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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첨단융복합의학센터 건립, 안암병원 제2의 도약

고대 안암병원장 박종훈 교수

얼마 전 고려대 안암병원장에 취임한 박종훈 원장은 고려의대를 졸업하고 이 대학병원에서 정형외과 전공의과정을 거쳐 전문의를, 그리고 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취득했다. 1997년 전문의 취득 후 박 원장은 서울아산병원과 원자력병원, 분당재생병원 정형외과 종양학분야 환자를 진료하다가 2007년 모교인 고려대학병원에 옮겨와 오늘에 이르고 있다. 박 원장은 모교병원에 몸담고 학생교육과 환자진료에 임하면서 안암병원 적정진료위원장, 국제진료센터장, 진료부원장 그리고 고려대 의무기획처장을 두루 역임했고, 이번에 고려대 안암병원장에 취임했다. 박 원장은 원내에서 뿐만 아니라 대외적으로도 활발한 활동을 보여 중앙행정심판위원회 보훈의료분과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인권정보센터 이사장, 한국보건산업진흥원 비상임이사 등 다양한 분야의 직위를 역임하기도 했다. 이렇듯 대내외적으로 대단한 활동을 보여 주고 있는 박종훈 원장으로부터 대단위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 공사를 시작하여 주위로부터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고려대 안암병원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들어보았다.

 

먼저 고려대 안암병원장에 취임하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고려대학병원이 안암동으로 이전한 이후 가장 바쁜 시기에 병원장을 맡으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데 그렇지 않은가요?

 

말씀하신대로 고려대학병원이 지금 이곳(안암동)으로 옮겨 온지가 올해로 29년째가 됩니다. 혜화병원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안암병원 시대의 문을 연 것이 29년이 되었다는이야기지요. 이 기간 동안 건물증축과 같은 공간확장 공사는 거의 없었지요. 그러다가 이번에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 건립공사를 시작하게 되어 정말 가장 바쁘고 정신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고, 또 보낼 수밖에 없는 병원장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더구나 당초 계획했던 것보다 2배 이상의 규모로 지어지는 병동이어서 저희들은 공사를 마치고 준공식을 가질 때 안암병원이 제2의 개원을 맞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사실 병동을 키우는 것이 병원의 발전일 수 있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병동이나 시설과 같은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즉 인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하겠지요. 그런 점에서 저희 고려대학병원은 10여 년 전부터 인력의 질적 향상에 중점을 두어 이제는 상당한 수준의 우수인력을 갖추고 있다고 자부하고 있습니다. 그 이전 20년의 기간보다 지난 10년이 더 빠른 변화를 가져온 시기였다고 확실하게 말씀드릴 수 었습니다. 그야말로 의미있는 변화가 있었고 바로 지금이 그 정점에 이르는 시기여서 융복합의학센터 건립이 마무리되면 저희안암병원은 또 다른 차원의 모습을 갖춘 병원으로 거듭날 것을 확신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인력이라는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현재 진행 중인 융복합의학센터 건립 역시 단순한 병동건축공사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저는 하드웨어의 향상과 함께 의료의 질과 시대정신을 담는 것이 병원발전의 시너지 효과를 높이는 것이라는 점을 놓고 나름대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과연 무엇을 가지고 갈것인가. 하드웨어적인 것은 이미 마련이 된 것인 만큼 과연 그 하드웨어에 무엇을 담을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지요. 바로 이런 것을 준비하는 것이 이 시기에 병원장을 맡은 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지요.

 

원장님께서도 말씀하셨지만 소프트웨어 즉 인력이 가장 중요한 문제인데 우수인력의 확보도 반드시 필요하겠지만 인력간 갈등이나 불화가 생기지 않도록 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을 합니다. 이런 점에 대해 병원장님은 어떤 방안을 갖고 계신지요.

 

과거에 교수님들 또는 부서 간에 갈등이나 화합이 잘안 되는 부분이 있었다는 점에 대해서는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대단히 심각하다든지, 우리 병원에 국한된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그런 문제가 없다고도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병원이라는 곳이 워낙 많은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사람들이나 부서 간에 완벽한 화합을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봅니다. 그래서 저는 사람들이나 부서 간의 갈등을 가능한 줄이는 방법으로 비전을 보여 주면서 함께 가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결코 쉽지 않더라고요. 모든 사람, 모든 부서에 만족을 주어야 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기 때문이지요.

