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병원 영상의학과 박상우 교수는 기자의 결코 적지 않은 의료분야 취재경력에도 불구하고 거의 들어본 적이 없는, 조금은 특이한 ‘팔다리혈관센터’의 장을 맡고 있다. 박 교수는 고려의대를 졸업하고 고대 구로병원에서 영상의학과 전문의를, 그리고 대학원에서 의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전문의 취득 후 잠시 자신이 수련을 받았던 구로병원에서 전임의에 이어 임상조교수를 지내다가 2004년 건국대학병원 전임강사로 자리를 옮겨 지금은 교수로서 학생교육과 환자진료에 전념하고 있다.
그리고 현재 맡 고 있는 팔다리혈관센터장은 지난 2013년 미국 플로리다에 있는 Baptist Cardiac and Vascular Institute에서 2년 동안 비지팅 펠로우로 일을 하다가 돌아오면서 부터이다. 박 교수가 현재 맡고 있는 건국대학병원 팔다리혈관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 들어 보았다.
건국대학교병원 팔다리혈관센터장을 맡고 계신데 제가 과문한 탓이겠습니다만 이런 명칭의 혈관센터는 처음 들어보는 것 같습니다. 다른 병원에서 처럼 그냥 혈관센터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팔다리혈관센터라는 명칭을 정한 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요?
아마도 그러실 겁니다. 팔다리혈관센터라는 명칭은 저희 대학병원에서 처음 사용한 것이거든요. 그전에는 다른 대학병원들에서 사용하고 있는 말초혈관센터 등의 명칭으로 불렸었지요. 그런데 말초혈관이라는 것이 제 생각으로는 조금 이상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사람들이 말초 혈관이라고 하면 그것을 어디까지를 말하는 것인지를 잘 알지 못해요. 결국 팔다리혈관이라는 것이 특징적으로 말초혈관과 같은 의미로 쓰이는 것으로 보시면 됩니다.
팔다리혈관의 질환은 기존에 있는 뇌동맥이나 심장 관상동맥에서 발생하는 것과 유사한 질환입니다. 뇌동맥이나 관상동맥에 생기는 경화현상과 마찬가지로 팔다리 혈관들에서도 같은 증세가 발견되곤 하니까 말입니다. 뇌동맥이나 관상동맥은 생명과 바로 직결이 되기 때문에 그동안 많은 주목을 받아 왔지만 팔다리에 생기는 질환에 대해서는 생명과 직접적으로 상관이 없다고 생각해서인지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더라고요.
특히 팔 혈관 같은 경우 다리 혈관과 는 달리 동맥경화성 질환이 많지 않지요. 물론 혈관이 좁아지는 경우가 있긴 합니다만. 그러나 다리는 눕거나 앉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시간동안 우리의 몸 전체를 지탱하고 다녀야 하기 때문에 혈액의 흐름에 조금만 이상이 생겨도 바로 그로 인한 이상증세가 나타나게 되는 것이지요. 그런데 팔의 경우는 그런 점에서 다리와는 조금 다르다고 할수 있겠지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사실 팔에서는 다리에서와는 달리 혈관질환이 잘 생기지가 않아요.그렇다면 ‘왜 팔다리혈관센터라고 했느냐’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그것은 거의 대부분 혈액투석을 받아야 하는 만성신부전환자들 때문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혈액투석을 받는 환자들의 수가 결코 적지 않거든요. 잘 아시겠지만 투석을 받는 환자들이 투석을 받으려면 혈액로가 확보되어 있어야 하고, 이 혈액로는 거의 대부분 팔에 만드는데 이 혈액로를 통해 계속해서 투석을 시행하는 경우 대부분의 환자들에서 한번 이상은 문제를 일으키게 됩니다. 혈관이 좁아진다든지, 심한 경우 막히는 경우도 생기지요. 결국 경화증세를 보여 치료를 받는 다리혈관질환자들과 유사한 방법으로 치료를 해야 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을 합니다.
