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병과 파킨슨병 같은 신경 퇴행성 뇌 질환은 현재 인류가 가장 집중하고 연구하는 의학 분야 중 하나다. 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하며 큰 관심을 받았던 ‘자가포식(autophagy)’은 이러한 뇌 질환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밝혀지며 관련 기작을 밝히려는 많은 과학자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뇌 속 신경세포, 특히 신호를 보내는 출발점인 시냅스전세포에서 자가포식이 어떻게 유발되는지 구체적인 분류·전달 기전은 여전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로 남아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장성호 교수 연구팀(공동 제1저자: 류승현 석사후연구원, 이정민 박사과정생)은 이 질문에 새로운 단서를 제시했다. 해당 연구팀은 시냅스전세포에서 자가포식을 일으키는 핵심 단백질인 ATG9A가 제 위치를 찾도록 돕는 중요한 조력자가 SCAMP5 단백질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장성호 교수 연구 결과에 따르면, SCAMP5 단백질은 PI4KB 단백질과 결합해 세포 내 단백질 및 지질 분류센터로 알려진 트랜스골지체로 이동한다. 이 과정에서 세포 신호전달에 필수적인 PtdIns4P이 생성되며, 생성된 PtdIns4P로 모집된 AP-4 단백질은 ATG9A 단백
작은 상처나 가벼운 외상에도 극심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복합부위통증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을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질환은 염좌나 골절 같은 비교적 가벼운 외상뿐 아니라 뇌졸중, 척수 손상, 심근경색과 같은 심각한 손상 후에도 발생할 수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손상 부위에 과도한 통증이 장기간 이어진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을 무너뜨리는 극심한 통증 순천향대 부천병원 마취통증의학과 이미순 교수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의 주요 증상은 ▲자극이 없어도 통증이 나타나는 ‘자발통’ ▲옷깃만 스쳐도 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이질통’ ▲통증이 과도하게 증폭되는 ‘감각 과민’ 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피부 온도·색 변화, 발한 이상, 부종 같은 자율신경계 이상 ▲근력 저하와 관절 운동 제한 등 운동신경계 기능 장애가 함께 나타날 수 있다. ▲ 이 미순 교수 원인은 복합적… 진단도 쉽지 않아 복합부위통증증후군은 한 가지 원인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손상된 신경의 과흥분, 교감신경계의 과도한 작동, 장기간 이어지는 염증 반응, 뇌의 비정상적인 통증 기억 형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원인이 다양하고 환자별 차이가 크다
국내 우울증 환자가 최근 5년간 꾸준히 늘어 100만 명을 넘어섰다. 우울증은 단순한 우울감에 그치지 않고, 무기력, 수면 장애, 사회적 고립 등 일상을 무너뜨리고 극단적 선택 위험까지 높이는 치명적인 질환이다. 이러한 우울증의 치료와 진단에 단서를 제공할 수 있는 새로운 발병기전이 밝혀졌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원장 노도영) 기억 및 교세포 연구단(前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 이창준 단장, 이보영 연구위원 연구팀은 만성 스트레스가 뇌 전전두엽에서 단백질에 붙은 당 사슬(당쇄)을 교란해 우울증을 유발하는 뇌 분자 기전을 규명했다. 우울증은 심리적·환경적·유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다양한 발병기전이 보고돼 왔다. 그러나 실제 치료제는 대부분 신경전달물질 조절에 집중돼 있으며, 그중 세로토닌 조절 기반 항우울제가 가장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효과를 보이는 환자가 절반에 그치며, 위장 장애나 불안 악화와 같은 부작용이 있다는 한계가 있다. 신경전달물질 중심의 접근을 넘어, 뇌 속 새로운 분자 기전을 찾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 이 창준 단장 ▲ 이 보영 연구위원 연구팀은 단백질의 기능과 안정성을 조절하는 ‘당쇄화(glycosylation)
