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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수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그리고 의료

2017년 하반기,  그리고  2018년 상반기 대한민국 을 가장  크게 흔들었던 키워드를  골라보라면  무엇을 고르겠는가?  다양한  의견이  있겠지만,  블록체인,  암호화폐, 그리고  비트코인을  빼놓기는 어려울거라고 생각한다.  비트코인을  필두로  한  암호화폐 투자 열풍은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퍼져나갔고,  이제는 누구나 블록체인이  무엇인지,  암호화폐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하였다.  여기서  질문이 생긴다.


가상화폐 또는 전자화폐란 것은 이전에도 있었던 개념인데 새로  등장한  암호화폐라고 부르는 가상화폐는 과연  무엇일까?  과거의  가상화폐와  무엇이 다른가?  또  암호화폐의  기반 기술이라고 이야기하는  블록체인은  정말로  여러 사람들  말처럼 사회를  바꿀 수 있는 기술인 것인지.


2009년 사토시 나가모토(Satoshi Nakamoto)라는 가명을 사용한 한 연구자는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라는 제목의  백서를  발표하였다. 백서를 통해 사토시는 이중지불 문제(double-spending problem)를 해결하였다.  이중지불  문제는  온라인 상에서 가상화폐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거래될  때,  개인이  특정 개인에게  이미 지불한  가상화폐를  이중,  삼중으로  서로  다른 주체들에게  중복해서 지불할 수 있는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의  문제이다.


현재까지는 신뢰할 수 있는 제 3자의 도움 없이는 풀 수 없는 것으로 되어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비트코인은  블록체인이라는  일종의  공동 장부,  비가역적 데이터베이스를  도입하였다. 블록체인은  거래내역  또는 데이터가  순차적으로  저장되는 일종의 장부,  데이터베이스로서  과거 기록의  해쉬값이  현재의  블록에 해쉬값  형태로  남고  또 새로  생성된  블록이  네트워크를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한번 작성된  내용을 모두의  합의  없이는  되돌릴  수 없다는  특징을  가진다.  또  비트코인은  기존의  신뢰받던  제 3자가 유지해주었던  네트워크를  3자 없이  유지하기  위해 네트워크 참여자에게  인센티브를  지급해줌으로써  네트워크를 자발적으로  유지하게  만들었고,  어떤 악의적인 목적의  네트워크 참여자가  참여하더라도 네트워크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설계를 하였다. 


현재  광의의  블록체인은  이러한  데이터베이스로서의  블록체인과  네트워크를  유지하기 위한 인센티브 시스템 등을  모두  포괄하는  말이라고 할 수 있다.  보통  이 모든 시스템을  하나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구현하는데,  이를  코어 프로그램이라  한다.  이 프로그램을  컴퓨터  위에  실행함으로써  누구나  블록체인 네트워크에  여러 주체로서  참여 가능하다.


탄생 배경이 그랬듯이  블록체인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은  탈중앙성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온라인 시스템은  소위  서버라고  불리우는  하나의  중앙화된 주체가  있고 개인 컴퓨터나  스마트폰에  있는  어플리케이션 - 클라이언트들은  서버에  접속을  하여  서비스를  받았으며  서버는 자신만이  관리하는  장부를 만들고 데이터를  관리해왔다. 


블록체인은  이러한 신뢰할 수 있는 중앙화된 주체 없이도 데이터베이스가 안전하게 유지될 수 있는 프로토콜을 제시하였다.  이렇게  탈중앙화를  위해 데이터베이스에  누구든지  접근  가능하며  검증 또한  가능하지만  그 누구도 수정은  할 수 없게  설계하다보니  투명성,  무결성,  비가역성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특징이 되었다.   누구든  쉽게 건드리지  못하는,  일종의  공공장부인 셈이다.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암호화폐 장부,  또는  비가역성을  지닌 데이터베이스로 끝나버릴 수 있는  블록체인에  스마트  컨트랙트라는  기술이 결합되었다.   스마트 컨트랙트는  탈중앙화된  환경에서  동작
하는  일종의 프로그래밍  언어,  스크립트인데  이를  통해  블록체인의  가능성이  무한히  뻗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금융 분야에서의  블록체인 활용은  매우 자연스럽다.  실제  현실에서  개인이  개인에게 재화를  구입하고 현금을  지불하듯이,  온라인에서도  개인이  물건을  구입하고  은행과  같은  제 3자를  거치지 않고 바로 자산을  전달할  수  있으면  현재의  복잡한  온라인-오프라인  연동 시스템 자체가  매우  단순해질 수 있으며 이를  유지하기  위한  비용도  줄일 수 있고  지금까지 없던 형태의 서비스도  나올 수 있게 된다.  오프라인에서 거래되는 화폐나  은행,  카드,  페이먼트,  보험사 등의  역할도  꽤 많은 부분  대치할  수 있게  됨과 동시에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금융과  연관성이  매우 높은 무역, 물류 등에서의  분야에서도  제 3자의 개입을  최소화하고 프로세스를 개선함으로써  시간과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그러면 의료에서는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어떤 일을 할 수 있을까? 가장 쉽게 생각할 수 있으면서도 활용도가  높은 것은  제 3자의  중개 없이  이루어지는  의료 데이터의 전달이다.  의료 데이터를  병원끼리 공유하는 EHR (Electronic Health Record) 이나  개인이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관리할 수 있도록 하는 PHR (Personal Health Record),  이 두 가지 모두에서 발생 가능한 문제가 데이터의 신뢰 문제이다.


