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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장관 재출혈 예방할 새로운 치료 방법 발표

기존 방법보다 재출혈 예방 효과가 월등하고, 부작용은 없어
‘넥스파우더' 지혈 파우더 추가 치료 시 재출혈 25%로 감소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권광안, 정준원 교수 연구팀

국내 의료진에 의해 위, 십이지장의 출혈을 경험한 환자들의 재출혈을 예방할 새로운 치료 방법이 발표돼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이번 치료법은 효과가 미비했던 기존 방법보다 재출혈 예방 효과가 월등하고, 부작용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권광안, 정준원 교수 연구팀은 출혈성 위·십이지장 궤양 환자의 재출혈을 효과적으로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방법을 입증해 세계적 학술지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기존 내시경 치료에 넥스트바이오메디칼이 개발한 지혈 분말 ‘넥스파우더(Nexpowder)’를 추가 적용했을 때 재출혈률이 크게 감소한다는 사실을 확인해 발표했다. 이 연구 성과는 “Prevention of rebleeding after primary haemostasis using haemostatic powder in non-variceal upper gastrointestinal bleeding: a multicentre randomised controlled trial”이라는 제목으로 세계 최고 권위의 소화기 국제 학술지인 ‘거트(Gut)’에 인용지수 23.5점으로 게재돼 매우 높은 주목을 받았다.

 

상부 위장관 재출혈은 매우 흔한 질환으로 전 세계적으로 응급실 방문과 입원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미국의 경우 매년 20만 건 이상이 발생하며, 내시경 치료를 받은 환자에서 약 14~25%가 72시간 이내에 재출혈을 경험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재출혈은 ▲사망률 증가 ▲입원 기간 증가 ▲추가 시술 부담 등으로 이어져 환자와 의료진 모두에게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특별한 예방책은 전무한 상황이었다. 주로 내시경 지혈술과 프로톤펌프억제제(PPI)를 투여하는 것이 유일하게 입증된 표준 재출혈 예방 방법이지만, 확실한 효과는 없었다.

 

연구팀은 지난 2018년 11월부터 2021년 11월까지 가천대 길병원, 인하대병원, 순천향대학병원에서 상부 위장관 출혈로 내원한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총 348명의 대상자 중 내시경으로 1차 지혈에 성공한 341명이 최종 분석 대상자가 됐다. 대상자의 평균 연령은 64.8세였고, 전체 환자의 약 72%가 남성이었으며, 대부분의 대상자들이 소화성 궤양 환자였다.

 

연구팀은 대상자를 무작위로 A그룹(173명)과 B그룹(168명)으로 나뉘어 효과를 비교했다. A그룹은 내시경 치료 후 넥스파우더를 추가 치료하고, B그룹은 추가 치료 없이 표준 치료만을 적용했다.

 

임상시험 결과, 넥스파우더를 적용한 A그룹에서 72시간 이내 재출혈률은 2.9%로 나타났으며, B그룹의 11.3%에 비해 약 4분의 1 수준으로 낮았다.

 

소화성 궤양 환자만 따로 분석했을 때도 A그룹은 3.0%의 재출혈률을 보인 반면 B그룹은 12.0%로 나타나 재출혈 예방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

 

장기 추적에서도 유사한 결과가 나타났다. 시술 후 30일 누적 재출혈률은 A그룹이 7.0%였던 반면 B그룹은 18.8%로, 약 2.7배 차이가 났다. 소화성 궤양 환자 장기 추적에서도 A그룹 7.2% 대 B그룹 19.3%로 동일한 경향을 보였다. 모든 수치는 통계적으로 유의한 차이를 나타냈다.

 

안전성 평가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도출됐다. 넥스파우더 사용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부작용은 단 한 건도 보고되지 않았다. 색전, 장폐색, 알레르기 반응, 천공 등 주요 합병증 사례도 없었다.

 

가천대 길병원 소화기내과 김경오 교수는 “넥스파우더가 기존 내시경 치료에 추가했을 때 재출혈률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점을 입증한 첫 임상시험”이라며 “이를 통해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재입원 및 의료 비용을 절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함께 연구를 수행한 김윤재 교수는 “넥스파우더는 궤양 병변 위에 강력한 하이드로겔 보호막을 형성해 출혈 부위를 안정화시키는 특성이 있다”며 “프로톤펌프억제제 도입 이후 20여 년 만에 재출혈 위험을 추가로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준 의미 있는 성과”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복지부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아 다기관 무작위 대조 임상시험으로 진행됐다. 또한 연구에는 인하대병원 소화기내과 신종범, 차보람, 순천향대병원 소화기내과 홍수진 교수 그리고 장좋은내과 박동균, 김윤재 전문의 등이 함께 참여했다.

 

◆ 소화기 내 재출혈, 환자 상태 악화 주요 원인

위·십이지장 궤양은 우리나라를 비롯한 전 세계적으로 흔히 발생하는 소화기 질환으로, 출혈이 동반될 경우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출혈이 발생한 환자들은 내시경을 통한 지혈 치료를 받더라도 최대 4명 중 1명은 72시간 내 재출혈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고돼 왔다.

 

재출혈은 환자의 상태를 급격히 악화시키는 주요 원인이다. 환자의 사망 위험을 높이고 입원 기간이 늘어날뿐 아니라, 내시경 재시술이나 재수술, 혈관 색전술 등 추가적인 치료가 필요해 환자의 의료진의 부담을 크게 높인다.

 

이 같은 이유로 위·십이지장 궤양 환자의 재출혈을 막는 것은 환자의 생존율을 높이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기존에는 내시경 지혈술 후 프로톤펌프억제제(PPI) 투여가 표준 치료로 자리 잡았으나, 이 방법만으로는 재출혈을 충분히 예방하기 어려웠다.

 

김경오 교수는 “궤양 환자에서 재출혈 위험을 줄일 수 있는 새로운 치료법의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며 “이번 연구가 재출혈을 안전하고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게 됐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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