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핵은 흔히 폐에 생기는 감염병으로 알려졌지만, 결핵균은 인체 거의 모든 부위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 이처럼 폐 이외의 장기에 생긴 결핵을 ‘폐외결핵’이라 부른다. 폐외결핵은 면역력이 저하된 상태에서 급속히 악화되어 생명을 위협하거나 심각한 후유증을 남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한재준 교수와 폐외결핵에 대해 알아본다.
결핵균은 호흡기나 소화기 점막을 통해 몸속에 들어와 혈액, 림프관을 따라 전신으로 퍼질 수 있다. 폐가 아닌 림프절, 흉막, 복부 장기, 뼈, 뇌와 척수막 등 다양한 장기에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러한 경우를 통틀어 폐외결핵이라고 한다.
한재준 교수는 “질병관리청 ‘2024년 결핵환자 신고현황 연보’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22~2024년) 폐외결핵 환자 수는 감소 추세를 보인다.
▲ 한 재준 교수
그러나 폐외결핵은 감염 부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해 진단이 어렵고 보고율이 낮아 실제 환자 수는 더 많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폐외결핵 환자 수는 전체 결핵 환자의 약 20% 정도다.
과거에는 혈액투석, 장기간 스테로이드 투약, 간경변 등 면역 기능이 저하된 환자에서 폐외결핵이 많이 나타난다고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연구에 따르면 약 60%의 폐외결핵 환자들은 별다른 기저질환이 없는 경우로 나타났다.
폐외결핵은 감염 부위에 따라 다양한 증상 나타난다. 통증과 부기, 운동 제한 등의 국소증상이 흔하며, 발열, 무력감, 식욕 부진, 체중 감소, 발한 등의 전신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하지만 초기에는 다른 질환으로 오인되기 쉬워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때는 결핵균에 반복적으로 노출될 원인이 있거나, 결핵 환자와의 접촉력 여부에 대해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폐외결핵을 진단하려면 감염 의심 부위의 체액이나 조직 배양 검사를 시행하고, 결핵균을 확인한다. 그러나 체내 결핵균 수가 비교적 적은 경우가 많아 배양 검사로 결핵균을 확인하는 경우는 약 40~70% 수준이다. 따라서 진단에는 풍부한 경험과 임상적 판단이 필요하다.
폐외결핵은 일반적으로 6개월간 항결핵제를 복용하는 표준 치료법이 적용된다. 치료 중 약제 부작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주기적인 혈액 검사와 경과 관찰이 필요하며, 치료 전 내성 여부를 파악해야 한다.
한재준 교수는 “많은 이들이 폐외결핵도 전염된다고 오해할 수 있지만, 폐결핵이 동반되지 않은 폐외결핵은 전염성이 거의 없으며 대체로 격리 치료가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크론병 등으로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경우에도 폐외결핵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원인 모를 발열, 체중 감소, 특정 부위의 만성 통증이나 부종 등이 지속된다면 감염내과 진료를 받아 조기에 원인을 밝히는 것이 중요하다”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