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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고대 안암병원 흉부외과 김광택 교수

40여년간 흉부외과의사로서 외길 걸으며, 흉부외과의 발전을 이끌어

“지금 대학병원을 비롯해 흉부외과를 설치 운영하고 있는 대다수 대형병원들이 전공의 부족으로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은 흉부외과에서 담당해야 할 역할이 이전에 비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도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것은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혈관질환과 폐암을 비롯한 폐질환이 이전에 비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흉부외과 의사들이 담당해야 할 질병은 갈수록 많아지는 반면 의사 수는 줄어들고 있으니 보통 걱정되는 일이 아니지요.”


지난 40여년을 흉부외과 의사로서 외길을 걸어온 고려대 안암병원 김광택 교수는 오늘의 흉부외과가 직면하고 있는 상황을 이렇게 말한다. 김광택교수는 고려의대를 졸업한 후 1986년 전임강사로 고려대학병원 흉부외과에 들어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현재 이 병원 흉부외과 과장과 주임교수직을 맡고 있는 김 교수는 폐식도 수술분야의 권위자로 이름이 나 있다. 김 교수가 대한흉부외과학회 정회원을 비롯해 세계식도외과학회, 세계폐암학회, 폐식도외과학회 등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음이 이를 입증해 준다.


“1971년에 의과대학에 입학해 1977년에 졸업을 하였습니다. 이 시기는 흉부외과에서도 특히 심장수술이 가장 꽃을 피우기 시작한 때였습니다. 제가 졸업을 하던 시절은 인턴을 시작할 때 전공과목을 정하는 편이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외과를 선택하려고 했습니다. 외과에는 일반외과와 신경외과, 흉부외과가 있었는데, 당시 저희 병원의 김형묵 교수님과 서울대병원의 이영균 교수님께서 해외 연수를 통해 심장수술을 수학하고 온 후 본격적으로 심장수술을 시작하게 된 때였습니다.


그 때 흉부외과에서 시행된 모든 심장수술은 우리나라에서 최초의 것으로 의료계는 물론 사회적으로도 대단한 관심을 모으곤 했었습니다. 사실 그 때 심장수술을 하는 의사가 많지는 않았지만 그들 스스로 ‘파이오니어’라는 자부심을 갖고 밤을 새며 수술을 하는 등 정말 열심히 일들을 했었지요. 이러한 모습들이 단기간 내에 우리나라의 개심수술을 세계 정상의 자리에 올려놓게 했지만 말입니다.”


김 교수는 “당시에도 흉부외과가 매우 힘든 과라는 것은 잘 알고 있었지만 젊은 혈기에 한번 해 볼만한 일이라고 생각되어 앞뒤 가리지 않고 이 과를 선택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이어 김 교수는 “무엇보다도 심장수술이, 물론 그때 처음 시작된 것은 아니라고 하지만 제게 있어서 매우 신선한 분야였고, 무엇보다 보람을 가질 수 있는 분야처럼 보였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었다”면서 “지금 의과대학을 졸업하는 의학도나 젊은 의사들에게는 생소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당시엔 흉부외과가 매우 인기있는 과로서 경쟁력 또한 만만치 않았었다”고 덧붙였다.


“예상했던 대로 흉부외과에 들어와 수련을 받으면서 느낀 것은 ‘정말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과는 달리 그 당시엔 모든 임상과 전공의들의 고생이 심했었지만 특히 흉부외과의 고행은 말로 다할 수 없었어요.


밤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것은 물론 몸을 씻을 여유도 없고 며칠에 한번 옷을 갈아 입기 위해 집에 잠시 갔다오는 것이 고작이었지요. 그리고 환자, 물론 심장수술을 받은 환자입니다만 그런 환자를 수술하고 난 다음에는 수술을 직접 담당했던 스텝이 밤을 새워가며 환자의 상태를 살피는 상황이었으니 전공의들이야 더 말해 무엇하겠습니까.”