 

예를 들어 지금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융복합의학센터만 하더라도 모든 부서에게 만족할만한 공간 배정이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면 자연적으로 부서간 갈등이나 불만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요. 다만 그 갈등과 불만을 얼마만큼 줄이느냐, 다시 말해 효율적인 자원배분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가 하는 것이 병원장이 맡아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니어 교수님들이 들으면 섭섭할실는지 모르지만 저는 주니어 교수님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 까닭은 지금 진행되고 있는 여러 가지 일들이 앞으로 5년 아니면 10년 후에 실현될 수 있는 부분이기 때문이지요. 한마디로 미래 주역들에 대한 배려라고 할 수 있겠지요.


고려대학병원을 지켜 본 사람들은 모두 느끼는 일이지만 지난 30여 년 동안 정말 질과 양 모든 면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점에서 고려대학병원이 소위 말하는 ‘빅5’라는 병원들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다소 아쉬운 마음을 갖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이 점에 대해 병원장님은 어떤 생각을 갖고 계신지요?

 

이 질문에 대한 답변을 병원장이 하는 데는 한계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드네요. 그 문제는 제가 아닌 의료원장이 해야 맞는 것 같습니다. 다만 제 경우 병원장을 하기 전에 대학 기획처장을 한 경험을 살려 말씀드릴 수밖에 없겠네요. 지난 2009년 저희 의료원이 개최한 보직자 미팅에서 제가 ‘고려대학병원은 절대 규모경쟁에 목표를 두지 말자’는 내용의 발표를 한 적이 있습니다. 고려대학병원이 ‘빅5’ 대열에 들어가는 것이 우리 병원의 목표가 될 수 없고, 또 바람직한 일도 아니라는 내용이었지요. 그리고 저는 지금까지 당시의 소신을 변함없이 고수하고 있습니다. ‘빅5’라는 패러다임 즉 ‘규모경쟁의 시대’가 오래 갈 것이라고 생각하지않기 때문입니다. 또 고려대학병원 자체가 이 ‘빅5’를 목표로 지향을 하기에는 여러 가지 제약점을 갖고 있는 것도 사실이고요. 물론 ‘빅5’라는 것이 정의로운 주제라면 한번쯤 도전해 볼만도 하지만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모든 것이 그러하겠지만 패러다임을 어떻게 이끌어 나가느냐 하는 것이 중요한 문제인데, 1980년대만 해도 환자들이 병원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병상수가 그다지 중요한 요소였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병원의 역사나 전통, 명성 등이 중요시되었었지요. 그러다가 1990년대 대형병원들의 등장과 함께 우리나라 병원계가 규모경쟁의 늪에 빠져 지금까지 헤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규모경쟁에는 장점도 있습니다. 우선 의료계에 대한 투자가 많이 이루어졌고, 서비스가 좋아졌으며 최첨단 시설 및 술기가 양산된 것은 사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소의 건전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이 시스템 하에서는 ‘환자안전’이라는 요소가 도외시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입니다. 인프라가 닦여 있지 않았을 때는 지금과 같은 인프라 구축이 필요하겠지만 모든 의료기관이 첨단화의 길을 걷고 있는 요즘의 상황에서 조심해야 할 것은 의료의 근본인 ‘환자안전’이 흔들릴 수 있고, 과잉진료를 양산하는, 소위 정직한 의료가 결여될 수 있다는 점에 유념할 필요가 있습니다. 규모가 커지고 많은 재원이 쏟아지는 것 그 이면에는 재원조달을 위한 어떤 설계가 필요한데 그것이 일부 병원을 제외하고는 과다한 진료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게 된다는 이야기이지요. 그러다보면 '환자안전'을 제일의 가치로 두어야 하는 의료문화에서 이를 도외시하는 위험이 도사릴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그래서 저희 병원이 많은 재원을 투입하여 기업형 병원의 수준에 이른다는 것은 일단 어려운 일일 뿐만 아니라 이제는 시대정신이 바뀌어서 환자들이 규모보다는 안전에 더 신경을 곤두세우는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저는 생각하고 있지요. 아울러 대학병원답게 연구중심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고요. 그런 점에서 저희 병원은 이미 10년 전부터 ‘연구중심병원’의 기치와 함께 ‘환자안전’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병원 운영에 적용해 오고 있는데, 이것이 우연인지 필연인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시대정신에 맞는 것이 아니었었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이 ‘환자안전’에 소홀히 하다가 몇몇 큰 병원들이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있지 않습니까? 이는 병원들이 ‘환자안전’에 조금만 소홀히 하면 아무리 많은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바로 최악의 상태로 전락할 수 있음을 염두에 두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말해 줍니다. 최근 모 병원에서 발생하여 사회적으로 엄청난 충격을 주고 있는 의료사고의 경우 10년 전만 해도 크게 문제가 될 사안이 아니었는데 지금에 와서 크게 부각되는 것은 이제는 의료현장에서의 사고에 대해 국민들이 더 이상 용납하지 않는다는 점을 일깨워주는 사건이었다고 생각을 합니다. 우리는 여기에 주목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대형화될수록 이런 일이 일어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고 보아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규모경쟁으로 가지 않겠다는 것이 옳은 방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나라 정부 역시 병원의 대형화보다는 환자안전 쪽을 더 지향한다고 봅니다. 솔직히 환자안전 측면에서 보면 1천병상 규모의 병원이 2천이나 3천개의 병상을 보유한 병원들보다 이상적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과거 저희 의료원의 경우 안암과 구로, 안산으로 병상이 분산되어 당시의 상황에서 볼때 다소 불리한 면이 있었지만 요즘에는 오히려 그로인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도 되는, 저희 의료원 차원에서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시대가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과거에는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는 것이 한계가 있었는데 요즘에는 IT와 같은 것이 발달해 지역적 거점을 많이 갖고 있으면서 중앙으로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 바로 저희 의료원과 같은 시스템이 보다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지요.


