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도 국민이 원한다면 반대안해

  • 등록 2012.05.22 18:2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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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환규 의협회장 기자회견서 반대 입장 천명


노환규 대한의사협회 회장은 포괄수가제도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고, 제도확대시행을 뤼한 준비가 미흡할 뿐아니라 국민의 의료선택권을 제한하는 제도이어서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노환규 의협회장은 22일 오전 10시 프레스센터 기자회견장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포괄수가제 강제시행을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그는 다만, 국민이 원할 경우 수용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노 회장은 이날 포괄수가제는 의료행위에 따라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질병이나 시술에 포괄적으로 미리 정해진 의료비를 지급하는 제도로, 급증하는 의료비를 정부가 통제하기에 매우 좋은 제도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의료계가 정부의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을 통한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고, 포괄수가제를 확대 실시하는데 준비가 부족한 점을 들었다.

노 회장은 포괄수가제가 확대 시행될 경우 환자의 조기퇴원 강요, 필요한 검사나 치료의 생략, 싸구려 의료용품 사용 가능성, 새로운 기술 사용제한에 따른 국민선택권 제한, 고위험도 환자 기피 우려 등 많은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성을 사전에 막기 위해서는 사전 장치가 마련되어야 하나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 회장은 사전 준비 장치로 적정수가, 포괄수가제를 세분화하여 각기 다른 수가를 적용하기 위한 환자 분류작업, 과소진료를 방지하기 위한 의사의 행위료 분리방안, 진료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방안 등을 제시했다.

한편 노환규 회장은 포괄수가제 저지를 위해 파업 투쟁을 할 것이라는 일부의 지적에 대해 사실과 다르다며, 국민이 포괄수가제를 원할 경우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포괄수가제 관련 대한의사협회 기자회견문((요지)

 

 

정부는 오는 7월부터 백내장수술로 알려진 수정체수술, 편도 및 아데노이드 절제술, 충수절제술, 서혜부 및 대퇴부 탈장수술, 항문수술, 자궁 및 부속기 수술, 제왕절개분만 등 7개 질병군에 대하여 포괄수가제를 의원과 중소병원에 강제 적용한다고 발표하였습니다.

포괄수가제란 의료행위에 따라 의료비를 지급하지 않고, 질병이나 시술에 포괄적으로 미리 정해진 의료비를 지급하는 지불제도를 말합니다. 즉 의료서비스의 양이나 질 등 진료 내용에 관계 없이 질병군별로 미리 책정된 정액 진료비를 의료서비스 제공자에게 지불하는 제도인 것입니다. 식당으로 말하면 적게 먹거나 맘껏 먹어도 똑 같은 비용을 지불하는 부페식당과 같은 제도입니다.

우리나라처럼 정부가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경우, 의료행위에 따라 일일이 의료비를 지불하는 것은 계산이 매우 복잡할 뿐만 아니라 늘어나는 의료행위를 감당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포괄수가제를 도입하면 진료량이 늘어날수록 순수입의 감소가 초래되어 불필요한 진료의 감소가 일어나기 때문에 정부가 건강보험을 운영하는 일부 나라에서 이 제도를 부분적으로 혹은 광범위하게 도입하였습니다. 즉 이 제도는 국민의 건강을 위해 좋은 제도가 아니라 급증하는 의료비를 정부가 통제하기에 매우 좋은 제도인 것입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포괄수가제의 강제 확대 시행에 반대하기 위해 이 자리에 나왔습니다. 의료계가 정부의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을 통한 확대에 반대하는 이유는 첫 번째 포괄수가제라는 제도가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며 두 번째 우리나라는 포괄수가제를 확대 실시하기에 준비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먼저 포괄수가제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릴 수 있는 위험성이 있는 제도입니다. 좋은 재료를 쓰거나 검사가 늘어나거나 치료기간이 길어질수록 진료원가는 높아집니다. 그런데 진료비가 따라서 증가하지 않고 고정되어 있다면 의사들은 재료비나 검사료, 그리고 치료비를 아끼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것은 포괄수가제를 도입한 나라들과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시범사업에서 모두 확인된 사실입니다.

진료비를 절약하는 것은 긍정적인 일이지만, 환자의 상태가 일정하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의료비의 지출이 예상되는 경우에는 환자가 퇴원하기에 아직 불안한 상태인데도 의사가 조기퇴원을 강요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경우에 따라 의사가 필요한 검사나 치료를 생략할 수도 있습니다. 싸구려 의료품을 사용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외국에서는 이러한 불성실 진료로 인해 사망률이 증가할 수 있음도 확인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어도 사용할 수 없습니다. 환자의 선택권이 제한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포괄수가제가 전면 확대되면 병원들이 치료비가 많이 드는 고위험도 환자를 기피하게 되어 환자가 이곳 저곳에서 떠밀리는 신세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위험성을 사전에 막으려면 반드시 몇 가지 사전 장치가 사전에 준비 되어야 합니다. 그 첫째는 적절한 비용, 즉 적정수가입니다. 포괄수가제가 가져올 수 있는 많은 위험들은 진료의 수가, 즉 사전에 정해진 진료비가 저렴하게 책정될수록 그 위험이 커집니다. 부페식당에서 좋은 재료를 사용한 좋은 음식을 내놓기 위해서는 그 만큼의 비용을 받아야 하는데 원가에도 못미치는 저렴한 가격을 받아야 한다면 좋은 재료를 쓰기 어려울 것입니다.

