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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플라스틱, 면역계 자극해 관절염 악화시킨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관절 속 미세플라스틱 존재및 유해성 최초 확인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PS-MPs)' 자가면역질환 병태 악화 인자로 작용할 수 있음 최초 입증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유승아 교수 공동 연구팀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의생명과학교실 유승아 교수팀과 포스텍-가톨릭대의생명공학연구원, 대구대학교 김영민 교수와 공동 연구를 통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관절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세계 최초로 확인했다.

 

더 나아가, 이 미세플라스틱이 면역계를 자극해 관절염을 악화시키는 과정을 과학적으로 규명하며 국제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는 「Polystyrene microplastics activate NF-κB/MAPK signaling in synovia

▲(왼쪽부터) 유승아 교수, 김완욱 교수, 이수현 연구원, 김영민 교수

 

l fibroblasts, promoting inflammation and joint destruction in rheumatoid arthritis」으로 발표되었고, 환경·보건 분야에서 영향력 높은 국제학술지 Journal of Hazardous Materials(Impact Factor 11.3)에 게재되었다.

 

이번 공동 연구는 유승아 교수(공동 교신저자)와 이수현 연구원(제1 저자), 포스텍-가톨릭대의생명공학연구원 김완욱 교수(공동 교신저자), 대구대학교 환경기술공학과 김영민 교수를 포함한 다학제 연구로 진행되었고, 환자 샘플 분석, 세포 실험, 동물 모델 실험을 연계한 세밀한 연구 전략으로 미세플라스틱의 면역독성 작용을 다각적으로 규명했다.

 

류마티스관절염은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자신의 조직을 오해하고 공격해 만성적인 관절 염증을 일으키고, 연골과 뼈를 손상시키는 대표적인 자가면역질환이다. 그동안 유전적 원인과 면역 반응에 대한 연구는 활발했지만, 질병을 악화시키는 환경 요인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충분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바로 이 미해결 영역에 집중했다.

 

공동 연구팀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활액(관절을 둘러싼 활막에서 분비되는 관절액, synovial fluid)’을 정밀 분석하는 데 성공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성분을 분해·측정해 정확한 정량이 가능한 첨단 장비인 Py-GC/MS/MS으로 분석한 결과, 생활용품 등에서 널리 사용되는 플라스틱 소재인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polystyrene microplastics, PS-MPs)을 정량적으로 검출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 결과는 그동안 추정만 가능했던 ‘미세플라스틱이 신체 내부 조직에 축적될 수 있다’라는 가설을 류마티스관절 조직에서 세계 최초로 입증한 사례다.

 

이번 연구는 단순 발견이 아니라, 5μ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대표적인 플라스틱 입자인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머리카락 굵기인 약 70μm보다 훨씬 작은 크기여서 쉽게 세포 속으로 침투가 가능)을 이용해, 세포 · 동물 모델 실험까지 확장하여 미세플라스틱이 관절염을 어떻게 더 심하게 만드는지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체계적으로 면밀히 분석했다.

 

세포실험(in vitro)에서는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이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유래 활막섬유아세포(관절 안쪽을 이루는 세포, RA-FLS)에 내재화되어 NF-κB 및 MAPK 신호 경로를 활성화시키고, 염증성 사이토카인(IL-6, IL-8 등)과 조직파괴 효소(MMP3, MMP9)의 발현을 유도하는 한편, 세포의 이동성과 침습성까지 증가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NF-κB·MAPK는 염증 반응을 조절하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 신호 통로로, 이 경로가 활성화되면 염증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동물실험(in vivo)에서도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에 장기 노출된 관절염 모델에서 관절 염증이 확연히 악화되었고,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으로 자극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유래 활막섬유아세포를 이식한 제노그래프트 모델(xenograft model, 한 종의 세포 또는 조직을 유전적으로 다른 종(주로 면역결핍 마우스)의 숙주에 이식하여, 이식된 세포의 생존, 기능, 병태생리적 효과를 분석하는 동물 모델)에서는 연골 침식과 대식세포 침윤이 유의하게 증가하는 결과를 얻었다.

 

즉, 미세플라스틱은 단지 ‘있다’가 아니라, 단순 환경오염 물질을 넘어 자가면역질환의 병태를 악화시킬 수 있는 인자로 작용함을 최초로 입증한 것으로, 향후 미세플라스틱과 만성질환 간 연관성을 밝히는 선도적 연구로 평가된다.

 

유승아 교수는 “이번 연구는 환경 노출 물질이 인간 면역질환에 미치는 영향을 면역세포와 관절세포 수준에서 규명한 면역독성학(immunotoxicology) 연구”라며, “향후 미세플라스틱의 제거·차단 전략이나, 질병 악화 예방을 위한 환경 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라고 밝혔다.

 

이번 연구는 단순한 학술적 성과가 아니라, 환경 문제와 인류 건강을 연결하는 패러다임 전환의 출발점으로 평가된다. 우리 주변에 흔한 플라스틱이 눈에 보이지 않는 형태로 우리 몸과 질병에 어떤 영향을 줄 수 있는지, 앞으로도 관심과 연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다.

 

[그림 설명 : 폴리스티렌 미세플라스틱(PS-MPs)이 류마티스 관절염 병태를 악화시키는 in vitro·in vivo 기전]

▶ PS-MPs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의 활액에서 검출되고 환자 유래 활막섬유아세포의 염증성 사이토카인과 MMP 발현을 증가시키며, 세포의 이동성과 침습성을 촉진한다. In vivo에서는 PS-MPs 장기 노출 시 관절염이 악화되며, PS-MPs로 자극한 RA-FLS를 이용한 xenograft 모델에서도 연골 파괴와 대식세포 침윤이 증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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