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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수

인공지능과 정밀의료

썬 마이크로시스템즈는  ‘네트워크가  컴퓨터’라는  슬로건과  인터넷의  기반언어라할  수 있는 자바로 유명하다.   2009년  오라클에  합병되기 전까지  30년  가까이  IT 업계의  강자로  군림한 이 회사는 4명의 창업자에 의해  1982년  설립되었다.   그 중 한명이자  썬  마이크로시스템즈의  초대 CEO,  지금도 실리콘 밸리의 IT 구루 중 한 명으로  꼽히는  비노드코슬라는  2013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앞으로 10년간은 의학에서 데이터 과학과  소프트웨어의  기여가  생물학 분야 전체의  기여보다 더 클 것이다.”  이  말을  이해하려면 정밀의료로 대표되는 의학의  큰 변화 및  이와 함께  등장하는 인공지능의  관계에  대해  파악할  필요가 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15년 2월 정밀의료 추진계획을 전격적으로 발표했고,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이에 맞추어 정밀의료의  개념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정밀의료란 유전자,  환경,  생활습관 등의 개인적 차이를 고려하여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 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새로운 의학적 접근방법을 말한다”.


위의 정의는 포괄적이고  모호하다.  정밀의료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NIH가 내세운시기적 타당성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NIH는  정밀의료의  시기적 타당성으로 유전체 해독 기술의 발전,  빅데이터 사용 기술의 발전,  의생명 분석 기술의  발전을 들었다.  진단 및 영상검사와 같은 의생명 분석 기술의 발전은 지난 수십 년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왔기 때문에 사실상 정밀의료를  견인하는 두 개의  수레바퀴는 유전체 기술과 빅데이터 기술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밀의료란 데이터 기반 의료이다.  데이터 분석은 히포크라테스 이후 모든  의사에게 필수적인  요소이다.  의사는  환자가 진료실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 뒤  치료를 위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지난 1세기  동안 질병에  관한  치료법이 눈부시게  발전했지만 그보다 더 비약적 으로  발전한  것은  환자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방법과  데이터의 양이다.  데이터 수집 관점에서 볼 때  의학은  지난 1세기 동안  청진기의 시대에서  진단 및영상의학의 시대를 거쳐 유전체와 빅데이터의 시대에 진입했다.


IBM의 분석에  의하면 한 사람은  평생0.4테라바이트(TB)의  임상데이터(병원에서 생산된)와 6TB의 유전체데이터,  1100TB의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생산한다.  이제 의사들은  병원 안에서 생산되는 데이터뿐만 아니라  모바일 기기 등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라이프스타일 데이터를  환자 치료에 활용해야 하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요컨대 의학은  데이터 과학이고,  정밀의료는 데이터 기반 의료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은 정밀의료와  어떤 관계가  있는가?


 인공지능은 데이터  과학의 도구이다.  따라서  정밀의료가  데이터 기반 의료라면  인공지능과 정밀의료의 결합은  필연적이다.  인공지능의 역사는 60년이  넘으며 데이터를 단순처리하는 제어프로그램 (예: 인공지능 세탁기)에서  좀 더 복잡한 데이터 처리가 가능한  고전적 인공지능(예: 청소 로봇),  기계학습,  최근 화두가 되는  딥러닝이  모두 인공지능의  범주에 해당된다.


인공지능하면 2016년 큰 화제를 모았던 알파고를 떠올리는데 알파고는 인공지능이 아니라 구글의 인공지능 플랫폼에  바둑기보 데이터를  훈련시켜서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이다.   알파고와 같이 특정 분야의 솔루션을  만들기 위해서는 인공지능 플랫폼과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인공지능의  본격적인 도입은  의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병원에도 소위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현대의학과전문성, 인공지능의 관계를 파악해야  한다.  현대의학과 병원은  지난 한 세기 동안  모더니즘적인  발전을 통해  현재의  체제로  분화해왔다.  예를 들어,  외과와 내과로,  다시 내과가 신장내과,  류마티스내과,  종양내과,  심장내과,  소화기내과,  호흡기내과 등으로. 이러한 모더니즘적  분화의 중심에는  ‘전문성’이  자리잡고있다.   즉 종양내과와 심장내과 사이에는 차별화된 전문성이 존재하며,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의  수련이 필요하다는 개념이다.   현대병원은  차별화된 전문성을  바탕으로 각 분과가 개별 환자를  보면서 동시에  협업하는  모더니즘적 건축물이다.


인공지능은 전문성을  제공한다.  전문성을  설명하는 모델만  7가지 이상이 되고,  전문성을  구성하 는 여러요소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전문지식이다.  전문지식은  이론적 지식뿐만 아니라  적용 가능한 실용적 지식과  능력을  포함한다.   예를 들어  외과의사는 특정 수술에  관한 이론적 지식을 완벽하게 갖추어야
하는 것은  물론이지만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실용적 지식과 능력이 없다면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없다.  따라
서, 의학에서는  인공지능이 인간의 전문성을 완벽하게 대치하는  것은 어려우며  인공지능과  인간과의 적극적인  협업모델이  주류를  이루게 될 것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이 인공지능이 나은가 인간이 나은가 질문하고 있다.    분야에  따라 진행 속도는 다르겠지만  이미 이런  질문 자체에  큰 가치는  없으며,  알파고의  바둑 은퇴가 이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의학에서 우리가  해야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다.  “인공지능이 의사의 전문성을 적어도  부분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면,  반대로  의사가 인공지능을  통해  추가적인 전문성을  확보할 수 있다면  전문성에 기초한 현대의학의 구조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지금까지 설명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 질문에  답을 시도해보면  다음과 같다.  모더니즘적으로  분화해온   의학 분과의  전문성을  인공지능을  통해  적어도 부분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면(분과마다  정도의 차이가 있
지만),  분과 역할의  재조정이 이루어질 것이며,  개별의사의  역량은  확대될 것이다(추가적  전문성  확보를
통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구조의 병원 및 서비스가 출현하면서 현대의학의  포스트모더니즘 시
대가 열리고  이는 헬스케어의 4차 산업혁명과 연결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공지능의  시대에 인공지능과  의사를 경쟁의  구도에  두는 것은 무의미하다.   성공의 열쇠는인공지능과  의사의  경쟁이 아닌 협업에 있다.   인공지능으로  촉발된  현대의학의  포스트모더니즘 시대에는  인공지능 (로봇)과  인간의 공생 모델에  기반해 새로운  임상 워크플로우를  창출하고  최적화할 수 있는 의사,  병원이 앞서 나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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