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외래에서 아이들의 식습관에 대해 상담하다 보면, 학교와 학원 일정에 쫓겨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편의점이나 패스트푸드에서 고열량의 인스턴트 음식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여기에 학업과 학원 수업으로 책상에 앉아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활동량과 운동 시간은 크게 줄어들면서 체중이 급격하게 증가하는 사례도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처럼 잘못된 식습관과 신체활동 부족으로 인한 소아비만은 실제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대한비만학회에서 발행한 「2023 비만 팩트시트」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지속적으로 증가해왔습니다. 2012년과 비교했을 때, 2021년 소아청소년 비만 유병률은 남아에서 약 2.5배(10.4% → 25.9%), 여아에서 약 1.4배(8.8% → 12.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진료중인 류 인혁 교수

 

소아비만이 중요한 이유는, 어릴 때 비만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성인이 되어서도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비만인 아이들은 정상 체중 아이들에 비해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위험이 5배 이상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문제는 단순히 체중 증가에 그치지 않습니다. 비만한 아이들은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염,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합병증 위험도 함께 커지게 됩니다. 특히 최근에는 이런 질환들이 성인이 되기 전에, 즉 청소년기부터 나타나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이제 소아비만은 ‘나중에 크면 괜찮아지겠지’ 하고 넘길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지금부터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중요한 건강 문제로 인식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비만인지 어떻게 확인할 수 있을까요?

 

비만 여부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신장, 체중, 그리고 체질량지수(BMI)를 확인하는 것이 기본입니다. 대한소아과학회에서 제시한 ‘2017년 소아청소년 성장도표’를 기준으로, 소아청소년의 과체중과 비만은 다음과 같이 정의됩니다.

 

● 만 2세 미만: 신장별 체중이 95백분위수 이상이면 과체중

● 만 2세 이상: 연령별 체질량지수(BMI)가 85~95백분위수이면 과체중, 95백분위수 이상이면 비만

● 고도비만: BMI가 95백분위수 값의 120% 이상이면 고도비만으로 정의

 

이 중에서 비만, 특히 고도비만에 해당하는 경우, 반드시 병원에서 전문적인 평가와 관리를 받아야 합니다.

 

두 번째로 중요한 지표는 복부둘레입니다. 복부에 지방이 많이 쌓이면, 대사증후군 위험이 높아지고 혈압, 혈당, 혈중 지질 이상과 같은 문제들이 동반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BMI가 높지 않더라도 복부 지방이 많은 경우에는 비만 관련 합병증 위험이 크게 증가할 수 있습니다. 복부둘레는 70백분위수 이상이면 주의가 필요하며, 95백분위수 이상인 경우에는 적극적인 관리가 권장됩니다.

 

아이의 키와 몸무게를 쟀더니 비만 범위에 해당된다면, 부모님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병원 진료를 통해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지방간염, 폐쇄성 수면무호흡증과 같은 비만 관련 합병증들은 예전에는 성인에게서만 주로 나타나는 질환으로 여겨졌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만 10세 이후 소아비만 아이들 중에서도 이런 성인병 합병증을 갖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특히 복부 비만이 심하거나, 가족력(부모가 비만, 고혈압, 당뇨 등이 있는 경우)이 있다면 합병증 위험이 더 높습니다. 따라서 단순히 “살만 빼면 괜찮겠지”라고 생각하지 말고, 병원에서 체계적인 검사를 통해 아이의 현재 건강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비만과 함께 합병증까지 동반된 경우라도, 소아청소년 비만에서는 다이어트 약물치료가 우선 선택지는 아닙니다. 특히 성장기 아이들에게는 무리하게 체중을 줄이기보다,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올바르게 개선하는 것이 치료의 핵심입니다. 다만, 12세 이상이면서 비만 관련 합병증이 심각한 경우에는 지방 흡수를 억제하는 약물을 고려할 수 있고, 최근에는 '삭센다' 같은 GLP-1 주사제도 일부 처방하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위고비'는 국내에서 소아청소년 대상 허가가 나지 않은 상태이고, 내년정도에는 허가가 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결국, 약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식사와 운동 습관을 꾸준히 개선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진료 현장에서 경험해보면, 아이들은 단순히 “살 빼야 한다”는 말만으로는 동기 부여가 잘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체성분 검사 결과나 혈압·혈당 수치 같은 객관적인 데이터를 직접 보여주며, 왜 관리가 필요한지 설명해주면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스스로 변화를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목표 체중을 정할 때도 너무 큰 목표보다는, 조금씩 꾸준히 변화를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아이가 스트레스를 덜 받으면서 지속적으로 노력할 수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아이가 비만 기준에 해당된다면 “크면 괜찮아지겠지”라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 먼저 정확한 신체 계측과 검사를 통해 비만 정도와 합병증 여부를 확인하고

● 필요하다면 병원에서 정밀 평가와 상담을 받고

● 가족이 함께 건강한 식습관과 꾸준한 신체활동을 실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소아비만은 관리 시기를 놓치면 점점 더 관리가 어려워지고, 성인 비만과 성인병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어릴 때부터 좋은 식습관과 생활습관을 들이는 것이 결국 아이의 평생 건강을 위한 최고의 선물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