그런 측면에서 생각해 볼 때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 건립이 병원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시는지요?

 

현재 공사가 진행되고 있는 최첨단 융복합의학센터를 안암병원 입장에서 보면 지난 30년에 걸쳐 고질적인 문제였던 공간의 협소함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겠지요. 나아가 의료원 차원에서 보더라도 안암병원이 모병원이라고 할 수 있는데 모병원치고는 그 규모 면에서 충분하다고 할 수 없다고 보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점에서 융복합의학센터가 완공이 되면 안암병원이 고려대의료원 산하병원들의 모병원으로서 어디에 내놓아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면모를 갖추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보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그 속에 담을 내용겠지요.

 

 요즘 우리 사회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 산업혁명에 걸맞는 미래의료, R&D 등이 바로 그것입니다. 현재 공사 중인 융복합의학센터가 완공이 되면 공간 면에서는 지금의 2배 규모이지만 기존의 1천병상이 2천병상이 되는 것은 아니고 1천300병의 규모로 30% 정도 늘어나게 될 것입니다. 이는 나머지 공간이 미래지향적인 공간으로 바뀌게 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지요. 한마디로 현재이루어지고 있는 공사가 단순한 공간확장 공사가 아니라 고려대의료원의 엄청난 변화를 전제로 하고 있다고보시면 됩니다.


지금까지의 주제와 다소 다른 이야기가 될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언제부터인가 대학병원들이 의료원체제를 채택하여 운영하고 있는데 그러다보니 의료원장과 병원장의 역할이 다소 모호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듭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고 계신지요?

 

그 점에 대해서는 저희 의료원 역시 지난 집행부때에 심각하게 고민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과연 의료원과 병원의 역할을 어떻게 규명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말입니다. 그 당시 제가 다른 대학 의료원들의 상황을 조사했었는데 그 운영방식이 우리 의료원과 같은 곳도 있었고 또 다른 곳도 있었습니다. 공통적인 것은 대부분 인사와 예산권을 의료원에서 갖고 있는 점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단위병원 원장들의 역할에 한계가 있더라고요. 경영을 하는데 인사와 예산권이 없다면 제대로 된 경영을 한다고 볼 수 없는것 아니겠습니까? 그래서 저희 의료원에서 지난 집행부 때 고민하여 내놓은 방안이 점진적으로 병원장들에게 책임경영을 하게 하자는 것이었어요.

 

 아직까지 크게 변화된 것은 없더라도, 우리 고대병원의 경우 병원장의 주장이나 목표설정을 의료원 차원에서 많이 수용하고 있는 편입니다. 독자적인 결정권을 갖고 있지 않다뿐이지 병원에서 하려는 일을 의료원에서 제동을 거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다만 의료원장 입장에서 볼 때 전체적인 예산이나 인력 운영에 반하는 심각한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물론 제동을 걸게 되겠지만 말입니다. 한마디로 표현하면 저희 의료원은 통제보다는 조화를 이루는 주체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보시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저희 고려대의료원 산하의 안암, 구로, 안산 병원장이 의료원의 통제 때문에 병원장을 하기 어렵다는 말은 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고려대안암병원이 지금도 긍정적인 측면에서 엄청난 변화를 보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만 병원장의 입장에서 앞으로 더욱 발전하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시는지요?

