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김영훈·김상일 교수 공동 연구팀이 다분절 척추 유합술을 받은 환자에서 맨 아래 척추가 제대로 붙지 않아 허리 통증이 지속되거나 재수술이 필요할 수 있는 ‘가관절증(pseudoarthrosis)’의 주요 위험인자를 규명했다.
척추 유합술은 손상된 척추 사이에 금속 나사와 막대를 고정하고 뼈 이식재나 케이지를 이용해 여러 분절이 하나의 뼈처럼 단단히 붙도록 유도하는 수술이다. 특히 척추의 가장 아래 부위인 요추-천추 접합부는 나이가 들며 퇴행성 변화가 쉽게 나타나고, 척추관 협착증이나 척추 전방전위증 환자에서는 광범위 감압과 함께 유합술이 필요하다.
▲ 김 영훈 교수
그러나 가관절증은 단순히 수술 과정이나 숙련도의 문제와는 무관하게, 척추 유합술 이후 뼈가 완전히 붙는 생물학적 혹은 기계적 과정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경우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경우 통증이 지속되거나 재수술이 필요할 정도로 회복 과정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위험인자를 파악하는 것은 치료의 안정성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연구팀은 서울성모병원에서 요추-천추 추체간 유합술을 받은 88명을 최소 2년 이상 추적하며, 수술 후 2년 시점에서 CT를 통해 유합 상태를 정밀 평가했다. 또한 척추 정렬(골반 기울기, 요추 전만 등)뿐 아니라 통증, 일상 기능 회복 정도 등 임상 결과도 함께 분석했다. 그 결과, 전체 환자 중 18명(20.5%)에서 요추-천추 접합부 가관절증이 발생했음을 확인하였다.
다변량 분석에서는 남성 환자가 여성보다 가관절증 발생 위험이 3.7배, 과거 다른 척추에서 유합술 경험이 있는 환자는 위험도가 3.1배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유합술 경험이 있었던 환자에서 위험도가 증가하는 것은 이미 고정된 척추 분절로 인해 새로 유합된 요추-천추 접합부에 상대적으로 더 큰 기계적 부담이 집중되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특히 수술 후 촬영한 CT 결과에서 제1천추를 고정하는 나사 부분이 느슨해진 것으로 관찰된 환자는 단 22%만이 유합에 성공하는 것이 확인되었다. 이는 뼈 유합 성공을 위해서는 나사의 안정적 결합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근거다. 반면 수술 전후 척추 정렬 여부는 가관절증 발생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연관성이 없었으며, 이는 척추 모양과는 별개로 환자 개인 특성과 나사 안정성이 유합 성공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는 의미다.
김영훈 교수는 “남성 환자 혹은 과거 척추 유합 경험 환자 등 나사 이완이 발생하기 쉬울 것으로 예상되는 환자는 수술 초기부터 강화된 고정 방법이나 보조 기구 사용 등 예방적 전략이 필요하다.”며, “이번 연구는 수술 전 고위험군을 조기에 식별하고, 환자 맞춤형 수술 전략을 수립할 수 있는 임상적 근거를 제공하고, 이를 통해 가관절증 발생률과 재수술 비율을 낮춰 환자의 회복과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European Spine Journal에 게재되어, 다분절 척추 유합술 후 하부 척추 유합 실패의 위험 요인과 예방 전략을 명확히 제시한 최초의 정량적 근거로 평가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