장에서 만들어진 ImP가 혈액을 타고 뇌까지 이동해 축적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파킨슨병의 주요 증상들도 나타났다. 도파민 신경세포 파괴, 신경 염증, 운동 기능 저하 등이 확인됐으며, 파킨슨병의 대표적 병리 단백질인 ‘알파 시누클레인(α-synuclein)’ 응집도 촉진돼 병의 진행이 더 빨라졌다. 이는 특정 장내 미생물이 생산한 대사체가 파킨슨병의 루이소체 뇌병리 발달에 위험 인자로 작용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루이소체가 파킨슨병의 핵심 병리임을 고려할 때, 본 연구진이 규명한 이미다졸 프로피오네이트 대사 경로는 분자 진단을 통한 파킨슨병 조기 예방과 예방 치료제 개발의 유망한 타겟으로서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또한, 연구팀은 이러한 병리 과정이 세포 내 신호 단백질인 mTORC1*1  활성에 의존하며, mTORC1 억제제를 투여할 경우, 이 같은 현상들이 억제된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구강세균과 장내 미생물 및 대사체에 의해 교란되는 뇌 병리 분자기작을 표적으로 한 파킨슨병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열어, 향후 새로운 치료 전략으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고아라 교수는 “구강–장–뇌를 연결하는 새로운 파킨슨병 발병 경로를 밝혀냈다”라며 “이번 연구는 장내 미생물을 표적으로 한 새로운 치료제 개발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라고 이번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삼성미래기술육성센터,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중견연구사업, 마이크로바이옴 핵심연구지원센터, 그리고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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