다리동맥에 경화가 오는 요인이 여러 가지 있습니다. 관상동맥이나 뇌동맥과 마찬가지로 일반적인 동맥경화에 의해 오게되는데 최근에 많이 주목을 받고 저희가 특히 신경을 쓰고 있는 것이 당뇨나 만성신부전 환자들입니다. 이런 환자들의 경우에는 다리혈관이 좁아지는것인데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혈관이 많이 딱딱해져 있기 때문이지요. 마치 돌덩이 같아요. 한마디로 석회화가 많이 진행되어 있는 상태인 것이지요. 이런 혈관을 뚫고 치료해 주는 것이 바로 담당의사의 기술과 노력 그리고 시술에 함께 참가하는 의료진의 팀워크인 것입니다.
치료의 조화가 필요로 하는 경우인 것이지요. 이런 시대적 요청에 따라 우리 팔다리혈관센터는 환자에게 효과적인 치료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제가 미국에서 연수를 마치고 돌아온 지난 2013년도 이 팔다리혈관센터라는 명칭을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지요.
그리고 2014년부터는 매년 11월 말 토요일과 일요일 양일간 팔다리혈관을 주제로 APECS라는 라이브 심포지엄을 개최해 오고 있습니다. 그 내용은 제가 실제 라이브로시술을 하고 그 장면들을 담은 영상을 강당으로 보내 참석자들이 볼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다리혈관 중에서 동맥 말고 중요한 것이 여성 3~4명 가운데 한명에게서 나타난다는 하지정맥류인데 저희 건국대병원 팔다리혈관센터만큼 SCI에 많은 그에 관한 논문을 게재한 곳도 없을 것으로 봅니다.
특히 이 하지정맥류와 관련한 논문이 최근 ‘저널 오브 배스큘라’ (journal of Vascular)라고 하는 혈관질환에 있어서 최고 수준의 저널에 실리기도 했습니다. 이 하지정맥류와 동맥, 특히 당뇨발이나 투석환자 치료에 있어선 저희 센터가 국내 최고의 수준임은 자타가 공인하고 있는 것이지요.
이 센터를 통해 그동안 많은 환자들이 찾아와 진찰과 치료를 받았을 텐데 그 환자들 가운에 특히 소개할만한 환자가 있을는지요?
많은 환자가 다녀갔기 때문에 누구를 사례로 들어야 할지 생각이 나지 않네요. 사실 환자의 진료를 맡은 의사 입장에서 볼 때 환자들 모두가 특별한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굳이 물으시니까 가족 모두에서 하지정맥류 증세를 보인 한 가족들의 생각이 나네요. 이 하지정맥류는 어느 정도 유전적 요인이 있어요. 그 가정의 사모님이 약사셨는데 그 남편과 함께 하지정맥류 치료를 받았어요. 그리고 이부부 사이에 딸이 넷이 있었는데 이들 네 명의 딸들가운데 세 명 역시 제게 하지정맥류 치료를 받았어요. 그렇다고 딸 하나는 그 증세가 없다는 것이 아니라 외국에 나가 있어 치료를 할 수 없었다는 이야기지요. 말로는 귀국을 하면 저를 찾아 올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말을 전해 들었습니다.
다리동맥의 경우 중요한 것은 당뇨발을 들 수 있을 것입니다. 예전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다리가 조금아프더라도 흔히 ‘그 정도는 견뎌야지’라며 치료에 큰 관심을 갖고 있지 않았었지요. 그러나 삶의 질이 높아진 요즘에는 예전과는 그 생각하는 것이 많이 달라졌어요. 더구나 평균수명이 높아져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 역시 대단히 높아지지 않았습니까? 이 삶의 질 측면에서 볼 때 당뇨발은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됩니다.