여름 더위가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10월, 낮에는 따뜻하고 밤에는 시원한 날씨 덕분에 실외 운동을 즐기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러닝(Running)은 흔히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짧은 시간에 운동 효과까지 커 인기가 높다. 스포츠 업계에서는 국내 러닝 인구를 약 1,0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는데, 실제 5km, 10km, 하프 코스가 있는 마라톤 대회는 보통 한 달 전 등록이 마감될 정도로 인기다. 매년 달리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러닝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환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러닝과 가장 밀접한 부상 부위는 바로 ‘발과 발목’이다.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이영 교수 이대목동병원 정형외과 이영 교수는 “발목과 발은 달리기를 할 때 가장 다치기 쉬운 부위로 발목 인대손상, 발목 골절, 종아리 근육과 아킬레스 힘줄 파열 등 급성 외상을 조심해야 하며 중장기적으로는 아킬레스 건염이나 족저근막염 등 만성질환이 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 급성 손상이나 만성 손상 모두 일상생활과 보행에 불편함이 느껴지는 경우, 의료기관에 방문하여 문제를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러닝 후 갑자기 발목의 통증이 느껴진다면, 가장 먼저 의심해
KAIST(총장 이광형)는 의과학대학원 이정호 교수의 교원 창업기업인 소바젠(각자대표 박철원·이정호)이 난치성 뇌전증을 치료하기 위한 혁신적인 RNA 신약 후보를 개발해, 총 7,500억 원 규모의 글로벌 기술 수출에 성공했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성과는 KAIST의 기초 의과학 연구에서 출발한 혁신적 발견이 실제 신약 개발과 세계 시장 진출로 이어진 대표적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왼쪽부터)이정호 교수, 박철원 대표, 박상민 수석연구원 이정호 교수 연구팀은 난치성 뇌전증과 악성 뇌종양 같은 치명적 뇌 질환의 원인이‘뇌 줄기세포에서 생긴 후천적 돌연변이(뇌 체성 돌연변이, Brain Somatic Mutation)’인 사실을 세계 최초로 규명해 네이처(Nature)와 네이처 메디슨(Nature Medicine) 등에 2015년, 2018년에 발표한 바 있다. 이후 신약 개발 전문가인 소바젠의 박철원 대표와 함께, 뇌전증의 원인 돌연변이 유전자인 MTOR를 직접 겨냥할 수 있는 RNA 신약(ASO, Antisense Oligonucleotide)을 발굴했고 글로벌 제약사와의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통해 상업화 가능성까지 입증했다. 특히 이번 성과는 의사이면서
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은 사람의 망막 구조층과 미세혈관을 그대로 구현한 '망막 모사 안구 팬텀(Phantom)*'을 개발했다. 안과에서 쓰이는 영상진단 장비의 성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교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망막 질환 검사 정확도와 신뢰성을 한층 높일 전망이다. * 팬텀(Phantom): 의료영상기기의 성능을 평가‧분석‧조정하기 위한 도구로, 인체 대신 장비에 삽입돼 측정의 기준이 된다. 흔히 자동차 충돌실험에 사용되는 ‘더미(Dummy)’에 비유된다. 망막은 카메라 필름처럼 빛을 감지해 시각 정보를 뇌로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고령화와 전자기기 사용, 유전적 요인으로 인해 망막 질환이 증가하는 추세이다. 망막은 한번 손상되면 회복이 어려워 질환의 조기 진단과 모니터링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앞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KRISS 이상원 나노바이오측정그룹장, 이태걸 책임연구원, 도일 의료융합측정그룹장, 이현지 박사후연구원) 현재 안과에서는 다양한 망막 질환을 알맞게 진단하기 위해 광간섭단층촬영(OCT), 형광안저혈관조영술 등 여러 영상진단 장비를 활용한다. 문제는 진단 장비의 측정값이 병원별, 제조사별로 달라도 이를 평가하
