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론
최근 치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언론에서 치매로 인해 발생하는 여러 사회 문제를 보도하는 일들이 늘어나고 있으며 국가에서도 치매국가 책임제라는 이름아래 치매 관리를 위한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렇게 우리 사회에서 치매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는 이유는 평균 수명의 연장과 저출산 문제로 인하여 고령화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 관련 질환들이 대부분 고령 일수록 유병률이 증가하기에 향후 치매 환자 역시 매우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치매 관리 부담 또한 증가할 것이 예상되어 최근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의 예측 향후 기대수명을 살펴 보면 2030년 이후 한국 여성의 기대수명이 세계 최초로 90세를 넘어서서 우리나라가 전통적인 장수 국가인 일본을 넘어 세계 최장수 국가가 될 전망이다. 또한 이미 작년에 우리 사회는 65세 이상 노령인구가 14%를 넘어서서 고령사회에 진입하였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령 인구 중 치매환자는 2015년 64만 8,223명이었으나, 17년 마다 두 배씩 증가하여 2024년에 100만 명, 2041년에 2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된다. 본 글에서는 치매의 정의와 치매 증상의 특징 및 치매 관련 주요 질환을 알아봄으로써 치매에 대한 주요 개념들을 설명하고자 한다.
본론
1. 치매의 정의와 주요 특징
치매는 정상적으로 일상 생활을 해오던 사람에게 후천적 원인으로 인해,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기능의 장애가 나타나, 일상생활을 혼자 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한 영향을 주는 상태를 말한다. 2013년에 발표한 Diagnostic and Statistical Manual of Mental Disorder (DSM) 제5판에서는 치매라는 용어 대신 좀더 포괄적으로 주요 신경인지장애(major neurocognitive disorder)와 경도 신경인지장애 (mild neurocognitive disorder)로 진단기준을 개정하였다. 이전의 치매라는 개념은 주요 신경인지 장애 기준에 주로 포함된다. (Table 1) 이러한 진단 기준의 변화는 기존의 치매 기준에 비해 여러 임상 증상이 다양한 환자도 포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치매는 사회적으로 흔히 일컬어지는 증상이지만 단일 질환에 의한 증상이 아니라 인지 기능에 영향을 주는 다양한 질환에 의해 발생하고 그 증상도 복합적이어서 개념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치매의 주요 특징들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좀 더 다양한 관점에서 접근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흔히 치매의 A,B,C,D를 이해해야한다는 말을 많이 이야기 한다. A는 Activities of daily living (ADL), 즉 일상생활수행 능력의 감소를 이야기하며 B는 Behavioral and psychological symptoms of dementia (BPSD), 이상 행동과 정신, 심리 증상을 말한다. C는 Cognitive decline, 치매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를 뜻하며 마지막으로 D는 Differential diagnosis, 즉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에 대한 감별 진단을 말한다.
치매환자의 일상생활 수행 능력은 앞서 언급한 치매 진단의 기준에서 치매 평가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식사, 용변, 목욕하기, 옷 입기, 거동하기, 몸치장하기, 전화하기, 장보기 등 우리가 일상 생활의 각활동들을 정상적으로 수행이 가능한지를 평가하며기본적이고 신체적인 기능을 반영하는 신체적 일상 생활능력과 사회 생활에 필요한 보다 복잡한 기능을 반영하는 도구적 일상생활능력으로 나눌 수 있다.
신체적 일상생활 수행능력은 배변, 보행, 목욕, 식사와 같은 기본적인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말하며 이는 교
육 수준이나 문화의 차이에 영향을 받지 않으며 치매환자의 요양 시설 입소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기도
한다. 도구적 일상생활능력은 전화걸기, 교통수단 이용, 금전관리와 같이 복잡한 작업이 필요한 일상생활
수행능력을 뜻하며 교육 수준이나 문화의 차이에 의해서 영향을 많이 받는다.
특히 이러한 도구적 일상 생활능력은 치매 초기 단계부터 감퇴되므로 치매의 조기 진단에 유용하게 쓰이기도 한다. 치매 환자의 일상생활 수행능력의 저하는 치매 치료 효과 판정에 중요한 판단기준 중의 하나이며 치매 환자의 보호자 부담을 예측할 수 있는 강력한 인자 중의 하나이다.