이 당뇨발은 조금만 관리를 소홀히 하여 혈관이 막힌 상태가 지속이 되면 괴사가 오고 결국에는 다리를 절단해야 하는 불행을 겪게 되는 것이지요. 이런 환자들 가운데는 무릎 아래를 절단한지 얼마 되지 않아 또다시 무릎 위를 절단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정말 주의를 요하는 병이 바로 당뇨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리절단을 막는, 결국 삶의 질을 높여주는 수준에서 당뇨발 치료를 하는 것이야말로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단히 심각한 문제는 당뇨발 증세를 보이고 있는 환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스스로 혈관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일 것입니다. 그러다가 다리에 상처가 생기고 염증이 생긴 이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면 70대 초반의 환자였는데 발등이 반경 7cm정도로 완전히 괴사되어 저를 찾아 왔더라고요. 사람들마다 종아리에 3개의 동맥이 있는데 이 환자의 경우는 그 3개 동맥 모두가 막혀 있더군요. 그래서 이 혈관을 뚫지 않으면 큰일 난다고 했는데 환자가 이를 강력히 거부하며 돌아가더라고요, 그리고 6개월이 지난 후 다시 저를 찾아왔는데 그때는 이미 혈관을 뚫고 치료할 수 있는 시기가 지나 결국 다리를 절단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이 환자 이외에도 다리에 궤양이 생긴 60대 후반의 환자가 있었는데 다른 병원에서 여러 번 치료를 받다가 호전이 되지 않아 저를 찾아온 경우였습니다. 진찰 결과 발목까지는 혈관이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깨끗해 그동안 다니던 병원에서 도 이렇다 할 치료를 하지 않았던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상처가 나면 낫질않고 계속 나빠져서 결국 저를 찾아 온 환자였습니다. 그래서 면밀히 진찰을 해보니 발가락 동맥이 막혀 있어 윗 부분의 혈관이 아무리 깨끗하다고 해도 혈액이 제대로 순환되지 못해 상처가 나면 제대로 낫지를 않았던 것이지요. 그래서 이 환자에 대해서는 막혀있는 발가락 동맥을 뚫어 당뇨발에서 헤어
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이 기회를 통해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당뇨발의 경우 막힌 혈관을 조기에 발견하고, 막힌 혈관부분을 가능한 한 많이 뚫어 주면 충분히 정상적인 기능을 회복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제가 대학에 다닐 때만 해도 종아리 동맥 3개 중에서 하나만 뚫어도 괜찮다고 했지만 그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분명한 사실은 하나보다는 두 개 그리고 두 개 보다는 세 개를 다 뚫어주는 것이 좋은 것이지요.
왜 자꾸 이 종아리 동맥 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당뇨라는 질병은 아주 질이 나빠서 큰 혈관은 잘 침범을 하지 않고 보통 5mm 이하의 작은 혈관을 침범하기 때문에 무릎 밑 동맥을 많이 건드릴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팔다리혈관센터의 조직도를 보니까 여러 임상과가 들어 있던데 이들 각 임상과의 역할은 어떤 것인지요?
팔다리혈관센터의 중추는 역시 저희 영상의학과이고, 기본적으로 혈관수술을 담당하는 혈관외과와 흉부외과, 그리고 당뇨환자를 진료하는 내분비내과, 혈액투석환자를 진료하는 신장내과, 관상동맥질환을 진료하는 심장혈관내과가 센터 운영에 함께 참여하고 있습니다. 특히 심장혈관내과가 저희센터에 들어와 있는 것은 관상동맥질환이 있 는 환자의 1/3에서 다리혈관에 질환이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지요.
이 심장혈관내과에서 환자를 진료하다가 다리혈관에 이상이 발견되면 바로 저희한테 보내는 것이지요. 그러면 저희가 바로 혈관조영술을 시행하여 이상 여부를 확인한 후 풍선확장술이나 스텐트 설치와 같은 방법으로 시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이 센터에서 시행했던 팔다리혈관질환들을 나름대로 분류해 놓은 자료가 있는지요?