건국대학교 김양미 교수(시스템생명공학과) 연구팀이 기존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을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는 신개념 펩타이드 ‘Pap12-6-10’을 개발했다. 연구 성과는 의약화학 분야 최고 권위지인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에 지난 9월 19일 온라인 게재됐다. 최근 비만, 당뇨, 심혈관 질환 등 다양한 질환을 치료하는 펩타이드 기반 치료제가 주목받으며, 의약 화학 분야에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김양미 교수, 김병권, 이진경, 손민원, 이채영, 정준호 학생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으로 이루어진 작은 분자로, 높은 특이성과 효능, 낮은 부작용 등의 장점으로 다양한 질병 치료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다. 연구팀은 곤충이 세균 침입에 대응하여 생성하는 선천 면역물질인 파필리오신의 아미노산 서열에 착안하여, 12개의 아미노산이 연결된 짧은 신규 펩타이드 항생제를 설계하였다. 연구팀이 개발한 ‘Pap12-6-10’은 다제내성 그람음성균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뿐 아니라 내성이 생길 가능성이 낮아 차세대 항생제 후보물질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세균 감염 시 과도한 면역반응을 유발하는 톨유사수용체 4(TLR4
국내 연구진이 대표적 난치성 혈액암인 급성 골수성 백혈병과 만성 골수성 백혈병의 생존 메커니즘을 밝혀 새로운 치료법 개발의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순천향대학교 의생명융합학과 권혁영 교수 연구팀이 종양 줄기세포가 아미노산 결핍 환경에서도 살아남도록 돕는 DEPTOR* 단백질의 핵심 분자 경로를 규명하여, 난치성 혈액암 치료의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고 2일 밝혔다. *DEPTOR: 세포 성장과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로 mTOR 신호 억제 단백질. 이번 연구에서 KIF11 안정화와 대사 적응 조절 기능이 새롭게 규명됨. ▲ 권 혁영 교수 급성 골수성 백혈병은 조혈 전구세포*의 분화 이상으로 발생하며, 항암치료나 조혈모세포 이식치료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5년 생존율이 약 24%에 불과한 실정이다. *전구세포: 더 이상 분화되지 않고 한 가지 유형의 세포로만 분화할 수 있는 줄기세포로, 특정 세포로 분화되기 전 단계의 미성숙 세포를 지칭함. 최근 연구에서는 백혈병 세포는 정상 세포와 달리 아미노산 대사에 의존하는 대사적 취약성을 보이며, 이러한 대사적 취약성을 표적하면 암세포 억제가 가능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백혈병 줄
쾌적하고 선선한 가을을 맞아 시민들의 야외 활동이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급작스레 무리한 활동과 운동량 증가는 보행에 이상을 초래하는 ‘족저근막염’을 유발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족저근막염은 발뒤꿈치에서 시작되어 발바닥 앞쪽에 붙는 5개의 두껍고 강한 섬유띠에 발생하는 염증을 칭한다. 족저근막은 발의 아치를 유지하고 충격을 흡수해 발이 안정적으로 걸을 수 있게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반복적인 미세 손상을 입을 경우 조직 변성과 염증이 유발된다. 가장 대표적인 증상은 아침에 일어나 바닥에 첫 발을 내디딜 때 느껴지는 심한 통증이다. 주로 발뒤꿈치 안쪽에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발가락을 발등 쪽으로 구부리면 아픔이 심해지기도 한다. ▲ 박 영환 교수 주로 가만히 있을 때는 통증이 없다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통증이 발생하고 일정 시간 움직이면 통증이 다시 줄어드는 양상이 많아 방치하기 쉽다. 족저근막염의 원인은 갑작스런 발의 무리한 사용이다. 평소 운동을 하지 않던 사람이 갑자기 많은 양의 운동을 하거나 장거리 달리기를 한 경우가 가장 흔하다. 또한, 딱딱한 바닥에서 발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운동(농구, 배구, 에어로빅 등)을 한 경우, 과체중, 장시
