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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연수

심장혈관외과에서의 로봇수술

2016년 3월 15일, 전세계가 주목한 “Google DeepMind Challenge Match”에서 마침내 인공지능 프로그램 “AlphaGo”는  바둑분야에서  세계 최고  경지에  오른  이세돌을  4승1패로  완파했다.   사실  인간이 만든 전기회로를 기반으로  한 컴퓨터가 “인공지능”의  범주로서 인식되기 시작 한 후 다양한 분야에서 인간을 넘어서  왔지만,  이날은 인공지능이  끝내 넘지 못하던 인간사회의  마지막 자존심 바둑이라는  게임의 전술상의 다양성으로  인해  인공지능이  인간을  이기기는 힘들 것 이라는  막연한 기대을 꺾어버린  매우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되는 듯했다.  하지만  Google 의 최고경영자 Eric Emerson Schmidt가 이야기했듯이,  이 사건은 많은 사람에게  누구의  승패와 관련이없이  인류의 승리로  기억되고 있으며,  더 나아가,  새로운 인공지능시대의 서막을  환영하는  축제의  분위기가  이어졌다.


John Gibbon이 처음으로  심-폐순환기계를  발명한 것을  시작으로, 심장의 구조적인 결함을 외과적인 시술로 고치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끊이지 않았다.   이에  힘입어  여러 과학자들과  의사들은 불치의 병이라 여겨지던 여러 심장질환들을  하나씩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굴복시켜왔다.  최근  들어서는 이에 안주하지 않고, 보다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한  노력은  계속되고 있는바  “최소침습적 수술” 이 대표적인  예이다.


 불과  수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외과의의  훌륭함은  피부절개의  크기에 비례한다는  미신적인 농담이 의사들 입에서도  오르내렸다. 아마도  경험이 많은  의사들이  주로  범위가 큰 수술을  많이 했었기 때문에, 그리고 이러한  수술들은  적당한 경험에  기인해서는  할 수 없는 수술이기  때문에 나온 이야기였을 것이다. 현재 가장 큰 범위의  혈관 수술이라고  생각되는  Extent II  흉복부대동맥 치환  술의  합병증  발생률이 매우 잘숙련된  기관에서도   10%에  육박함을  감안 했을 때,  절대 틀린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수술 절개가 가져오는  외상이수술 후의  회복에 영향을  미친다는 보고들이  많아지면서, “최소침습적 절개” 는  심장외과  의사들  사이에서  큰 관심거리이다.   이러한 관심은  작은 피부절개가 가져올  수술부위  통증과  재원기간의  감소에 대한  기대감에 기인한다.  현재로서는  이러한 최소침습절개술의 발전의  정점에는  da Vinci system (Intuitive Surgical, Inc, Sunnyvale, Calif)를 이용한 로봇 심장수술이 있다 (Figure 1).



 다빈치를 이용한 수술은 3D camera를 이용한 입체적인 시야확보,  자유로운 각도조절이  가능한 기구의 움직임,  손 떨림에  대한보정작업등이 타 최소침습적 수술에 비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최소침습절개를  통한 심장수술의  단점에 대해서는,   움직임과 시야의  제한으로 인해  정중흉골절개술을  통한 심장수술보다  시간이 더 걸린다는 점,  역행성 혈류로  인한 뇌졸중의 위험,  지혈술의 어려움,  높은  가격 등이   알려져 있다.  로봇 심장수술이  처음으로  도입되었을  때는  안전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가장 큰 걱
정이었다.  특히나  촉각에  대한  feed-back 이 없다는 것이 섬세함을  극도로 요구하는  심장수술에서 로봇의
사용을  경계하는 주장의  대표적인 이유였다.  특히나  아시아 지역에서는  경제적인 이유와  더불어  위에 나
열한  단점에 대한  걱정들이  서구사회에  비해  보다 더디게  로봇 심장수술을  받아들이게  되는 장애물들이었다.


하지만 처음 심장수술이 시작되고 나서 100년남짓 지난 지금 이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수술결과를 내듯이 또한  절대 이기지 못할 것  같은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겼듯이,  과학기술은  발전하기  나름이고 이것은 항상  긍정적인  방향으로  성장해왔다.  한 예로  최근의  문헌들에서 발표되는  로봇 심장수술후의  조기사망률은  1%보다 적게 보고하고 있다.


위에 나열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다빈치 심장수술은  아직 보편화 되었다고 이야기  하기는 어렵다.  여러 경험이  많은 센터에서도  로봇 심장수술이  활성화 되기 위해서는  초기 배움  비용 효과 (Learning curve effect)를  지불했었다고  보편적으로  이야기 하는데,  이러한 초반의  어려움을 문제없이  극복하려면  충분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기 때문이다.  서울아산병원에서는  2002년부터  AESOP 3000 system (Computer Motion, Santa Barbara, Calif)를  이용하여  최소침습적인  심장수술을 시행해 왔다 (Figure 2A).



이를 기반으로  비교적 빠르게  로봇심장수술에  적응한 편이라고 스스로는  생각하지만  초반에는 수술 후 출혈으로  인한 재수술의  비율이  5%내외였던  것을 감안하면,  서울아산병원  로봇수술도 초기비용을 분명 지불했던 것 같다.  수술 결과의 호전은  물론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우리의 경험에 비추어 봤을 때 심장 수술 시  꼭 필요한  대동맥  겸자기구의  교체와  수술을  도와주는  보조인력들의  역할에  대한 시스템화가 가장 컸던 것 같다.  기존에  사용하던  크고  긴 겸자 기구 대신  탈부착 가능한   겸자(Glauber clamp [Sorin Group, Saluggia, Italy])를  사용함으로써  피부절개를 줄였다 (Figure 2B).


이는 출혈가능성을 하나 감소시키고, 최소침습적 심장 수술의 목적에 더 부합하게 되는 결과를 가지고왔다. 또한 병원 내부에서 로봇 심장수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수술  보조인력들에게  routine procedure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현재는  이 프로그램이  해외에도 소개가  되어서,  대만,  일본 등의  나라에서  교육을 받고자  서울아산병원으로  방문하기도  한다


인간은  세대가  지날수록  진화의 과정을  거듭 거쳐왔는데, 이는 우리의  삶을 더욱 편하게 만들고자 하는 욕구와 후대에는 지금  가지고  있는 불편함들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의  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인류는 진화를  계속해  갈  것이고, 심장 수술 역시 발전할  것이다.  현재로서는  최소침습적인  심장수술 혹은  로봇수술이  고전적인  정중앙  흉골 절개술에  비해 압도적인  이점을  제공하지는  않아  보이지만,  인류는  항상 그런 방법으로  발전해왔다.  지금의 한계에  굴복하고 편한 방법만을  고집하는 것보다는  미래의  멋진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것도  분명히  가치  있는일일 것이다.  머지않은  미래에  로봇의 도움으로 0.1마이크로미터의  오차조차도 컴퓨로 계산되어  합병증이  zero에 수렴하게  될지도 모르는  그런 날이 오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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