그동안 제 개인적으로 시술한 하지정맥류 환자만해도 3,000례를 넘어서고 있어요. 이 하지정맥류의 경우 유형별로라기 보다는 치료하는 방식에 다소의 차이가 있습니다. 잘 알려져 있는 레이저시술방법을 비롯해 레이저에 견줄만한 고주파시술이 주로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이 두 가지 치료방법이 한시대를 풍미했고 지금도 주류를 이루고 있다고 할수 있습니다.
이 두 가지 치료방법의 특징은 열을사용한다는 것이지요. 열을 사용해서 혈관을 태우는 겁니다. 이 때 조심해야 하는 것이 혈관이 화상을 입지 않도록 하는 것으로서 시술 전에 먼저 혈관 주위에 주사를 하여 팽창마취를 하고, 주위의 열을 흡수하도록 물을 뿌려 줍니다. 조금 복잡하지요. 그래서 최근에는 이런 열을 사용하지 않는 치료방법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것이 바로 베나실이라는 접착제와 클라리베인이라는 경화제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이 두 가지 치료방법은 팽창마취를 필요로 하지 않지요. 이 두 가지 방법 가운데 베나실 방법이보다 간편하게 치료를 할 수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환자에게 고통과 불편을 주는 것이 레이저시술 방법이 되겠지요. 그리고 다리동맥으로서 종아리동맥이 막혀 있는 환자들의 경 우 이를 뚫을 수만 있다면 다리를 절단하지 않아도 되는 확률이 70% 이상입니다.
반대로 막힌 종아리동맥질환 중 점차적으로 빈도가 많아지고 있는 당뇨발 환자의 경우 혈관을 성공적으로 뚫지 못하면 다리를 절단할 확률이 75%로 높아지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저희 센터의 경우 전체적으로 지금까지 이 수술을 받은 환자들의 다리를 절단하지 않고 치료에 성공한 사례가 거의 90%에 이릅니다. 따라서 모든 병이 다 그렇듯이 이상증세를 느낄 때 가능한 한 빨리 내원하여 진단을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것이 시술성공률을 높일 수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희 팔다리혈관센터를 가장 많이 찾아오고 있는 환자 중에는 혈액투석환자들인데 그 까닭은 저희 병원에 직접 내원한 환자들뿐만 아니라 혈액투석을 하고 있는 외부 병의원에서 보내오는 환자 수가 많기 때문입니다. 이 혈액투석술을 받고 있는 환자들 다음으로 많이오는 환자가 하지정맥류 환자들이지요.
그러면 마지막으로 한 가지만 더 여쭈어보려고 하는데 교수님이 이끄시고 있는 이 팔다리혈관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관해 간단하게 설명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희 팔다리혈관센터는 기존의 관상동맥이나 뇌혈관질환센터 만큼 특화된, 그동안 관상동맥이나 뇌혈관만큼 주목을 받지는 못했지만 실제 일상생활을 해 나가는데 있어서 많은 불편을 주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팔과 다리에 생기는 질환을 보다 부각시켜 접근을 해보자는 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습니다.
실제 팔다리혈관 질환자들의 수가 의외로 많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동안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거든요. 이런 환자들의 삶의 질을 높여 주는데 저희 센터가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이런 생각을 갖고 환자진료에 임하다보니 저희 센터를 찾는 환자들의 수가 날로 크게 늘어나고, 그에 따른 저희들의보람도 점점 커져가고 있습니다.
반복되는 이야기입니다만 다리동맥질환의 경우 하지절단을 예방하고, 투석환자들의 경우에는 생명로라고 할 수 있는 투석로를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게 해 준다는 나름대로의 자부심인 것이지요. 그리고 현재 수없이 많은 새로운 치료법이 도입되고 있는데 저희가 이를 선도해서 적용하고 이를 학술적으로 정리하여 발표함으로써 이들 환자를 진료하는 많은 의사와 의료기관에 전파할 수 있다 는 자부심도 갖고 있습니다.
(김성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