“제가 전공의 생활을 하고 있을 때에도 대학병원에 있는 많은 흉부외과 의사들이 외국에 나가 새로운 의술을 습득해서 들어와 임상에 적용함으로써 심장수술을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발전을 거듭하게 됩니다. 저의 경우 고려대학병원 흉부외과에 다섯번째로 들어간 전공의였는데 내 위에 계셨던 네 분 모두 심장수술을 전공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심장수술이 얼마나 인기있는 수술종목이었는지 짐작할 수 있지 않습니까?


그러다보니 제가 흉부외과에 처음 전공의로 들어갔을 때 당시 과장님이었던 김형묵 교수님이 하시는 말씀이 흉부외과에는 심장만 있는 것이 아니라 폐와 식도도 있는데 이 분야 역시 앞으로 많이 관심을 갖고 보아야 할 것 같다면서 제게 그 쪽을 전공해 보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권유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저는 이후 폐식도외과를 전공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때가 1980년대 중반이었는데 저는 이 분야를 전공한 후 일본과 영국에서 이 분야에 대해 보다 전문적으로 공부하기 위해 연수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김 교수는 이렇듯 외국에 나가 폐식도 분야에 대한 공부를 하고 와서 다른 대학의 교수들과 함께 이 분야의 길을 뚫어가기 시작했다. 김 교수는 “최근들어 폐암의 유병률이 전체 암 가운데 두 번째를 차지할 만큼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가 당시 김형묵 교수님의 말씀을 들어 이 분야를 전공하게 된 것은 대단히 시의적절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 본다면서 지금 생각해 보아도 당시 흉부외과 과장을 맡고 계시던 김형묵 교수가 매우 미래지향적인 사람이었다는 생각이 든다는 것. 지금 운영되고 있는 고려대학병원의 폐식도클리닉이 그 때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흉부외과라는 명칭 자체가 시사하고 있듯이 흉부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는 심장, 혈관 그리고 폐와 식도, 늑막이 있는데 요즘들이 이들 각 부문별로 발전을 하다보니 부분별 클리닉이 설치 운용하고 있다고 한다.


고려대학병원 흉부외과만 해도 성인심장을 담당하고 있는 교수가 있는가하면 혈관 및 심장, 폐암 그리고 현재 김광택 교수가 맡고 있는 식도부문 클리닉이 시설이 설치·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이외에도 흉강경수술이라고 하는 로봇수술이 시행되고 있다고 한다.


“대학병원이라면 기존의 시스템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필드를 개척해 나가야 하는 만큼 이 부문에 많은 신경을 쓰고 있는 편입니다.


예를 들면 인공심폐를 이용하는 치료방법이 서서히 적용되고 있습니다. 이전에 심장이 정지했을 때 마사지를 통해 심장이 다시 뛰도록 했지만 요즘에는 그러한 환자에게 인공심폐를 이용하여 치료하는 방법이 적용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한 연구는 이미 오래전에 시도된 것으로, 지금은 은퇴하신 김형묵 교수님이 재직하던 시절에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 결과로서 지금은 인공순환을 의미하는 에크모센터를 설치하여 본격적으로 환자에게 적용할 수 있게 되었지요.”


이렇듯 눈부신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었던 흉부외과가 199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 발전의 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쇠퇴기에 접어든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올 만큼 침체되는 상황을 보이기 시작했다. 흉부외과가 이런 상황에 직면하게 된 것은 다른 여타 임상과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흉부외과의 침체는 다른 외과계열 중 가장 두드러진 양상을 보였다.


“사회의 모든 분야가 다 그러하듯이 하나의 조직이 발전을 하려면 경험 많은 선배와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후진이 서로 균형을 맞추어야 하는데 1990년에 접어들면서 흉부외과를 이어나가야 할 젊은 피, 새로운 전공의들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 흉부외과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모든 조직이 그렇듯이 선배들이 해 놓은 성과물을 후배들이 더욱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데 그러한 선배들의 업적을 이어가야 할 후배가 크게 줄어든 것이 문제가 된 것이지요. 저희 대학병원만 해도 지난해에 흉부외과를 하겠다고 온 전공의가 없어요. 그 이유는 똑부러지게 ‘이것이다’라고 할 만한 것이 없지만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흉부외과 일 자체가 상당한 노력을 필요로 하고, 높아지는 난이도에 따른 부담감에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 사회적으로 노령화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등 수술에 따른 난이도는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지 않습니까? 그만큼 수련의 강도가 높아지고 있다는 이야기지요.


