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6월 20일] 대한항암요법연구회(회장 장대영, www.kcsg.org)는 지난 5월 31일부터 6월 4일까지(현지 시각) 미국 시카고에서 온·오프라인으로 개최된 미국임상암학회 연례학술대회(American Society of Clinical Oncology 2024, 이하 ASCO 2024) 발표를 분석, 암 환자의 치료 예후 개선을 위해 눈여겨볼 만한 네 가지 주제를 선정하고 관련된 주요 임상연구 결과를 20일 공유했다.
진료지침 바꿀 치료 옵션 공개한 EFGR 변이 비소세포폐암 및 제한기 소세포폐암 연구
올해도 플래너리 세션에서는 전 세계 암 사망률 1위인 폐암 분야의 진료지침을 바꿀만한(Practice changing) 두 가지 임상연구가 발표됐다. 먼저, 수술이 불가능한 3기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화학방사선요법 후 공고요법으로서 오시머티닙의 효과를 확인한 LAURA 임상연구가 공개됐다. 연구 결과, 오시머티닙군의 무진행 생존기간(PFS) 중앙값은 39.1 개월로, 위약군의 5.6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84% 낮췄다.
제한기 소세포폐암 환자에게 화학방사선요법 후 공고요법으로서 면역항암제 더발루맙 단독 또는 트레멜리무맙 병용요법의 효과를 확인한 ADRIATIC 임상연구 또한 공개됐다. 분석 결과, 더발루맙군의 PFS 중앙값은 16.6개월로, 위약군의 9.2 개월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24% 줄였다. 이는 제한기 소세포폐암 치료 환경에서 면역항암제 최초로 유의미한 효과를 확인한 전향적 연구로 참가자의 이목을 끌었다.
아울러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소속 연구진도 여러 유형의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임상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안명주 교수는 연수막 전이가 동반된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된 BLOSSOM 임상연구에서 오시머티닙군이 T790M 변이 여부와 관계없이 의미 있는 효과를 보였다고 밝혔다.
▲안 명주 교수 조 병철 교수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조병철 교수는 CHRYSALIS-2 임상연구에 참여한 환자 중 비정형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 코호트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 정형 EGFR 변이 비소세포폐암과 마찬가지로 해당 질환에서도 아미반타맙 및 레이저티닙 병용요법이 도움이 된다는 점을 시사했다.
흑색종, 요막관암, 육종, 담도암 환자에게 새로운 표준치료 가능성 제시한 희귀암 연구
발생 빈도가 높은 암종 외에도, 희귀암에 대한 임상연구 결과도 다수 발표됐다. 플래너리 세션에서는 수술 가능한 3기 흑색종 환자를 대상으로 선행 면역항암요법의 효과를 최초로 입증한 3상 NADINA 임상연구가 공개, 3기 흑색종 치료 환경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했다. 2주간 니볼루맙과 이피리무맙을 병용한 뒤 수술 후 보조요법을 받은 환자군과 표준치료인 수술 후 니볼루맙 보조요법만을 받은 환자군을 비교한 결과, 수술 전 니볼루맙 병용군의 12개월 무사건 생존율(EFS)은 83.7%로, 표준치료군의 57.2%에 비해 좋은 결과를 보였다.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소속 연구진 또한 요막관암과 육종에서 새로운 표준치료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이재련 교수는 희귀하고 공격적인 진행성 요막관암의 1차 치료제로서 mFOLFIRINOX 요법의 치료 혜택을 입증한 2상 임상인 ULTIMA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해당 암종에서는 세계 최초로 진행된 전향적 임상연구다.
이 재련 교수
동아대병원 혈액종양내과 김혜련 교수는 수술 불가능한 혈관육종의 1차 치료로서 파클리탁셀 및 아벨루맙 병용요법의 효과와 안전성을 평가한 2상 임상연구 결과를 소개, 기존 항암화학요법 대비 개선된 임상적 지표를 보였다. 그 외에도 올해 ASCO에는 국내 연구자가 제1저자로 참여한 흑색종 및 피부암, 육종 관련 임상연구가 9건 채택됐다.
