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L 안내 렌즈 삽입 수술’은 고도근시 환자들의 시력을 교정하는 대표적인 방법 중 하나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최근 ICL 수술을 받은 환자들 중 일부가 각막의 투명도를 유지하는‘각막 내피세포(endothelial cell density, ECD)’ 감소로 병원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 세포가 일정 수준 이하로 줄어들면 회복이 어려운 각막혼탁이나 부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조기 대처가 필수다.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안과 정소향(교신저자), 여의도성모병원 윤혜연 교수(제1저자)가 공동으로 수행한 연구 「Causes and outcomes of implantable collamer lens explantation in patients with corneal endothelial cell loss」는 ICL 제거 환자를 대상으로 연구해 각막 내피세포 손실의 원인과 회복 가능성을 세계 최초로 정밀 분석했다. 연구 결과는 안과 분야 국제 SCI 저널 Journal of Cataract and Refractive Surgery에 ▲ 정 소향 교수 ▲ 윤 혜연 교수 게재됐다.
연구팀은 ICL 삽입 후 현저한 각막내피밀도 저하가 보이거나 일정기간 동안 관찰시 내피밀도 감소속도가 가속화된 경우 제거술을 시행하였다. ICL제거 전후 환자들의 각막 내피세포 밀도 변화를 분석하였고, ICL 제거 시기가 각막세포 회복의 기회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제거 시점을 놓치면 되돌릴 수 없는 손상을 초래할 수 있다. 정 교수팀은 제거 후에도 지속적인 내피세포 감소를 일으킬수 있는 위험 요인으로 ▲높은 볼팅(vaulting, 렌즈와 수정체 사이 간격) ▲전방각(ACA)의 협소 ▲ICL과 각막 내피세포 간 거리 부족 ▲홍채 색소 침착 등 구조적 지표들을 지목했다. 특히 볼팅이 높을수록 세포 손실 위험이 가장 컸으며, ‘볼팅/전방깊이 비율’과 홍채색소 침착도 역시 위험 요인으로 작용했다.
연구팀은 ICL 제거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기준도 함께 제시했다. 제거 전 ECD 수치가 1,700 cells/mm² 이하이면 세포 손실 가능성이 높았고, 볼팅이 420㎛ 이상일 경우 제거가 권고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객관적인 수치 기준을 통해, 환자 개개인에 맞는 최적의 제거 시점을 판단할 수 있게 된 점은 진료 현장에서 매우 큰 의미를 가진다.
정소향 교수는 “기존에는 ICL을 장기간 착용하면서 생기는 각막세포 손실을 추적하는 데이터는 있었지만, 제거 후 세포가 회복되는지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며 “이번 연구는 단순한 수치 변화가 아닌, 환자의 안전성과 수술 후 예후 향상을 위한 임상적 지침을 제안하고자 한 의미있는 시도였다”고 설명했다.
윤혜연 교수는 “ICL은 고도근시 교정에 매우 유효한 방법이지만, 환자 개개인의 눈 구조에 따라 부작용 가능성이 존재하는 만큼 수술 전 철저한 검사가 중요하다.”며 “무엇보다 수술 후에도 정기적인 안과 검진을 통해 각막세포 변화를 추적하고, 필요시 적절한 시점에 ICL을 제거하는 것이 각막을 지키는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관찰이 아니라, 제거 전후의 객관적 수치를 기반으로 예측 모델을 제시한 최초의 논문으로, 전 세계 ICL 수술 환자들에게 진단과 치료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서울성모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안과는 이번 연구를 기반으로 향후 홍채 색소 침착과 만성 염증 사이의 관계, 제거 이후 장기적 회복 양상에 대한 후속 연구도 이어갈 계획이다.
아울러 이러한 학술적 성과는 국내외 학회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해당 논문은 2025년 한국백내장굴절수술학회(KSCRS)에서 ‘학술상 최우수상’으로 선정되었으며, 특히 미국, 유럽, 아시아 등 세계 석학들이 참여한 국제학회 KSCRS 2025 Annual Symposium에서 수상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더불어 2025년 대한안과학회 춘계학술대회 구연 부문에서도 ‘구연상’을 수상하며, 진료 현장에서 출발한 문제의식을 근거 중심의 연구로 연결한 모범적 사례로 주목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