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책임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할까. 의료진 개인의 과실로 사건을 규정해 온 기존 책임 논의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연구가 나왔다. 의료행위를 ‘누가 무엇을 했다’는 단선적 인과관계로 설명하는 기존 방식이 의료사고의 본질과 의료문화를 동시에 왜곡해 왔다는 문제 제기다. 중앙대학교병원 류마티스내과 최상태 교수와 연세대학교 보건대학원 강철 객원교수는 최근 한국의료윤리학회에 의료사고와 책임 귀속 문제를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한 논문을 발표했다. 논문 제목은 ‘의료행위의 문법, 중동태: 중동태 정의와 포용적 의료문화로의 전환(The Grammar of Medical Practice and the Middle Voice: Toward Middle-Voice Justice and a More Inclusive Medical Culture)’ 이다. ▲ 최 상태 교수 이번 연구는 의료사고를 둘러싼 기존 논의가 능동과 피동이라는 이분법에 갇혀 복잡한 의료 행위의 결과를 ‘가해자-피해자’ 구도로 단순화해 왔다고 지적한다. 이 같은 서술 방식은 의료행위가 지닌 복합성과 상호작용성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의료사고의 구조적·시스템적 원인에 대한 성찰
국내 의과대학 본과생들이 실제 임상 증례 분석에서 인공지능(AI)이 의료진과 비교해 더 높은 판단 정확도를 보일 수 있음을 확인했다. 연세대학교 용인세브란스병원(병원장 김은경) 심장내과 배성아‧정신건강의학과 박진영 교수와 연세의대 본과 4학년 정재원‧김현재 학생 연구팀은 오픈AI 멀티모달 및 추론 AI 모델(GPT-4o, o1)의 임상 판단 정확도를 의료진 응답과 비교‧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교수의 지도 아래 의대 본과생들이 연구 설계부터 데이터 분석, 논문 작성까지 전 과정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의학교육과 AI 의료 연구 측면에서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24년까지 의료 교육 플랫폼 ‘메드스케이프(Medscape)’에 공개된 1,426건의 임상 증례를 분석했다. 각 증례에는 환자의 상세한 병력, 신체 검사 소견, 혈액 검사 결과는 물론 X-ray(엑스레이), CT, MRI, 초음파, 심전도, 병리 슬라이드 등 총 917건의 의료 영상이 포함돼 실제 임상에서 접하는 복잡한 진단 상황을 반영했다. 분석 결과, 다수의 의료진이 선택한 답안의 정확도는 85.0%였으며, GPT-4o는 88.4%, 최신 추론 모델인 o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여성병원(원장 김영탁) 부인암센터 박현, 박초원 교수팀이 부인암 수술 후 발생할 수 있는 림프액 누출(유미 누출, chylous leakage)을 예방할 수 있는 새로운 수술 전략을 제시했다. 이번 연구는 외과 수술 분야의 국제 학술지 아시아외과학회지(Asian Journal of Surgery) 최신호에 ‘수술 중 장간막 림프관 경로 확인으로 림프액 누수 예방(Intraoperative mesenteric lymphatic mapping to prevent chylous leakage)’ 제목으로 게재됐다. 연구팀은 부인암 수술 중 장간막 림프관 경로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수술 기법을 개발해 복강내 림프액 누수 발생 예방책을 제시했다. ▲(왼쪽부터)분당차여성병원부인암센터 박현, 박초원 교수 림프액 누출은 부인암 수술 중 장간막 박리나 림프절 절제가 동반될 경우 회복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합병증이다. 복강 내 림프관의 손상으로 림프액이 누출되면 복수가 차오르고, 환자는 림프액 배출을 위한 추가 치료를 받아야 한다. 특히 난소암, 자궁경부암 등 광범위한 수술을 받은 환자에서 발생 위험이 높으며, 회복 지연과 추가 치료로 환자의 부담이
국내 연구진이 뇌 림프종 수술, 생검에서 ‘5-ALA’ 형광 활용 시 높은 진단 효율과 안전성이 향상되는 것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불필요한 생검 감소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가천대 길병원 신경외과 신동원·이기택 교수, 정준혁 레지던트 연구팀은 뇌 림프종 진단 과정에서 ‘5-아미노레불린산(5-ALA)’ 형광 유도 기법의 임상적 유용성을 체계적으로 분석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주목받았다. 이번 결과는 단일 기관 임상 연구에 더해 국제 문헌을 종합 분석한 것으로, 뇌 림프종 생검 과정에서 5-ALA 형광 기법이 진단 효율과 수술 안전성을 높이는 데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제시했다. 5-ALA는 종양 세포 내에서 형광 물질로 전환된다. 신경외과 신동원 교수는 “뇌 림프종은 빠르고 정확한 진단이 치료 성과에 직결되는 질환”이라며 “5-ALA 형광 유도 기법은 수술 중 병변 위치를 직관적으로 확인할 수 있어, 불필요한 반복 생검을 줄이고 수술 효율과 안전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다만 형광 소견만으로 진단을 대신할 수는 없으며, 병리 진단과의 병행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세계적인 학술지 ‘Photodia
스마트폰 배터리가 얼마나 오래 가는지, 난치병을 치료할 신약이 나올 수 있을지는 모두 재료 물질을 구성하는 원자들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결합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 수많은 원자를 어떻게 배치해야 가장 안정적인 분자가 되는지를 찾는 과정이 ‘분자 설계’의 핵심 과정인데, 그동안은 거대한 산에서 가장 낮은 골짜기를 찾는 것처럼 어려워 막대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했다. KAIST 연구진이 인공지능으로 이 과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결하는 신기술을 개발했다. KAIST는 화학과 김우연 교수 연구팀이 분자의 안정성을 좌우하는 물리 법칙을 스스로 이해해 구조를 예측하는 인공지능 모델 ‘리만 확산 모델(R-DM)’을 개발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모델의 가장 큰 특징은 분자의 ‘에너지’를 직접 고려한다는 점이다. 기존 인공지능이 분자의 모양을 단순히 흉내 냈다면, R-DM은 분자 내부에서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를 고려하여 구조를 스스로 다듬는다. ▲ (좌상단부터) KAIST 김우연 교수, KISTI 우제헌 박사, KAIST 김성환 박사, 김준형 박사과정 연구팀은 분자 구조를 에너지가 높을수록 언덕, 낮을수록 골짜기로 표현한 지도로 나타내고, 인공지능이 가장 에너지가 낮은 골짜기
