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은 암 생존자에게 단순히 체력을 기르는 생활 습관을 넘어, 생존율을 높이는 강력한 치료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
연세대학교는 스포츠응용산업학과 전용관 교수(연세암병원·암예방센터 겸직)가 최근 세계적인 의학 저널 ‘네이처 리뷰 임상 종양학(Nature Reviews Clinical Oncology)’에 게재한 논평에서 “운동은 암 생존자의 삶의 질을 높이는 것을 넘어 생존 자체를 좌우할 수 있는 새로운 치료제”임을 강조했다고 28일 밝혔다.
▲ 전 용관 교수
이번 논평은 New England Journal of Medicine에 발표된 ‘CHALLENGE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운동이 암 재발을 줄이고 생존율을 높인다는 연구는 이미 오래전부터 보고됐으나, 대부분 역학적 관찰연구로서 인과관계를 입증하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CHALLENGE 임상시험은 무작위 배정 3상 연구로, 운동이 대장암 재발을 낮추고 생존율을 높이는 효과를 입증한 첫 대규모 임상시험이라는 점에서 큰 의의가 있다.
해당 연구에는 55개 의료기관에서 총 889명의 대장암 생존자가 참여했으며, 항암 치료 이후 3년간 체계적인 운동 프로그램을 수행한 그룹은 일반적인 건강 교육만 받은 대조군에 비해 재발 위험이 28%, 사망 위험이 37% 낮았다. 또한, 5년 무병생존율은 운동군이 80.3%, 대조군이 73.9%로 6.4%p 높았으며, 8년 전체생존율은 운동군이 90.3%, 대조군이 83.2%로 7.1%p 차이를 보여 통계적으로 유의한 개선 효과가 확인됐다.
전 교수는 “운동이 약물처럼 생존율을 향상시킨다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인 결과”라며, “항암제와 달리 운동의 부작용은 일시적인 근육통 정도에 불과하므로, 항암 치료와 같은 일반적인 암치료와 함께 운동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구진은 운동의 항암 효과가 혈당 및 성장인자 조절, 염증 억제, 면역력 강화 등 다양한 생물학적 메커니즘에 의해 나타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또한 근육에서 분비되는 항암 단백질이 암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밝혔다. 실제 CHALLENGE 임상에서는 운동군의 간 전이 및 새로운 원발암 발생률이 대조군의 절반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 교수는 “이제 운동은 암 생존자에게 단순한 권장사항이 아니라, 의학적 ‘처방’으로 정착해야 할 시점”이라며, “주 150분 이상 걷기 등 중등도 유산소 운동과 맨몸 근력 운동만으로도 생존율을 높이는 데 충분한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향후에는 항암제·방사선 치료와 더불어 운동이 암 치료의 표준 치료법으로 포함될 수 있도록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전 세계적으로 암 생존자 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단순한 완치를 넘어 장기 생존과 삶의 질 향상이 중요한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이번 논평은 운동을 기존 의료 체계에 정식으로 편입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지며, 암 치료 패러다임의 새로운 전환점을 제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