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통제를 복용해도 생리통이 호전되지 않는 여성이라면 자궁이나 난소, 나팔관에 병변이 있는지 확인해보는 것이 좋다.
생리통은 20~40대 가임기 여성의 약 50~60%에서 호소하는 흔한 부인과 증상이지만, 일상생활이 어려운 정도로 생리통이 심하면 자궁내막증, 자궁근종, 난소종양 등을 의심해볼 수 있다. 이 중에서도 특히 자궁내막증은 극심한 생리통, 만성적 골반 통증, 성관계 시 통증의 가장 큰 원인 질환으로 꼽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13년 84,583명이던 자궁내막증 환자가 2017년 111,214명으로 5년 사이 31%나 증가했다.
자궁내막증 환자는 20~40대 여성이 90% 정도를 차지하는 만큼, 가임기 여성이 심한 생리통과 난임을 겪고 있다면 자궁내막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자궁내막증은 자궁 안에 있어야 할 자궁내막 조직이 자궁이 아닌 나팔관, 복막 등의 부위에 생기는 것을 말한다. 대부분의 생리혈은 질을 통해 배출되지만, 일부는 난관을 통해 역류하여 복강 내로 들어가는데 이때 복강 내에서 생리혈이 제거되지 못하고 난소나 기타 복강 내 여러 장소에 병변을 형성하게 되는 것이 자궁내막증이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산부인과 상재홍 교수는 “자궁내막증이 생기면 염증반응으로 인하여 난소와 주변 장기가 붙어버릴 수 있다”며, “이런 골반 내 유착은 나팔관의 원활한 운동을 방해하고 수정 후 배아가 자궁 내로 유입되는 과정을 방해한다. 그러다 보니 가임기 여성에게서 임신이 어려워진다”라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증 환자들은 주로 지속적인 골반통, 극심한 생리통, 성관계 시 통증을 호소하며, 가임기 여성의 경우 난임, 월경 직전과 월경 중 배변통을 겪기도 한다.
상재홍 교수는 자궁내막증은 골반 외에도 다양한 부위에 발생할 수 있다며, “소화기계에 발생 시 설사, 변비, 항문 출혈, 복통 등이, 흉부에 발생 시 기흉, 혈흉 등의 증상이, 비뇨기계통에 발생 시 배뇨통, 빈뇨, 하복부 압박감, 요통 등의 증상이 발생할 수 있다”며, “발생 부위에 따라 증상은 다양하지만 모두 생리 주기와 연관되어 나타난다는 점은 같다”라고 덧붙였다.
자궁내막증의 치료는 증상의 정도, 진단 연령, 추후 임신 계획의 여부를 고려해야 한다. 치료해도 재발이 잘 되는 특성이 있어 재발 방지와 함께 가임력을 보존하는 방향으로 치료 방향을 설정한다.
상 교수는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받은 환자 중 최대 60%가 1년 이내에 악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증상의 유무와 상관없이 자궁내막증으로 진단되면 치료받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자궁내막증의 치료 방법은 호르몬 치료와 수술적 치료가 있다.
자궁내막증으로 인한 난임이 있는 경우 수술을 통해 가임력을 향상시키고, 필요하면 보조생식술의 도움을 받아 임신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한편, 임신 계획이 없는 경우는 수술 후 호르몬 치료를 하여 복강 내 미세하게 남아있는 자궁내막조직을 억제해 재발을 방지해야 한다. 상재홍 교수는 “수술 후 자궁내막증을 완벽히 제거해도 5년 안에 환자의 약 40%에서 재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임신 계획이 없어도 수술 후 호르몬 치료를 병행하여 재발을 방지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자궁내막증은 이차성 생리통을 유발하는 흔한 질환이며, 특히 가임기 여성에서 많이 발생한다. 미혼여성의 경우, 심한 생리통이 있어도 병원을 찾는 것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심한 생리통이 지속되면 자궁내막증 여부를 반드시 확인하고 증상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