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균관대학교(총장 유지범)는 바이오메카트로닉스학과 박진성 교수 연구팀이 삼성서울병원 이비인후과 류광희 교수 및 의공학연구센터 강민희 박사 연구팀과 공동으로, AI 기반 광학 진단 플랫폼을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고 밝혔다. 해당 플랫폼은 코로 흘러나오는 액체가 단순한 콧물인지, 뇌를 보호하는 뇌척수액인지 여부를 수 분 내에 정확히 구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뇌척수액(CSF)은 뇌와 척수 주변을 흐르며 외부 충격으로부터 뇌를 보호하는 아주 중요한 액체다. 하지만 사고로 머리를 다치거나 노화, 또는 코를 통한 뇌종양 수술 등의 이유로 이 액체가 코 밖으로 새어 나올 수 있는데, 이를 ‘뇌척수액 누출’이라고 한다. 뇌척수액은 맑은 물과 같은 형태여서 겉보기에는 일반적인 콧물과 거의 똑같다. 이 때문에 환자들이 단순 비염이나 감기로 착각해 방치하다가, 세균이 뇌로 침투해 뇌수막염 같은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에 걸리는 경우가 많았다.
▲(왼쪽 위부터) 박유진 석사(성균관대), 박현준 박사(성균관대),
김우창 박사(성균관대), 강민희 박사(삼성서울병원), 류광희 교수(삼성서울병원), 박진성 교수(성균관대)
성균관대 박진성 교수 연구팀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빛의 산란을 이용해 물질의 미세한 지문을 읽어내는 ‘라만 분광 기술’에 주목했다. 연구팀은 금과 은을 결합한 아주 작은 ‘나노 기둥’ 구조체를 만들어 액체 속의 미세한 신호를 수만 배 이상 증폭시켰다. 여기에 인공지능(AI) 머신러닝 기술을 접목해 뇌척수액과 콧물이 가진 서로 다른 신호 패턴을 스스로 학습하게 했다.
연구팀이 실제 삼성서울병원 환자들의 샘플을 사용해 실험한 결과, 이 시스템은 90.8%라는 매우 높은 정확도로 뇌척수액 누출 여부를 가려냈다. 특히 연구팀은 장비마다 측정값이 달라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특수 보정 알고리즘을 도입했다. 그 결과, 대학병원의 고가 장비뿐만 아니라 휴대가 가능한 소형 장비에서도 똑같이 정확한 결과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는 앞으로 응급실이나 작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1분 내외의 짧은 시간 안에 즉석 진단이 가능해짐을 의미한다.
본 연구를 이끈 성균관대 박진성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실제 병원 현장에서 의사들이 오랫동안 간절히 필요로 했던 기술”이라며 “환자들이 뇌척수액 누출을 콧물로 오해해 병을 키우는 일을 막고, 더 빠르고 정확하게 치료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밝혔다.
공동 연구를 수행한 삼성서울병원 류광희 교수는 “국내 의료 현장에서 뇌척수액 누출을 즉시 확인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획기적인 성과”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금속공학 및 재료 과학 분야에서 세계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 학술지인 ‘Journal of Materials Science & Technology (IF: 14.3)’에 2025년 12월 3일자로 온라인 게재되었다. 또한 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 바이오·의료기술개발(R&D),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을 받았으며, 성균관대학교(SKKU)–삼성서울병원(SMC) 미래융합연구사업과 성균관대학교(SKKU)–강북삼성병원(KBSMC) 미래임상융복합학술연구를 통해 수행되었다.

▲ AI 기반 뇌척수액(CSF) 누출 진단 플랫폼의 개발 모식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