 

그 점에 대해서 저는 두 가지를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지난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 오고있는 ‘연구중심병원’입니다. 이는 대학병원이라면 반드시 해야 하는 것이고, 저희 병원이 매우 잘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그 결과라고 생각이 됩니다만 지난해 대형 국책과제를 2개씩이나 따오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거든요. 그리고 계속해서 연구중심병원의 리딩그룹으로 자리 잡은 연구중심의 대학병원, 이것은 대학이 갖고 있어야 할 숙명적인 것이라는 점에서 저희들 모두가 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는 신뢰받는 의료기관이 되는 것입니다. 이 신뢰 속에는 환자안전, 진료비의 적절성, 서비스의 만족 등이 다 녹아들어 있는 것이지요. 이 가운데 특히 중점을 두어야 하는 것은 환자안전일 것입니다. 이전 한 원장님이 우리들에게 말씀하신 것이 있는데 우리 병원도 미국의 메이요클리닉처럼 되자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당시 제가 메이요클리닉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았는데 미국의 환자들이 자신의 질병이나 그에 대한 치료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불만이 나오게 되면 하는 말이 ‘그러면 메이요클리닉에 가보라’ 한다 합니다. 한마디로 메이요클리닉이 미국사람들의 생각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병원이라는 이야기지요. 저희 병원이 이런 병원처럼 되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병원이 되려면 신뢰가 있어야 하고 그 신뢰는 환자안전이 바탕이 되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시설이나 장비도 매우 중요한 문제이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이 환자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병원, 그래서 환자들이 안심하고 찾아 올 수 있는, 신뢰받는 병원을 만들어 가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라는 이야기지요. 그러려면 환자들이 고려대학병원을 찾을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는 마케팅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겠지요. 우선 고려대학병원이라는 조직자체가 사람들에게 주는 의료의 질적인 측면, 즉 브랜드 가치에 중점을 두어야 하겠지요.

 

이러한 생각에 바탕을 두고 저희 병원이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이 바로 ‘최소수혈외과병원’입니다. 사실 요즘 환자진료를 잘한다고 해서 좋은 병원이 되는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환자진료는 서울이 됐건 지방이 됐건 대부분의 병원들이 다 잘 하고 있기 때문이지요. 그렇지만 우리 병원에서 추진하고 있는 '최소수혈외과병원'과 같은 아이템을 추진하는 것은 환자의 병을 치료하는데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치료의 질과 관련된 것이라는 점에서 신중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봐요.

사실 수혈이 수술과 같은 치료행위에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지만 그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을 누구나 잘 알고 있는 사실이지요. 그런 모든 점을 고려해 정말 필요한 만큼의 수혈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 환자에게 미칠 부작용을 최소화하자는 것이 바로 저희 병원이 ‘최소수혈외과병원’을 지향하는 이유인 것입니다. 이런 것은 시설이나 장비 도입을 위한 예산의 증액 없이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말입니다. 그리고 이 일이 진정 가치가 있는 것이라고 믿고 있기도 하고요. 저희들이 추진하고 있는 ‘최소수혈외과병원’은 앞으로 대단한 화두가 될 것으로 봅니다.

 

고령화시대를 앞두고 2000년부터 수혈치료가 상당히 문제가 많은 치료방법이었다는 사실이 외국에선 이미 잘 알려진 사실 아닙니까? 기존에 감염된 혈액을 공급한다든지 혈액형이 맞지 않는 등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것이 완벽하게 잘 진행이 되더라도 수혈 그 자체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밝혀진 학계의 정설이지요. 지금 미국이나 유럽의 선진국들에서 정책적으로 수혈을 적게 하면서 치료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법이 쏟아져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까지 그렇지 못한 상황이기에 저희 병원이 우리나라, 아니 아시아에서 처음으로 병원 단위에서 ‘수혈을 최소화하는 기법으로 가자’는 방침을 정하고 의료진들의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하고 있습니다. 저희 병원의 이러한 방침은 최근들어 헌혈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대단히 바람직한 움직임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제 전공과목인 정형외과 분야에 있어서도 수혈을 한 환자와 수혈을 하지 않은 환자의 수술 후 감염률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어요. 그런데도 지금까지 수혈을 줄이려는 노력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고, 몰라서 그렇겠지만 알고 있었다고 해도 몸에 익어 고치려 하지 않고 그대로 해왔던 것으로 보여집니다. 제가 병원장이 되어 첫 번째로 가장 역점을 두고 있는 부분이 바로 이 ‘최소수혈외과병원’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진료에 있어서는 신뢰받는 병원 그리고 연구중심병원’ 바로 이것이 고려대학병원이 지향하고자 하는 이 시대 대학병원의 사명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어느 병원이든 일등하는 병원이 될 수 있는데, 그런 병원이야말로 바로 시대정신을 빨리 캐치하고, 빨리 준비하는 병원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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