한편, 서양권에서 희귀암으로 분류되는 것과 달리 우리나라에서 호발하는 담도암에 관한 국내 임상연구도 공개됐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지선 교수에 따르면, 2차 표준치료법이 명확하지 않았던 전이성 담도암 치료 환경에서 면역항암제 티슬리주맙과 표적치료제 시트라바티닙 병용요법이 이전 면역항암요법 경험과 관계없이 질병 조절률(DCR)을 높이고 유의미한 생존 혜택을 제공했다. 차세대 염기서열 분석(NGS) 검사를 통한 분석 결과,
▲김 혜련 교수 윤 지선 교수
해당 요법은 상동재조합결핍(HRD) 양성 환자에서 뛰어난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이 확인돼, 향후 2차 치료 대상자 선정에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 연구자 임상 역량 부각한 유방암 환자 대상 대규모 및 장기 연구
아시아 국가 중 국내 발생률이 유의하게 높은 유방암 분야에서는 대한항암요법연구회 소속 연구자의 활약이 돋보였다. 연세암병원 종양내과 손주혁 교수는 2~3기 삼중음성유방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3상 PEARLY(KCSG BR 15-1) 임상연구를 발표, 수술 전후에 표준치료를 받은 환자와 카보플라틴을 추가한 환자 간의 치료 효과를 비교했다.
약 5년 간의 추적관찰 결과, 카보플라틴 추가군의 재발 위험은 33% 줄었으며, 사망률 또한 35%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는 재발 시 평균 생존기간이 1년 6개월에 불과했던 삼중음성유방암 환자의 예후를 개선하는 결과일 뿐만 아니라, 대한항암요법연구회에서 처음으로 진행한 항암보조요법 관련 3상 임상이자 가장 대규모로 진행한 연구이기도 하다.
손 주혁 교수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박연희 교수는 2상 Young-PEARL 임상연구의 장기 추적 결과를 발표, 호르몬 수용체 양성/HER2 음성(HR+/HER2-)인 폐경 전 유방암 환자에게 팔보시클립과 엑스메스탄, 성선자극호르몬 방출호르몬(GnRH agonist)인 루프롤리드를 병용할 때 카페시타빈 치료 시보다 더 많은 이점을 제공한다는 사실이 공개됐다. 본 연구는 ASCO 2019에서 처음 공개된 후 FDA가 팔보시클립과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요법의 적응증을 폐경 전 유방암 환자로 확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바 있다.
올해 ASCO에서 해당 연구의 장기 추적 결과가 발표됐다. 팔보시클립 병용군의 전체 생존기간(OS) 중앙값은 54.7개월로 6년에 가깝게 나타났으며, 질병 진행 후 CDK4/6 억제제 치료를 받은 여성의 생존기간 또한 연장됐다. 이는 대규모 글로벌 임상인 MONALEESA-7 연구에서 확인된 58.7개월의 OS에 비견하는 결과로, 국내 연구자 주도 임상연구가 FDA 적응증 확대에 기여한 데 이어 장기 생존 혜택까지 입증한 점을 시사한다.
정밀의료 플랫폼 통해 치료 대안 없던 난치암 환자 예후 개선한 KOSMOS-II 연구
항암 치료 전반에서 정밀의료의 보편화가 주요 과제로 부상한 가운데,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김선영 교수는 대한종양내과학회와 대한항암요법연구회가 진행 중인 국내 암 정밀의료 프로젝트 KOSMOS-II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박 연희 교수 김 선영 교수
KOSMOS-II 연구 이전 미국과 일본에서도 NCI-MATCH, SCRUM-Japan이라는 유사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으나, 두 연구는 중앙 연구소에서 분석된 NGS 검사 결과로 환자를 적절한 임상연구에 배정하는 데 그쳤다. 반면 KOSMOS-II 연구는 개별 병원이 진행한 NGS 검사 결과를 바탕으로, 분자종양보드(MTB) 내에서 논의를 거쳐 환자 개개인에게 최선의 치료법을 추천하고 그 효과를 탐색했다.
32개 의료기관에서 2022년 9월부터 2023년 12월까지 등록된 환자 중 치료 효과를 평가할 수 있었던 158명을 분석한 결과, 34.5%가 16주 이상 종양 진행이 억제되는 효과를 보였다. 특히 TP53 변이 환자의 1차 치료에 시스플라틴 또는 카보플라틴을 투약할 경우, 변이가 없는 환자보다 객관적 반응률(ORR)이 더 높게 나타났으며(44.0% vs. 38.9%, p < 0.001), BRCA1/2 변이 환자 또한 변이가 없는 환자보다 1차 치료에서 더 높은 ORR을 보였다(53.9% vs. 41.4%, p < 0.001).
이러한 결과는 치료 대안이 없던 난치암 환자에게 NGS 검사로 새로운 치료 옵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전국 의료기관 간 네트워크와 MTB가 지역 간 장벽을 넘어 난치암 환자의 긍정적 예후를 도모할 수 있는 전국적인 정밀의료 플랫폼으로 확장될 수 있음을 시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