한마디로 이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느끼게 되는 스트레스가 크다는 것이지요.


다른 임상과라고 해서 그러한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겠습니다만 받은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나름대로의 성취감이라든지 경제적으로 유리한 점 등이 있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흉부외과에 있어선 그러한 요소가 다른 임상과들에 비해 너무도 부족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한마디로 의사들을 흉부외과로 끌어들일 수 있는 이렇다 할 유인책이 현재로선 없다는 것이지요. 실질적으로 설문조사를 통해서도 나타난 것이지만 흉부외과 전공에 대한 의과대학생들의 선호도가 많이 줄어든 것이 사실이거든요.


물론 이러한 경향은 요즘 젊은이들이 갖고 있는 톡특한 성향, 가능하면 편하고, 인생을 즐기고자 하는 그러한 바램을 의과대학을 갓 졸업한 젊은 의사들도 갖고 있다는 점을 도외시해선 안 되겠지만 말입니다. 이러한 여러 가지 이유로 해서 저희 흉부외과를 지망하는 전공의가 줄어들게 되었다고 봅니다.”


김 교수는 흉부외과 침체의 요인을 이렇게 지적하면서 “그런데 문제는 여러분들이 잘 알고 있듯이 혈관질환이라든지 폐암과 같은, 흉부외과가 감당해야 할 환자수는 날로 많아지고 있는데 이러한 질병치료를 담당해야 할 흉부외과 의사수는 오히려 줄고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한다.


실제 자신이 1970년대에 흉부외과를 지망하던 그 당시와 그로부터 40년이 지난 현재 흉부외과를 지망하는 의사들의 숫자가 크게 변화하지 않았다는 것. 앞서 밝혔듯이 흉부외과 의사들이 담당해야 할 환자라든지, 흉부외과 의사를 필요로 하는 병원들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났음에도 흉부외과를 지망하는 의대졸업생 수는 이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말씀드린 이유 이외에 가장 큰 이유라고 한다면 제도적인 면을 들 수 있을 겁니다. 흉부외과가 수련받기에 어려운 면이 있다는 점은 이미 말씀드렸읍니다만 어려운 만큼의 급부가 없다는 것이 흉부외과 수련을 기피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이 부분은 의료계 자체적으로 결코 해결할 수 없지요.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서만이 해결 가능하다고 봅니다. 정부의 의지가 있어야 가능하다는 이야기지요. 이러한 생각은 제가 흉부외과를 전공하고 있다고 해서 드리는 말씀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봐요. 어려운 일을 한다면 당연히 그 만큼의 급부는 받아야 하는 것은 상식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지금까지 그러한 조치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러한 미온적인 조치로는 결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습니다. 지금의 흉부외과 상황이 그것을 입증해 주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렇게 흉부외과 전공을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다보니 그 대체방법으로 소위 임상교수라고 불리워지고 있는 전임의사를 채용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지요. 우리 병원만 하더라도 전임의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이전에 비해 훨씬 높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들 전임의사로서 환자진료를 어떻게 이끌어나간다고 해도 전공의가 없으면 결국 우리나라 흉부외과의 대는 끊어지고 마는 것 아니겠어요? 우리들이 가장 우려하고 있는 것이 바로 그런 점이지요.”


김 교수는 “지금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흉부외과를 지망하는 의사가 없다면 다른 외과계를 전공한 의사들 가운데 흉부외과를 지원하도록 하는 방법도 채택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면서 그렇게 할 경우 그들 가운데 흉부외과를 전문적으로 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라고 걸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한다.


김 교수는 또 이렇듯 한두 가지 방법이 아닌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여 흉부외과의 맥이 끊어지는 일은 없도록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마지막으로 정부에 꼭 하고 싶은 말은 흉부외과 의사가 다른 임상과에 비해 그렇게 많은 수를 필요로 하는 것이 아닌 만큼 이 분야 의사수를 늘이기 보다는 대가 끊기는 일이 없도록 흉부외과에 대한 인식을 올릴 수 있는 범위내에서의 제도마련에 보다 더 관심을 가져 주었으면 하는 것”이라며 말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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