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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정신질환자 지역사회가 주도하는 돌봄 체계로 관리

제1차 서울임상공중보건 컨퍼런스

최근 들어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한 커뮤니티 케어가 강조되는 가운데, 때맞추어 서울대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을 주관으로 ‘제1차 서울 임상공중보건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이날 오후 진행된 세션 중 ‘한국 사회의 중증 정신질환과 커뮤니티 케어’를 다룬 심포지엄에서는 조현병을 중심으로 커뮤니티 케어의 중요성이 강조됐다.


‘커뮤니티케어’는 병원이 아닌, 주민들이 살던 곳에서 개개인의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누리고 지역사회와 어울려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보건의료, 요양, 돌봄, 독립생활의 지원이 통합적으로 확보되는 지역주도형 사회서비스 정책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는 특히 중증정신질환자가 살던 곳에서 치료를 받고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주거, 의료 서비스를 지원하는 지역사회 통합 돌봄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심포지엄의 발제를 요약 소개한다.



“국내 조현병은 노년기 발병이 20대보다 높고, 치료 유병률은 0.5%로 지역 역학조사와 다르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것과 다른 조현병 국내 데이터가 발표됐다.


손지훈 서울대학교병원 공공보건의료사업단 교수는 ‘한국 지역사회 내에서의 중증정신질환: 역학과 문제 규모의 재조망’ 발제에서 외국데이터와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노년기 발병률’이 치솟는 특이점이 있다고 소개했다.


조현병은 보통 10-20대에 발병한다고 보는 연구가 많은데, 국내 유병률은 65세 이상 고령환자에서 가장 많이 발생했다. 환자가 누적된 결과로 볼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만 이런 특성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추가로 연구해볼 만하다는 설명이다.


손 교수는 고령환자의 유병률 증가를 ‘코호트 임팩트’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 전쟁을 지낸 시대 상황을 고려할 때, 노인인구에서 정신분열이 증가하는 원인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고령에서 유병률이 높아지는 점 외에 국내 조현병 발병에서 주목할 만한 특이점은 치료 유병률은 높지만, 지역 사회 역학조사 유병률은 낮게 나타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조현병의 지역사회 유병률은 대략 0.2%이다. 입원환자를 고려한다면 0.28%정도인데, 이는 외국과 비교했을 때도 낮은 수치다. 손지훈 교수 연구팀은 0.2% 유병률이 신뢰할 만한 데이터인가 판단하고자 심평원 데이터를 모아 치료 유병률 규모를 조사해봤다.


 조사는 조현병 유형의 질환군을 대상으로, 조현병으로 최소 2년간 진료받지 않는 사람을 산출한 값을 모았다.그 결과 치료 유병률은 0.48~0.66%까지 나왔다. 외국데이터와 얼추 비슷한 수준이다. 여기에 정신질환 특성상 치료받지 않는 환자를 감안한다면, 2%정도의 유병률을 짐작할 수 있다.


손 교수는 실제 치료 유병률과 지역 역학조사와의 차이를 ‘약 사용’ 이슈로 설명했다. 국내 보험 구조상 지원이 많은 조현병 약제 사용증가가 이러한 결과를 가져왔다는 분석이다.

 치료 유병률 급증에 또 다른 원인으로는 정신질환미치료기간(DUP)환자 군이 많아서 나타나는 통계 오류가 지목됐다. 통계 오류 때문에 데이터 값이 차이나는 것이라면, 이를 바로잡기 위해 5년 단위로 이뤄지는 국내 역학조사가 10~25년 데이터를 확보하는 조사로 이어져야 정확한 연구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손 교수는 제안했다.


"조현병과 폭력 성향 관계 없으나, 재범 방지 유의해야"


이어진 ‘정신질환과 범죄 그리고 지역돌봄의 문제’는 서울보호관찰소 정신건강증진 사업을 맡고 있는 소민아 국립정신건강센터 전문의가 발제를 맡았다.