또한 말기 치매 환자의 사망률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이며 치매 환자의 관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치매 환자의 이상 행동과 정신, 심리 증상의 주요증상으로는 망상(delusion), 환각(hallucination), 초조/공격적 행동(agitation/aggression), 우울/낙담(depression/ dysphoria), 불안(anxiety), 다행감/기분의 들뜸 (euphoria/elation), 무감동/무관심(apathy/ indifference), 탈억제(disinhibition), 과민/불안정(irritability/lability), 비정상적인 반복 행동(aberrant motor behavior), 야간의 행동 (nighttimebehavior), 식욕/식습관의 변화(appetite/
eating change) 등이 있다.
각 증상들이 나타나는 시기는 질환마다 차이가 있지만 일반적으로 치매 초기에는 스스로의 증상에 대해서 어느 정도는 병식이 있으므로 우울, 불안 등이 주로 나타난다. 따라서 치매를 진단하고 설명하는 과정에서 환자의 우울과 불안이 심해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점차 치매가 진행하면서 탈억제, 불안정 증상등이 나타나고 공격적 행동이 나타나기도 한다. 다만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에 따라 병의 진행 단계에 상관없이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으며 세밀한 관찰과 주의가 필요하다.
치매 환자의 이상 행동과 정신, 심리 증상이 중요한 이유는 요양시설 입소, 간병스트레스 등 삶의 질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치매환자의 이러한 증상은 비용 부담이 큰 요양 시설 입소를 앞당기고, 환자와 보호자의 삶의질을 급격히 악화시키면서 보호자가 받게 되는 간병스트레스의 주요 원인이 된다.
인지 기능의 종류에는 학습 및 기억력, 언어 능력, 시공간지각 능력, 복합 주의력, 실행 능력 등이 있다.
기억력 저하의 경우 치매를 유발하는 질환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기억력 장애로
시작되기 때문에 흔히 치매의 대표적인 증상으로 언급한다. 하지만 기억력 장애는 우울증이나 섬망, 내
과적 요인에 의한 신체 상태 악화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치매에 의한 기억력 장애인지, 일시적인 건망증인지 판단하기 위해서 세밀한 병력 청취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증상이 수 개월 동안 지속되고, 관련 사항에 대해서 힌트를 주었을 때도 기억을 못하며 일상적으로 접하기 힘든 중요한 업무를 기억하지 못할 때 치매를 의심해보아야 한다.
치매 초기에는 최근 기억부터 이상이 발생하고 질환이 진행될수록 이전 기억도 왜곡이 일어나고 이상이 발생하게 된다. 언어 능력의 경우에는 대화 도중에 가끔 단어 선택에 어려움을 느끼거나 적절한 단어를 떠올리지 못하는 증상으로 흔히 시작되며 치매가 진행할수록 사용하는 단어가 줄어들고 복잡한 내용의 대화를 못하게 되면서 언어 구사가 급격히 힘들어진다. 시공간 지각능력이 저하되면 치매 초기에는 새로운 길에 대한 적응력이 감소하고 점차 진행하면서 익숙하게 다녔던 길에서도 방향을 못 찾고 헤매게 된다. 사람 얼굴을 알아보는 능력도 처음에는 오래간만에 본 지인을 헷갈려 하지만 점차 같이 생활하는 가족도 알아보기 힘들어 하게 된다.
복합 주의력과 실행 능력은 우리가 단계별로 진행하는 일이나 복잡한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과 관련이 있어서 치매 초기에는 처리해야할 복잡한 일을 회피한다든가 복잡한 도구 사용에서 실수가 나타나게 된다. 치매가 점차 진행되면 간단한 집안일도 문제가 발생하게 되고 더욱 진행하게 되면 적절한 옷차림도 못하게 된다. 이러한 인지 기능의 이상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함께 생활하는 보호자를 통해서 자세한 병력 청취가 필요하며 각 인지 영역마다 개발되어 있는 신경심리 검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다만 신경심리 검사의 결과도 하나의 참고 자료일 뿐이므로 환자의 인지 기능 저하 정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환자 보호자와 충분한 병력 청취를 진행해야 한다.
치매 증상을 일으키는 주요 질환으로는 대표적으로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있으며 그 외에 혈관성 치매, 레비소체 치매, 파킨슨병 치매 등이 있고 기타 전두측두엽 치매와 같은 다양한 퇴행성 질환이 있다.