차세대 방사선 치료 기술로 주목받는 ‘플래시(FLASH)’의 임상 적용이 한 발 더 가까워졌다. 플래시는 고선량의 방사선을 1초 미만 찰나의 순간에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치료법을 말한다. 방사선을 이용한 암 치료의 수준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미래 기술로 꼽히지만, 아직 전 세계적으로 임상 연구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삼성서울병원 방사선종양학과 한영이·최창훈 교수, 이성은 박사 연구팀은 최근 전임상 연구를 통해 양성자 기반 플래시 치료가 폐에서도 주변 정상 조직을 보호하는 효과를 확인해 영상의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 학술지인 ‘영국 영상의학회지(British Journal of Radiology, BJR)’에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사업부 ‘방사선 이용 미래혁신 기반기술연구 사업’에서 한영이 교수가 연구책임을 맡은 ‘암치료의 혁신을 위한 양성자 조사의 미래기술 연구(2021M2E8A1048108)’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팀은 자체 구축한 실험 모델을 이용해 60그레이(Gy)에 해당하는 양성자를 폐 조직에 국소적으로 조사하면서 기존 치료와 플래시 치료를 적용했을 때를 비교했다. 기존 플래시 연구가 폐 전체를 대상으로 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서울대병원(병원장 김영태)은 최근 원내 헬스케어AI연구원(Healthcare AI Research Institute)이 개발한 의료 특화 인공지능(AI) 모델 2종을 전 세계에 오픈소스로 공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에 공개한 모델은 흉부 X-ray 영상을 분석해 판독문을 생성하는 영상 판독 AI ‘mvl-rrg-1.0’과 의료 추론에 특화된 거대언어모델 ‘hari-q2.5-thinking’이다. 두 모델은 실제 임상 현장에서 의료진이 수행하는 판단 과정을 보조하도록 설계된 의료 특화 AI로, 각각 ▲서울대병원 전경 의료 영상 판독과 텍스트 기반 임상 추론에 활용된다. 이번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연구용 컴퓨팅 지원 프로젝트’ 지원을 통해 이뤄졌다. 서울대병원은 의료 분야 초거대 AI 모델을 자체적으로 개발하고, 연구 성과를 글로벌 수준으로 공개할 수 있는 역량을 인정받아 지원 대상으로 선정됐다. 서울대병원은 이 사업을 통해 H200 GPU 64장(약 4PF급 연산 성능)을 지원받아, 대규모 의료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고난도 AI 모델 학습 환경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텍스트와 의료 영상이 결합된 초거대 의료 AI 모델의 학습과 검증을 효율적으로
차 의과학대학교 분당차병원(원장 윤상욱) 췌담도 다학제 진료팀의 종양내과 전홍재•김찬, 병리과 황소현, 외과 양석정 교수, 우선정 연구원 연구팀이 ‘젬시타빈(gemcitabine) + 시스플라틴(cisplatin) + 아브락산(albumin bound paclitaxel, nab-paclitaxel)’의 3제를 병합한 젬시아 (이하 ‘젬시아’)를 받은 진행성 담도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전향적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간담도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Hepatology’에 ‘젬시아 치료를 받은 진행성 담도암에서 생물학적 특성 기반 환자 분류: 전향적 관찰 코호트 연구(Biology ▲(왼쪽부터) 분당차병원 종양내과 전홍재 교수, 병리과 황소현 교수, 종양내과 김찬 교수, 외과 양석정 교수, 차 의과학대학교 의생명과학과 우선정 석사 -driven stratification of advanced biliary tract cancer treated with nab-paclitaxel plus gemcitabine-cisplatin: A prospective observational cohort study’라는 제목으로 온라인 최신호에 게재됐다. 기존
류마티스 심장질환은 류마티스열의 합병증으로 인해 심장 판막에 만성적인 염증이 생기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염증이 지속되면 판막이 딱딱하게 굳으면서 피가 나가는 길이 좁아지는 협착이나, 판막이 제대로 닫히지 않는 역류가 나타난다. 이러한 판막 부전은 심장에 과부하를 일으켜 심부전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지금까지 판막 조직의 변성이 심한 류마티스 환자에게는 인공판막으로 교체하는 ‘승모판 치환술’이 표준 치료로 여겨져 왔다. 자기 판막을 최대한 살리는 ‘승모판 성형술’은 좌심실 기능 보존, 항응고제 복용 최소화 등의 장점이 있지만, 수술한 판막의 내구성에 대한 장기적인 근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왼쪽부터)김준범·김기태 교수 서울아산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김준범·김기태 교수팀은 2000년부터 2022년까지 류마티스 승모판 성형술을 받은 환자 337명을 분석한 결과, 폐고혈압 동반 등 위험인자가 없는 저위험군 환자의 경우 20년 내 재수술률이 단 1%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연구 결과는 20년 이상 장기 추적 관찰을 통해 류마티스 환자에게도 승모판 성형술이 매우 효과적이고 안전한 치료법임을 입증했을 뿐 아니라, 환자별 맞춤 수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