소 전문의는 조현병이 범죄원인이 될 수 없고, 오히려 조현병과 동반하여 나타나는 사회적 고립, 약물 남용이 범죄에 미치는 영향에 주목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조현병 환자의 폭력 범죄 연구에 따르면, 약물 및 알코올 남용이 없는 조현병 환자의 폭력 범죄 위험성은 일반인의 1.2배로 비슷하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에서 물질 사용 장애가 있으면 공중보건학적 위험성은 4.4배 증가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2014년 우리나라 대검찰청의 범죄분석에서도 정신질환자에 의한 범죄는 0.4%로 일반인 보다 범죄성향이 높다는 증거는 상당히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문제는 정신건강에 취약성이 있는 전과자의 경우, 재범에 쉽게 노출된다는 데 있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총 정신질환 범죄자 중 전과자의 비율은 65.7%로 나타났다. 따라서 소 전문의는 “범법자를 대상으로 한 정신건강 사업이 필요하다”며, 현재 보호관찰대상자에게 진행되는 ‘사법정신건강사업(NCMH)’을 소개했다. 찾아가는 사법정신건강서비스 ‘동그라미’는 보호관찰소에서 서비스가 의뢰되면, 파트너인 정신의료기관에서 협업해 전문치료를 이어간다.


NCMH의 장점은 정신보건전문가가 보호관찰소에 정기적으로 방문하여 정신과적 초응급사태를 보이는 대상자의 상태를 직접 파악하고 적합한 의료기관에 연계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소 전문의는 이러한 장점은 기존에 보호관찰소에서 시행해왔던 여타 정신건강을 위한 프로그램과는 차별화된 강점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NCMH의 현실적인 어려움도 존재한다. 먼저, ▲ 보호관찰소 측은 정신보건법, 지역정신보건복지센터의 인력 구성 및 사업에 대해 이해도가 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지역정신보건복지센터는 여성 근로자가 많은 센터 특성상, 정신질환 범죄자 특히 남성 범죄자를 대면 상담하는 것에 두려움과 안전문제에 우려를 표한다는 점이다. 또한 ▲대상자 역시 개 인정보 제공에 부담감을 느끼고, 생업에 종사하는 입장에서 출석할 곳이 늘어 부담스러워 한다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해결과제라고 지적했다. 또한 국내 의료기관은 민간 의료 시스템이 90%인데 따로 행위 수가가 없어, 보호관찰소가 사업을 진행하고 싶어도 협업할 의료기관이 없다는 점도 한계로 들었다.


"퇴원한 중증정신질환자 치료 유지, 지역사회서 나서야"


마지막 발제에서는 중증정신질환자들이 퇴원한 이후 치료중단 위험성이 높아지는데, 환자의 치료 유지를 병원과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와의 연계체계 작동으로 도와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우리나라 조현병 미치료기간(DUP)은 84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DUP기간이 30주인 영국에 비해 매우 긴것으로, 치료개입까지 1년에서 2년 가까이 소요된다. 재입원률 역시 높았다. 조현병 환자가 퇴원 후 한 달 이내 재입원할 확률은 19.38%로 다섯 명 중 한 명 꼴이었다.


이런 중에 지난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됐다. 탈원화와 탈시설화의 분위기가 조성된 것이다. 조성준 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법 개정이후 지역사회의 관리의 필요성이 중시되면서 병원에서도 ‘병원기반 사례 서비스’를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이날 ‘중증 정신질환의 지역사회 돌봄을 위한 정신의학체계 재편 필요성’ 발제를 통해 서울시 정신건강복지센터 시범사업 중 병원기반사례서비스를 소개했다.


이 서비스는 서울지역 정신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정신건 강서비스 연계 체계 구축을 통해 중증정신질환자 치료 유지에 도움을 주고 회복에 기여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졌다.


조성준 교수에 따르면, 조현병 환자들은 퇴원이후 1년 이내에 약 복용 중단이 50%, 낮은 약물 복용 확률이 64%였다. 중증 정신질환자가 이처럼 치료 중단 위험성이 높은 원인은 의료기관과 지역사회 정신보건서비스가 분절화되었기 때문이라고 조 교수는 설명했다.


한편 병원기반 사례서비스 사업에 참여한 협력의료기관은 멘토스병원, 베이직병원, 서울대병원, 서울의료원, 성모마음정신과의원, 위너스병원, 을지대 을지병원 총 7기관이다. 이들은 서울시에 거주하는 조현병, 양극성장애, 재발성 우울증 환자를 대상으로 주치의의 소견이 있을 때 입원 중~퇴원 후 3개월까지 단기 집중사례서비스를 제공했다.


단기집중사례관리는 주 1회 대면서비스로 진행됐으며, 약물 및 증상관리, 목표 설정 및 평가, 근거기반 상담, 지역 사회 자원 연계, 치료비 지원, 외래 동행 등이 제공됐다. 조 성민 교수는 이 사업을 통해 환자의 입원기간이 감소하고 퇴원으로 인한 어려움이 완화된 이점이 있었고, 참여 의료 기관은 향후 기관의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사례관리모델 개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글은 클리닉저널 124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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