두 번째는 적정진료를 위해 포괄수가제를 세분화하여 각기 다른 수가를 적용하기 위한 환자 분류작업이 필요합니다. 경한 환자나 중한 환자가 똑 같은 수가를 받는다면 중한 환자는 모든 의사들이 회피하게될 것입니다.

세 번째는, 과소진료를 방지하기 위해 의사의 행위료를 분리하는 방안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넷째, 임상진료지침 그리고 진료의 질을 평가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방안이 미리 마련되어야 합니다. 의사들이 필요한 검사를 누락시키지 않도록, 필요한 처치를 생략하지 않도록 질 관리를 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한 것입니다.

불행히도 우리나라의 제도는 이 네 가지 사전장치가 모두 준비가 안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에서는 선시행, 후보완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면서, 먼저 시행을 하고 나중에 보완을 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국민의 생명이 달린 문제입니다. 한 번 잃은 생명은 보완할 수가 없습니다. 정부가, 보건복지부가, 진정 국민의 건강을 염려하고 생각한다면 절대 이런 말을 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전문가 단체인 의사협회가 포괄수가제의 강제시행을 반대하는 뚜렷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한편 정부와 일부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포괄수가제가 도입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의사들의 과잉진료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의사들이 불필요한 검사와 치료를 남발하기 때문에 이 제도가 필요하다고 정부와 시민단체들은 주장합니다.

그 말은 사실입니다. 실제로 그런 과잉진료가 있어왔습니다. 음식의 가격을 결정할 수 있는 식당 주인과는 달리 가격 결정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의사들은 정부가 정해놓은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하지 않고 과잉진료라는 편법으로 원가를 보전해온 것입니다. 과잉진료란, 불필요한 검사나 치료만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선진외국처럼 한 명의 환자를 세밀하게 진료하지 않고 2시간 대기 1분 진료를 통해 불성실 진료를 하는 것도 과잉진료입니다. 과잉진료를 없애려면, 과잉진료의 원인을 찾아서 제거해야 할 것입니다. 과잉진료의 원인은 다름아닌 원가에 못미치는 낮은 진료수가입니다.

원가에 못미치는 진료수가라는 근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의사들이 수입을 보전하기 위해 과잉진료라는 편법을 동원한 것에 대하여 저희 의사들은 크게 반성하고 부끄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희 의사들은 앞으로 더 이상 근본적인 문제를 방치하지 않으려 합니다.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괄수가제의 확대는 절대 충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강행되어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의료전문가 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 확고한 입장입니다.

12년 전, 의사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의약분업이 국민의 불편과 의료비의 급증을 초래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격렬히 반대하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끝내 의약분업을 강행하였습니다. 그 결과, 의사들의 예고대로 병의원에서 약을 받지 못하고 처방전을 들고 병의원 밖의 약국을 방문해서 약을 타야 하는 국민의 불편과 불필요한 의료비 지출이 크게 늘어남으로써 국민 부담이 가중되었습니다.

12년이 지난 오늘, 의료계는 제대로 준비되지 않은 포괄수가제라는 지불제도의 개편이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고 의료의 질을 떨어뜨림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훼손할 것이라는 분명한 경고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만일 이 경고가 정부와 국민에게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그 책임은 정부와 국민의 탓이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은 의사들에게 그 책임이 있다고 할 것입니다.

이미 말씀드린 것처럼, 그 동안 의사들은 원가 이하의 진료수가를 강요하는 제도 안에서 과잉진료 등 편법 불법진료를 해왔음을 고백하고 반성합니다. 근본적인 문제를 그대로 방치한 채, 어쩔 수 없다는 자기합리화를 하면서 편법과 불법을 동원한 것을 고백하고 반성합니다. 그리고 저렴한 의료비를 내고도 좋은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것처럼 정부가 국민을 속이는 것을 옆에서 바라만 보고 침묵해온 것을 반성합니다.

의사들은 이제 앞으로 더 이상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합니다. 그 동안의 부끄러운 모습을 반성하고 용기를 내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기 위한 목소리를 내려고 합니다.

 

1. 대한의사협회는 준비되지 않은 포괄수가제의 강제 확대시행을 국민의 건강을 위해 강력히 반대합니다.

 

2. 정부는 의료의 질을 떨어뜨리는 포괄수가제의 확대를 중지하고, 원가 이하의 의료수가를 현실화하고 적정진료의 통제기전을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3. 포괄수가제의 확대는 의료의 질 저하를 방지할 수 있는 사전장치가 반드시 사전에 마련되어야 합니다. 선시행 후보완이 아니라, 선보완 후시행 되어야 합니다.

 

4. 정부는 의사단체를 전문가단체로, 그리고 제도시행의 파트너로 인정하고 존중해야 할 것입니다.

2012. 5. 22.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염원하는 대한의사협회

안지영 기자 clinic321@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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