개인이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의 경우 병원이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에 비해 신뢰도가 낮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병원이  관리하고  있는 데이터를  완전히 신뢰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디지털 데이터는  쉽게 편집, 조작이 가능하기에  여러 가지 문제 등이 발생할 시 자신의  이익을 위한  유리한 방향으로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다.  블록체인은  디지털 데이터에  신뢰를  부여할 수 있다.  그럼으로써  병원이나  기업, 정부가 아닌 개인이  스스로 관리하지만,  그 내용에  대한 신뢰도  보장받을  수 있는  진정한  PHR이  가능해진다.  EHR도 마찬가지이다.  분쟁이  발생하였을 때,  책임 소재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에  대한 타임 스탬프 역할 및 데이터에 대한  해쉬값  보존  역할을  블록체인이  함으로서 투명성, 무결성 등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임상시험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 역시 신뢰성 확보이다.  언제  어떻게 데이터가 수집되었는지, 그리고 중간에  조작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이런  모든 것이  임상시험 결과를  평가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지표가 된다.  만약  연구의  디자인이  끝난  순간부터  환자 등록 등 임상시험의  모든 과정이  블록체인에  투명하게 기록되고  제 3자가  이를  쉽게 검증할  수 있게 되면 어떨까?  훨씬 더 높은 신뢰성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약물 유통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약의 생산 단계부터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유통 과정이나 소비자에게 전달되는  과정 전체를  투명하게  블록체인에  기록하고  남기면  약물의 유통과정도 보다 투명하게 할 수 있고  위약의  유통도  막을 수 있다.


그러면  필자가 속해있는 메디블록은  블록체인을 이용하여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 것일까?  애플이 아이폰을  내놓고  이어  구글이  안드로이드를  내놓으면서  스마트폰은  우리 곁에  다가오기  시작하였다.  그리고  어느새  사진 관리,  사진 편집,  쇼핑,  금융 등 과거  오프라인이나  개인용 컴퓨터 등을  통해서  밖에 이용할  수  없었던  대부분의  서비스가  이제는  스마트폰을 이용해  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의료를 이용하는  것은  아직도  불편하다.   나의 의료 기록을  받고  저장하고 싶어도  아직까지는  종이 문서 형태나 CD의  형태로만  받을 수 있으며,  여러 병원에서  진료받은  의료 데이터를  하나로  모아서 관리하거나 웨어러블 디바이스,  가정용 의료기기  등에서 생성된  헬스 로그 정보 등을 통합하고  관리하는  것은  아직까지 꿈에 불과한 일들이다.


그렇지만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는 스마트폰으로 나의  모든 건강, 의료 정보를  관리하고 내가 새로 방문하는  병원에도  지금껏  내가 살아오면서  쌓아온  모든 데이터를  전달하여  최적의  맞춤형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스마트폰에  저장된  나의 데이터를  100% 활용할  수 있기 위해서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의료 데이터에  대해  신뢰성 부여가 선행되어야 하는데, 그 일을 메디블록의  블록체인이 해주는 것이다.


블록체인을 통해 스마트폰에  저장된 의료 데이터에  원본대조필이  찍혀있는  의무기록사본 이상의 신뢰성을 부여할  수 있게  되면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의료 데이터를  스마트폰에 저장하고 관리하기 시작할 것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에  저장된 건강, 의료데이터를  활용한 다양한 디지털 헬스케어 어플리케이션들이  나올 것이고,  이런  어플리케이션이 쉽게 데이터를 이용하게  할 수 있도록  표준화 작업 역시 역으로 빠르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선순환이 이어지게  되면서  생태계가  확대됨과 동시에  소비자들은  보다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될 것인데,  이러한 미래는 늦어도 3~5년 안에 우리 곁에 오지 않을까 싶다.  혹자의 말처럼 블록체인이 만능인 것은 아니다.


탈중앙화되어 있기에  중앙화된  시스템에  비해 관리도  어렵고  성능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태생적인 한
계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제껏  중앙화된 시스템만으로는  할 수 없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할 수 있게 해줌으로써  사람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가져다주고  있으며  그 끝은 어디까지  뻗어나가게  될지 감히 상상하기도  어려울 정도이다.  인터넷에  신뢰를  더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  열어줄  세상.  3년 후,  5년 후,  또 10년 후.  어떤 세상이 다가올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그 세상을 감히 미리 상상해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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