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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 뇌전증 ‘드라베 증후군’ 신규 기전 신약 후보물질 개발

난치성 뇌전증 유발 유전자 ‘SCN1A’ 기능 이상 조절하는 저분자 후보 ‘GM-91466’ 발굴
동물모델에서 발작 억제 효과·초기 안전성 확인, 신약 개발 가능성 제시
GIST-화학연' 공동 연구팀

생후 1년 이내 발병하는 희귀 소아 뇌전증으로, 반복적인 경련 발작을 특징으로 하는 ‘드라베 증후군(Severe Myoclonic Epilepsy of Infancy, SMEI)’의 치료법 개발에 새로운 전기가 마련됐다.

 

광주과학기술원(GIST·지스트, 총장 임기철)은 화학과 안진희 교수와 한국화학연구원(KRICT) 배명애·김기영 박사 공동 연구팀이 소아 난치성 뇌전증 치료를 위한 새로운 저분자 신약 후보 물질 ‘GM-91466’을 개발했다고 4일 밝혔다.

(왼쪽부터) 김동건 박사과정생(공동 제1저자, GIST 화학과),

황규석 박사(공동 제1저자, 한국화학연구원), 김기영 박사(교신저자, 한국화학연구원),

안진희 교수(교신저자, GIST 화학과)

 

저분자 신약 후보 물질은 분자 크기가 작은 화학 합성 물질로, 세포 안으로 잘 침투해 특정 단백질의 기능을 조절할 수 있어 먹는 약으로 개발하기에 유리한 특징이 있다.

 

 이번 연구는 드라베 증후군의 주요 원인 유전자인 ‘SCN1A 유전자’의 기능 이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새로운 치료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또한 기존 약물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화학 구조를 바탕으로 설계·합성한 물질이라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특히 기존 치료제와 구조적으로 구별되는 새로운 화학 구조를 기반으로 설계된 물질로, 특허 및 후속 신약 개발 확장성 측면에서도 주목된다.

 

CN1A 유전자는 뇌 신경세포에서 신경 신호의 흐름을 조절하는 단백질을 만드는 유전자로, 신경 신호가 정상적으로 전달되도록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유전자에 이상이 생기면 신경세포가 과도하게 흥분해 반복적인 발작이 나타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질환이 드라베 증후군이다.

 

 드라베 증후군은 생후 1년 이내 고열을 동반한 발작으로 시작해, 성장 과정에서 반복적인 경련과 발달 지연을 겪게 되는 심각한 희귀 신경질환이다. 1978년 이 질환을 처음 체계적으로 보고한 프랑스 소아신경과 의사 샬럿 드라베(Charlotte Dravet)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현재 사용되는 치료제 대부분은 다른 질환에 쓰이던 약물을 사용하는 방식이어서, 충분한 효과를 보지 못하거나 부작용 우려가 있다는 한계가 있다.

 

연구팀은 질환의 원인 유전자 이상을 실제와 가깝게 구현한 동물 모델을 활용해 신약 후보를 탐색했다.

 

 먼저 SCN1A 유전자 기능 이상을 재현한 작은 물고기(제브라피시·zebrafish) 질환 모델을 제작해 다양한 화합물의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GM-91466’은 발작과 관련된 이상 행동을 강하게 억제하면서도 정상 개체의 움직임에는 영향을 주지 않아 안정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SCN1A 유전자 기능이 일부 감소된 생쥐 모델 실험에서도 발작의 빈도와 강도를 크게 줄이고, 발작이 시작되는 시점을 늦추는 등 기존의 약물보다 우수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GM-91466’의 작용 원리도 규명했다.

 

 이 물질은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Serotonin)을 만드는 효소인 ‘트립토판 수산화효소(Tryptophan Hydroxylase 2, TPH2)*’의 발현을 증가시켰으며, 그 결과 세로토닌 농도가 실제로 상승한 것으로 확인됐다.

 

 세로토닌은 기분, 수면, 통증 조절뿐 아니라 신경세포 간 신호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드라베 증후군처럼 신경 회로가 과도하게 흥분하는 질환에서는 이러한 균형 회복이 특히 중요하다.

 

 기존 일부 약물이 세로토닌 수용체를 직접 자극하는 방식이었다면, ‘GM-91466’은 세로토닌 생성 자체를 늘려 몸의 자연스러운 조절 시스템을 활용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이는 부작용 가능성을 낮출 수 있는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된다.

* 트립토판 수산화효소 2(Tryptophan Hydroxylase 2, TPH2): 세로토닌을 만드는 효소로,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원료로 작용한다. TPH2가 충분히 활성화되면 세로토닌이 더 많이 만들어져 뇌 신경 신호의 균형 회복에 도움을 준다.

 

 또한 ‘GM-91466’은 체내에 투여했을 때 혈액을 통해 뇌까지 효과적으로 도달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먹는 약(경구 투여) 형태로도 안정적인 효과를 보였다. 사람 대상 임상시험에 앞서 진행하는 전임상 안전성 평가(심장 독성, 유전독성, 단기 반복 투여 독성)에서도 특별한 이상이 관찰되지 않아 향후 임상 개발 가능성을 높였다.

 

 안진희 교수는 “‘GM-91466’은 드라베 증후군의 근본 원인인 SCN1A 유전자 기능 이상으로 발생하는 신경 회로의 과흥분을 효과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 새로운 기전의 저분자 후보물질”이라며 “세로토닌 생성 효소를 늘려 뇌 신경 신호의 균형을 회복함으로써, 기존 약물과는 다른 방식으로 발작을 줄일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난치성 소아 뇌전증 치료에 새로운 전략을 제시한 것으로, 드라베 증후군뿐만 아니라 유사한 원리로 발생하는 다양한 신경계 질환으로도 확장될 가능성을 열었다”고 밝혔다.

 

 GIST 화학과 안진희 교수와 한국화학연구원 배명애·김기영 박사가 공동 주도하고 GIST 화학과 김동건 박사과정생 등이 수행한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과 보건복지부·한국보건산업진흥원 보건의료기술개발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연구 결과는 의약화학 분야 국제학술지 《Journal of Medicinal Chemistry》에 2026년 1월 23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한편 GIST는 이번 연구 성과가 학술적 의의와 함께 산업적 응용 가능성까지 고려한 것으로, 기술이전 관련 협의는 기술사업화실(hgmoon@gist.ac.kr)을 통해 진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림] 새로운 드라베 증후군 후보물질의 설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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