또한 치매 증상이 신경계의 퇴행성 변화 혹은 혈관질환에 의한 손상 이외에도 증상의 회복이 가능한 전신적 질환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하며 치매 환자의 원인 질환을 고려할 때 항상 자세한 병력 청취와 검사가 필요하다. 치매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의 종류와 비율은 그림과 같다. (Figure 1)
다만 우리 나라 현실에서 치매 원인 질환의 비율을생각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될 사항은 치매 치료제의 보험 급여 기준에 따른 왜곡 현상이다. 현재 치매치료제의 보험 기준은 알츠하이머병 치매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혈관성 치매나 레비소체 치매의 경우 기존의 치매 치료제에 일정 부분 효과를 보임에도 불구하고 보험 급여를 인정 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에 따라 실제 임상 현장에서는 혈관성 치매나 레비소체 치매의 비중이 조사 자료보다는 높을 것으로 추정된다. 각 질환의 임상적 특징들은 다음 장에서 언급하고자 한다.
2. 주요 치매 관련 질환
알츠하이머병은 치매를 일으키는 질환 중 가장흔한 질환이다. 연구에 따라서 전체 치매 환자의 50~70% 내외를 차지하며 기억력 저하부터 서서히 시작하여 점차 여러 인지 기능 영역이 함께 저하되면서 치매 증상을 일으킨다. 병의 이름은 처음으로 이질환의 환자를 관찰하고 보고한 독일인 의사인 알로이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의 이름을 따서 붙인 병명이며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침착에 의해 형성되는 노인반 (amyloid Plaques) 과 타우 단백질의 비정상적인 집합인 신경섬유원 다발(neurofibrillary tangles)이 주요 병리학적 특징이다.
초기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은 가벼운 기억력 장애를 호소하여 처음에는 가벼운 건망증으로 쉽게 간과되기도 한다. 그 이후에 병이 진행하면서 언어 능력이 감소하고 시공간 지각 능력이 감퇴하면서 길을 잃고 배회하기도 하고 불안감이 증가하면서 매우 공격적이 될 수 있다.
치매의 원인 질환 중에서 두 번째로 흔한 것은 혈관성 치매이다. 뇌졸중에 의한 뇌손상으로 인지기능의 장애를 초래하여 발생하는 치매이며 전체 치매의 20~30%를 차지한다. 흔히 갑자기 발생하여 계단식으로 진행하고 환자들이 뇌졸중 위험 요인(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심장 질환)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
혈관성 치매 환자의 경우 침범된 뇌 영역에 따라 증상이 달라지며 심한 감정기복, 우울증, 완만한 사고과정, 신체증상 호소 등이 특징적이다. 혈관성 치매에도 그 원인에 따라 여러 가지로 분류할 수 있고 특히 대뇌 소혈관 질환의 만성적인 손상에 의한 혈관성 치매의 경우 임상적으로는 알츠하이머병 치매 환자와 유사하게 서서히 증상이 진행하므로 임상 양상의 면밀한 관찰과 뇌영상 자료가 진단에 필수적이다.
레비소체 치매와 파킨슨병 치매는 임상적으로 구별이 쉽지 않으며 두 질환 모두 알파 시누클레인 단백질의 침착에 의한 레비소체(lewy body)가 병리 기전에 관여한다. 파킨슨병에서 나타나는 운동장애 증상이 나타나고 인지 기능 저하 증상의 변동이 매우크며 질환 초기부터 환시가 자주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특히 초기부터 자율신경계 장애, 렘수면 장애가 흔하고 항정신병약물에 이상 반응을 보이는 경우가 많아서 약물 치료에 주의가 필요하다.
기타 초기부터 언어 장애와 이상행동 증상이 나타나는 전두측두엽 치매, 인지 기능 저하와 함께 다양한 이상 운동 증세를 동반하는 헌팅턴 병과 같은 다른 신경계 퇴행성 질환들도 치매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 특히 우리가 관심을 갖고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원인 질환들은 뇌세포의 직접적인 손상이 아니라 이차적으로 치매를 발생시키는 질환들이다.
치매 증상은 정상압 수두증, 뇌종양, 다발성 경화증과 같은 뇌의 구조적인 병변에 의해 발생하거나 여러 가지 내분비 질환, 영양소 결핍, 감염성 질환 및 약물 중독등 에 의해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경우에는 원인 질환만 해결해줄 경우 이미 발생한 인지 기능 저하 증상도 가역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으므로 치매 환자
의 치료 과정에서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결론
치매의 정의와 임상 증상의 특징 및 주요 원인 질환들에 대해서 간략하게 알아보았다.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치매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가 크고 필요 이상으로 공포를 가지는 경우가 많다. 이는 치매에 대한 정보와 이해가 부족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 분자생물학과 유전학 및 임상적 진단 방법의 발달을 통해서 치매 분야 또한 관련 지식의 축척이 눈부시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축적된 기술과 지식이 치매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도와서 막연한 두려움보다는 적절한 관리가 이루어지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