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달력이 펼쳐지기가 무섭게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이제 더위를 핑계로 잠시 미뤄놓았던 운동을 시작해보면 어떨까? 직장인 강 씨(32)도 야간 러닝을 시작하고자 운동복과 운동화 고르기에 나섰다. 여기서 잠깐, 복장이나 장비 점검보다 더욱 꼼꼼히 확인해야 할 것들이 있다. 바로 자신의 ‘건강지수’들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홍준화 교수는 “운동을 시작하기 전에 현재 자신의 건강 상태가 어떤지를 알고, 또 건강을 지키기 위해 어느 정도의 운동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이 중요하다”며 “혈당, 혈압, 체질량지수(BMI), 콜레스테롤 수치 정도는 알고 난 후에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다. ▲ 홍 준화 교수 ▲ 정상 혈압은 120/80mmHg, 젊은 층도 안심할 수 없는 이유는? 정상 혈압은 120/80mmHg다. 보통 병원에서 측정한 혈압이 140/90mmHg 이상일 때 고혈압이라고 하지만, 수축기 혈압이 120~139mmHg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80~89mmHg인 경우도 정상은 아니어서, ‘고혈압 전단계’로 분류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혈압은 중장년층의 질환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통계에 따르면 20~40대의 젊은 층의 고혈압 유병률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은 본인이 고혈압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한 채 생활한다는 것이다. 혈압을 측정하지 않는 이상 눈에 띄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어 단순 피로나 컨디션 저하로 여기기 쉽고, 젊다는 이유로 질병이라 인식하기 쉽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홍준화 교수는 “고혈압은 차후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같은 치명적인 심혈관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가족력이 있다면 더욱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좋고, 음주·흡연을 한다거나 고열량의 음식을 자주 먹는다면 평소 혈압을 주기적으로 측정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한다. 수축기 혈압이 90mmHg 미만이거나 이완기 혈압이 60mmHg 미만이면 저혈압으로 본다. 고혈압과 달리 위험성이 덜 알려졌지만, 심한 저혈압은 뇌와 심장 등 중요한 장기에 혈액 공급을 방해해 실신이나 장기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단순히 수치가 낮다고 안심하기보다 원인을 파악하고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 공복 혈당은 100 미만이 적정, 그런데 당화혈색소는? 당은 지방과 더불어 우리 몸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에너지원이다. 저녁 식후 다음 날 아침 식사 전 혈당(공복혈당)은 100mg/dL 미만, 식사 2시간 후의 혈당은 140mg/dL 미만이 정상이다. 보통 공복혈당이 126mg/dL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 있지만, 공복혈당이 100~125mg/dL라 하더라도 식사 시작으로부터 2시간 후 혈당이 200mg/dL 이상 높게 증가한다면 이 역시 당뇨병을 의심할 수 있는 상황이므로 전문의와의 상담이 필요하다. 그런데 100mg/dL 미만으로 정상 범위에 속하지만, 당화혈색소(HbA1c) 때문에 ‘당뇨 전 단계’ 또는 초기 당뇨병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있다. 당화혈색소는 최근 2~3개월 동안 평균적으로 혈당이 어느 정도였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인데, 일반적으로 5.6% 이하면 정상, 5.7%에서 6.4%는 당뇨 전 단계, 6.5% 이상이면 당뇨병으로 진단된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홍준화 교수는 “혈당이 높은 당뇨병 환자에서 당화혈색소를 1% 낮추면 당뇨로 인한 사망 위험이 21% 줄고, 말초혈관질환은 43%,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발병 확률도 10% 이상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며 ”관리를 위해서는 식습관 중에서도 탄수화물과 과당의 섭취를 줄이고 단백질과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고루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 체질량지수 25 이하를 지켜라, 그렇지 않으면? BMI(Body Mass Index)는 ‘체질량지수’로, 비만도를 나타내는 지수다. 몸무게(kg)를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인데, 우리나라의 경우 성인 비만의 기준을 체질량지수 25 이상으로 둔다. 비만은 △체질량지수 25~29.9를 1단계 비만 △30~34.9를 2단계 비만 △35 이상을 3단계 비만(고도 비만)으로 구분한다. 허리둘레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비만에 의한 건강 위험을 알 수 있다. 허리둘레를 기준으로 남성은 90cm, 여성은 85cm 이상일 때 복부비만으로 정의한다. 허리둘레는 양발 간격을 25~30cm 정도 벌리고 서서 숨을 편안히 내쉰 상태에서 줄자를 이용해 옆구리에서 갈비뼈 가장 아랫부분과 골반 가장 윗부분의 중간에서 측정한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홍준화 교수는 ”현대 사회에서 비만은 건강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 중 하나로, 단순히 외형적인 문제가 아니라 삶의 질과 생명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관리가 필요한 하나의 질환“이라며 ”특히 비만 조절은 생활습관 교정만으로는 부족한 경우가 많으므로 적극적인 상담과 치료를 통해 개선해 나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조언한다. ▲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L), 관리 방법은? 콜레스테롤은 우리 몸에 존재하는 모든 세포의 막을 형성하는 지질의 한 종류로, 생명에 필수적인 물질이다. 혈액 내 과도한 양이 순환하게 되면 동맥경화의 원인이 되고, 반대로 부족한 경우 적혈구의 수명이 짧아져 빈혈이 생기기 쉽다. 콜레스테롤에는 좋은 콜레스테롤(HDL)과 나쁜 콜레스테롤(LDL)이 있다. 좋은 콜레스테롤은 혈액 속 나쁜 지방 성분을 밖으로 배출시키는 역할을 하며, 나쁜 콜레스테롤은 혈관 벽에 쌓여 동맥경화와 심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인다.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 중성지방을 포함하고 있는 총 콜레스테롤은 200mg/dL 미만이면 양호, 좋은 콜레스테롤은 40~60mg/dL 정도를 보통으로 본다. 나쁜 콜레스테롤의 경우 동반 질환에 따른 목표치가 다르다. 보통 130mg/dL 이하를 목표로 하지만 △당뇨병을 동반한 환자라면 100mg/dL 이하 △당뇨병에 따른 합병증이 있다면 70mg/dL 이하 △심뇌혈관 질환이 있다면 55mg/dL 이하를 목표로 조절해야 한다. 콜레스테롤 수치는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관리해야 한다. 대전을지대학교병원 내분비내과 홍준화 교수는 ”대부분 콜레스테롤 관리는 생활습관과 식단만으로는 조절에 한계가 있으므로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약물을 복용하고 있다면 증상이 개선된 것처럼 느껴져도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