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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review

풍요의 시대에 울리는 당중독 경보

비만도 병(炳)이다.
세계보건기구는 비만을 ‘치료해야 하는 질병’으로 선포한 데 이어 ‘21세기 신종 감염병’으로 규정했다. 비만은 몸무게(㎏)를 키(m)의 제곱으로 나눈 체질량지수 (BMI)로 판단하며,  BMI 25 이상일 때  비만으로 본다.  2014년 기준 18세 이상 세계인구의  39%가 비만  및 과체중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특히  소아청소년의  비만율은 급격히  증가하여  1999년에서  2008년 사이 미국 내  소아청소년 비만은 5%에서  16.9%로 3배  이상 증가하였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간한 ‘2017 비만백서’에  따르면,  지난해  일반건강검진 및 생애전환기  건강진단 수검자  1천 395만 명의  비만율은 33.55%였다.  그중 남자는  41.29%, 여자는 23.74%로 남녀 차이가 있다.  남자는  정상이  29.99%에  불과했고,  과체중 25.64%,  비만 35.74%,  고도비만 5.31%,  초고도비만 0.24%  등으로  비만이거나  비만이 될 가능성이  큰 인구가 많았다.  특히 30대 남성은  BMI 25 이상이 전체의  46.26%였다.  한편,  여자는  정상 비율이 50.03%로 높은 편이며,  과체중은  18.33%,  비만 19.54%, 고도비만 3.59%,  초고도비만  0.61%였다.  고도비만율과  초고도비만율은  남녀 모두 소득이  낮을수록 일정하게 높았다.


비만으로 인한 국가·사회적 비용 역시 상당한 수준으로,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산하  건강보험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건강 수명 향상을  위한 보험자 비만관리사업  개선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비만으로  인한  사회· 경제적 비용이  2006년 4조 7,654억 원에서  2015년  9조 1,506억원으로 약 2배 늘었다.  9조 1,506억 원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의료비 58.8%(5조 3,812억 원), 조기 사망액 17.9%(1조 6,371억 원),  생산성 손실액  14.9%(1조 3,654억 원),  간병비 5.3%(4,864억 원),  교통비 3.1%(2,804억 원) 등이다.


비만 증가의 원인, ‘중독’
이처럼  비만인구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이유는  인류가 지금까지  누려보지 않은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사피엔스’,  ‘호모데우스’의 저자 ‘유발 하리리’는 우리는  과거 인류를  위협했던 식량부족  문제가 해결된 시대를  살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랫동안  기아 없는 시대를  갈망해왔고 드디어 그 꿈같은  일이 현실화  되었지만  역설적으로 우리 몸은  풍요의 시대를  준비하지 못했다.  비만이 늘어나고 그로인한  대사성 장애와  사망이 증가하고  있다.  그런데  기아를 걱정하지  않는  풍요의  시대를 살고  있다는
점만으로는  폭발하고  있는  비만 증가율  현상을  모두 설명할 수 있을까?  의학과  과학계는 정도 이상을 넘
어 섭취하게  되는 이 현상에  대해 ‘중독’이란  관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우리는 살기  위해 먹는다.  이런 것을  ‘항상성 유지를 위한 섭취행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설혹 배가 좀부르더라도  군침이 도는  음식 즉  쾌미음식을 보면 더먹게 되는데  이것을  ‘쾌락충동에 의한 섭취행동’ 이라고 한다.   만찬이  끝난 후 디저트를 더 먹을 수 있는 것은 이런 이유다.  대부분 쾌미음식은  디저트와 같이 단맛을 내는 음식들이고  그 중심에  설탕이 있다.  설탕이  만들어 내는 단맛은  최근 식음료  트렌드의  강자다. 달콤  짭짜름한  ‘허니버터칩’이  연일 품절을  기록했었고,  달달한  과일 맛을  첨가한  소주까지 등장했다. 학생들의  단골 간식인 떡볶이도  이젠 매운맛이 아니라  단맛이 맛 을 결정한다.   최근 인기  있었던 ‘집밥백선생’ 이란  TV 프로그램에서  백종원씨는  “떡볶이엔 설탕이  들어가야 한다.”라고  하면서 슈가보이 신드롬을 일으켰다.


비만을 유발하는 설탕
단맛 열풍을  증명하듯,  농촌경제연구원이  발행한  식품수급표에  의하면 우리나라  설탕의 공급량은2000년 839천톤에서  2015년  1,141천톤으로 늘었다.  2015년 우리나라  1인당 하루 설탕  섭취량은 61.3 g으로 WHO 권장량  50 g을 넘어서고 있다.  1979년~81년  우리나라 사람들이  설탕류로  에너지를 공급받던 양은 119 kcal였지만,  2013년에 는 348 kcal로 증가했다.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 두 가지로 구성된 이당류 탄수화물이다.  따라서  우리 몸은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을 무척 쉽게 얻을 수 있다.  흡수된  설탕은  포도당과  과당으로  나눠진 후 일차적으로  포도당을 사용한다.
과당은 중성지방으로  전환되어 훗날 먹을 것이  없을때를  대비하여  우리 몸에 축적된다.  따라서  우리 몸은 설탕을  좋아 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문제는  이제 우리는 굶는 일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있다.  과거 인류는 가뭄과  자연재해로  인해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했기 때문에 우리 몸은  일단 있을 때 먹어 두는 쪽으로  진화를 했다.


