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의 근본적인 발병 메커니즘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규명됐다.
한국연구재단(이사장 홍원화)은 고려대학교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김희남 교수 연구팀이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이 산모 장내의 특정 병원성 공생균*과 식이섬유 섭취 부족에서 기인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일 밝혔다.
▲ (왼쪽부터) 고려대 바이오시스템의과학부 김희남 교수(교신저자),
이동주 박사과정(공동제1저자), 박종욱 박사과정(공동제1저자)
* 공생균 : 숙주(동물, 식물, 미생물)와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며 상호 이익을 주고받는 미생물
아토피 피부염의 유병률은 지난 수십 년간 전 세계적으로 증가해 왔으며, 그중에서도 전 세계 소아 인구의 약 30%가 이 질환의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생후 3~6개월 사이에 발병하며, 대부분 생후 12개월 이내에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동안 아토피 피부염의 병리학적 기전에 대한 이해는 주로 피부 조직에 초점을 맞춰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아토피 피부염이 단순한 피부 질환이 아니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의 교란과 밀접하게 관련된 전신성 염증 질환이라는 점을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늘어나면서, 관련 질환 연구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 마이크로바이옴 : 인체에 서식하는 미생물 군집과 그 유전정보를 의미한다.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은 소화, 면역 조절, 질병 예방에 관여하며, 불균형은 대사증후군, 비만, 노화 촉진 등 만성 질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연구팀은 이전 연구에서 장내 주요 우점균* 중 하나인 피칼리박테리움(Faecalibacterium) 속 일부 종이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소아 환자에게서 비정상적으로 높게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하고, 이들이 병원성 공생균으로서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에 능동적으로 관여할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이번 연구에서는 병원성 공생균이 실제로 피부 증상을 유발하는 과정을 실험쥐에서 재현했다.
* 우점균 : 특정 생태계(예: 토양, 나무, 곡물, 폐기물 등) 내에서 미생물 군집을 구성하는 여러 균류 중에서 비율이 가장 높거나 활동량이 가장 많은 균종
해당 균을 모체의 장내에 주입한 결과, 모체와 자손에서 전신 염증이 관찰되었다. 특히, 모체에게 식이섬유가 부족한 사료를 제공했을 때, 자손에서 전신 염증이 더욱 증폭되어 피부 병변까지 유도됨이 확인되었다.
이러한 결과는 피칼리박테리움 병원성 공생균에 의해 유도된 모체 장내 미생물 불균형과 식이섬유 결핍 식습관이 자녀의 초기 생애 질환 발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에 규명된 아토피 피부염의 발병 기전을 통해, 모체의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이 자녀에게 질병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과정이 밝혀졌으며, 아토피 피부염의 근본적인 발병 원인도 확인되었다.
김희남 교수는 “향후 과제는 병원성 공생균과 식이섬유 결핍 식단이 아토피 피부염 및 기타 만성 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인간 코호트를 통해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라며, “이는 아토피 피부염의 정밀 진단과 표적 치료법 개발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중요한 전환점을 제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이 추진하는 바이오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된 이번 연구의 성과는 의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8월 29일 온라인 게재되었다.
[그림-1] 본 연구에서 제시한 아토피 피부염 발병 모델
[그림-2] 피칼리박테리움 병원성 공생균(pathobiont) 마커를 활용한 아토피 피부염 감수성 진단 및 치료 전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