심각한 호흡장애를 초래할 수 있지만 마땅한 치료 방법이 없던 폐 섬유증의 새로운 치료 가능성이 제시됐다. 섬유화 억제 유전자 ‘TIF1γ’가 간경변·신장섬유증에 이어 폐 섬유증에서도 치료 효과를 보인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해 ‘Molecular Therapy(IF;12)’에 게재했다. 폐 섬유증은 폐 세포가 딱딱한 섬유조직으로 변화하는 난치성 호흡기 질환이다. 진행될수록 폐 기능이 떨어져 저산소증이 발생하며, 심각한 호흡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한 번 섬유화된 폐 조직은 회복이 어렵고, 섬유화를 막을 방법이 존재하지 않아 치료에 한계가 있었다. ▲【 왼쪽부터】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이은주 교수, 서울대 문도담 박사 서울대병원 의생명연구원 김효수·이은주 교수(서울대 문도담 박사) 연구팀은 동물모델과 체외배양 환자 폐조직을 분석해 폐 섬유증의 유전자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2일 발표했다. 연구팀은 항섬유화 유전자 ‘TIF1γ’를 잠재적 치료제로 주목했다. 이 유전자는 연구팀의 기존 연구를 통해 간·콩팥에서 섬유화 억제 효과가 확인된 바 있으며, 실제 폐 섬유증 환자의 폐조직을 분석하자 TIF1γ 발현이 건강한 사람보다 현저히
매년 10월 둘째 주 목요일은 WHO가 제정한 ‘눈의 날’이다. 우리 눈의 고성능 센서 역할을 하는 망막은 ‘그물을 이룬 막(網膜)’이라는 이름처럼 1억개 이상의 세포가 얽히고설킨 정교한 조직이다. 안구 가장 안쪽을 둘러싸고 있으며, 빛을 인지하고 전기신호로 변환하여 뇌로 전달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고도근시가 있다면 망막 구조에 변화를 유발하여 돌이킬 수 없는 시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근시의 유병률은 세계적으로 점점 증가하고 있고, 특히 동아시아에서는 그 유병률이 더 높아 많은 주의가 필요하다. 고도근시가 망막에 미치는 영향과 적절한 눈 건강 관리법까지 서울대병원 안과 박운철 교수와 알아봤다. 1. 고도근시의 기준은 어떻게 되나요? 근시는 눈으로 들어온 빛이 망막보다 앞에 맺혀 멀리 있는 물체를 선명하게 보지 못하는 상태다. 안경 도수를 나타내는 디옵터(diopter)로 구분하며, 일반적으로 -6디옵터 이상이거나, 안구 길이 26mm 이상일 때부터 고도근시로 분류된다. ▲ 박 운철 교수 2. 고도근시는 망막에 어떤 영향을 미치나요? 고도근시 중 굴절력에만 문제가 있는 환자는 안경이나 렌즈로 시력 교정이 가능하지만, 안구가 앞뒤로 심하게 길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학장 편성범) 융합의학교실 조일주 교수 연구팀과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조승우 교수, 세브란스 어린이병원 소아신경과 강훈철 교수,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 신효근 교수 연구팀이 뇌 오가노이드의 전기신호를 실시간으로 측정하여 약물의 효과를 직접 분석할 수 있는 차세대 약물 스크리닝 시스템을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소아 뇌전증 환자의 줄기세포로 제작한 뇌전증 오가노이드 모델에서 직접 신경 신호를 측정했다. 이를 통해 약물이 실제로 환자에게 효과가 있는지를 즉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으며, 기존의 간접적이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평가 방식을 근본적으로 ▲(좌측부터) 고려대 의대 융합의학교실 조일주 교수, 바꿀 가능성을 제시했다. 연세대 생명공학과 조승우 교수, 경북대학교 전자공학부 신효근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플랫폼은 최대 10개의 뇌 오가노이드를 동시에 배양할 수 있다. 시스템에 내장된 미세유체 칩으로 각 오가노이드에 최대 두 가지 약물을 각각 5단계 농도로 정밀하게 투입할 수 있다. 또한, 전극을 통해 오가노이드 내부의 신경 활동을 실시간으로 측정할 수 있어, 약물 효과를 뇌세포의 신경 신호 반응으로 직접 판단할 수 있다. 이를 통해 기존에는 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