‘일단 먹자. 먹어 둔 것을  지방으로  축적해 놓자.   축적해  놓아서 굶게 될 때 이것을 쓰자.  그래서 살아남자’로  몸은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진화된 몸은 먹을 것이  있을 때  계속 섭취를 하려고  작동하는데,  그방법은  먹는 사람에게  행복감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이 방법은  중독 장애를  발생시키는 병리기전과  동일 하다.  이것이 음식중독  특히  당중독의 유발 기전 중의 하나다.


병적 비만에서 음식중독 유병률 50%
1956년 테론 란돌프 (Theron Randolph)가 처음으로  ‘음식중독 (food addiction)’을  언급하였고,  2009년 예일 의과대학  연구팀이  ‘예일음식중독척도’를  개발하면서 부터 음식중독 연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으며, 음식중독의  유병률은 일반인에서는  10% 미만이지만,  비만군에서 15~25%,  병적 비만에서는 50%에 이르며, 남성보다 여성에서  높게 나타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Pedram 등, 2013).


우리는 생존을 위해 필요한  일차 에너지원을  탄수화물에서  얻는다.   우리의 몸은 다당류 상태의 탄수화물을 먹으면  단당류로  분해시킨 후,  그 중 일차적으로  포도당을 에너지로  전환시켜 사용한다. 에너지로 사용하다 남은 것은  지방으로  변화시켜서  몸에 축적하고  훗날 먹을 것이  없을 경우에  대비 한다.  이러한 기제는 앞서  살펴본 대로  결핍의  시대를 견딜 수 있도록 몸이 진화한  결과다.  필수적 에너지원인 탄수화물의 섭취를  위해서  우리 몸은  탄수화물을  단맛으로  인식하고,  단맛을  느끼면 행복감까지  느끼게 된다. 또한 탄수화물은  음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다.


하지만 현미,  옥수수 등과  같은 자연 상태의  탄수화물은  껍질에 둘러싸여 있기 때문에 소화를 하는데 시간이  소요된다.  그에  따라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도  서서히 분비되는데  인슐린은  흡수된 포도당이 세포 내로  들어가서  에너지로  전환될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수행한다.  인슐린이  증가하면  중추신경계에서는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를 유도하고  다행감(多幸感)을  유발하여  우리가  만찬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한다.  또한  인슐린의  증가는 ‘렙틴’이라는 호르몬을  분비하게 하고 렙틴은 포만감을 만들어내 식사를  마칠 수 있도록  작동한다.  이것이  보통 우리가 탈 없이 만찬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우리몸의 기제다.


고가공식품과 당 중독 과정
현대의 풍요를  만들어 내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식품산업이  만들어 낸 것은 고가공식품이다. 여기에 첨가되는  설탕류는  이미 가공된  상태인 탓에  자연적 상태의  탄수화물과는  달리 아주 빠르게 당을  흡수한다. 혈중 당농도의  빠른 증가는  동시에  혈중 인슐린의 농도가  급속히 높아지는  현상을  유도하게  된다.  혈중
인슐린이  높아진 상태가  자주 발생하는  경우 일반적으로 작동하던  인슐린의  안내자 역할이 둔감해지면서
렙틴의  효과가  떨어지는  렙틴 저항성을  발생시킨다.


또 설탕이  분해되면서 나오는 또 다른 단당류인 과당은 포도당보다 더 강력하게 단맛을 느낄 수 있다. 과당은 세포 내로 들어가  에너지로  전환되는 것이 아니라  간으로  가서 중성지방으로  전환되어  우리 몸에 축적된다.  그러므로  우리 몸이 비만으로  가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방어막인  렙틴에  의한  조절도 받지 못하는 것이다.


동시에 급속한  인슐린 농도 증가는 중추신경계  내도파민 등의 신경전달물질 분비를  증가시키면서 다행감(多幸感)을  만들어내고  계속 섭취하려고  하는  갈망을  발생시킨다.   급속한  인슐린의 농도는  혈당을  급속
히 떨어뜨려  저혈당을  발생시키면서 다시  포도당을  흡수하려는  갈망을 일으키는데 일반적으로 먹지 못해
서 저혈당이  발생한 것이 아닌 탓에  지방은 쌓이면서도 계속 당을  흡수하려는  이상 행동이  나타나고  이것
이 바로  당 중독 현상이다.


당중독은 생존을 위해 먹어야 하므로 다른 중독처럼 단약이라는 치료방법을  쓸 수 없다.  당중독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몸이 당중독에 대해  매우 허약하다는 사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 허약은 과거 결핍의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기제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아무런 주의 없이 우리 몸이  요구하는 데로,  우스갯소리 처럼 자신의  입맛이  당기는 대로 먹는 경우 당중독이 발생할 확률이 매우 크다는 점을 인식하는 것은 현대 풍요의 시대를 살아나갈 수 있는지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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