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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만으로 특정 뇌세포 신호 선별해 뇌 질환 활성도 지속적으로 확인

혈액서 특정 뇌세포 유래 신호만을 선택적 분리·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기술 개발
반복적 영상검사 없이 뇌 변화 모니터링 가능한 바이오마커 개발 가능성 제시
서울아산병원·연세대 연구팀,

대부분의 뇌 질환은 시간이 지날수록 악화되고 손상된 신경세포는 쉽게 회복되지 않아 조기 진단과 질병 활성도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 그러나 뇌는 조직 검사가 어렵고 MRI 등 영상검사만으로는 질병의 미세한 변화를 정밀하게 추적하는 데 한계가 있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반복적인 영상검사 없이도 혈액만으로 특정 뇌세포 신호를 선별해 질병 활성도를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새로운 바이오마커 개발 가능성을 발견했다.

(왼쪽부터)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은재 교수, 의생명연구소 김진희 박사,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신용 교수, 노연정 · 이효주 연구원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이은재 교수, 의생명연구소 김진희 박사,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신용 교수, 이효주·노연정 연구원은 혈액 속에서 특정 뇌세포 유래 신호만을 선택적으로 분리·분석할 수 있는 새로운 나노기술을 개발하고 질병 활성도를 반영하는 분자 변화를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고 10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저비용인 혈액검사만으로 뇌와 척수에 존재하는 성상교세포에서 유래한 신호를 분석해 뇌 질환 활성도를 평가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국내외 의료계에서는 침습도가 낮고 접근성이 높은 혈액 기반 바이오마커 개발을 활발히 시도하고 있으나 재발 여부를 정확히 예측하거나 질병 활성도를 직접 반영하는 지표는 아직 충분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최근 이러한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포외소포에 주목하고 있다. 세포외소포는 세포가 분비하는 미세한 소포로 단백질과 마이크로리보핵산(miRNAs) 등 다양한 생체 정보를 담고 있다. 

 

특히 뇌 유래 세포외소포가 뇌와 혈액 사이에서 물질 이동을 조절하는 혈액뇌장벽을 통과해 말초 혈액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혈액을 통해 뇌의 변화를 확인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또한 세포외소포 내부 물질은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되어 있어 비교적 안정적으로 보존된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혈액에는 다양한 세포에서 유래한 세포외소포가 혼재되어 있어 특정 세포에서 유래한 세포외소포만 선택적으로 분리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특정 단백질의 구조를 모사해 표적 분자를 정밀하게 인식하는 펩타이드 각인 나노복합체(Engineered Peptide-Imprinted Nanocomposites, EPIN)를 개발했다. 이 기술은 성상교세포 표면 단백질을 인식하도록 설계되어 혈액 속 수많은 세포외소포 중 성상교세포 유래 세포외소포만을 선택적으로 분리할 수 있다. 분리 과정은 40분 이내에 완료된다.

 

연구팀은 해당 기술의 임상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 환자를 대상으로 분석을 진행했다.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는 성상교세포를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자가면역질환으로 급성 재발이 반복되며 신경학적 장애가 누적될 수 있다. 따라서 질병 활성도를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치료 전략 수립에 매우 중요하다.

 

연구팀은 서울아산병원 바이오뱅크에 보관된 혈청 시료 147개로 두 단계에 걸쳐 임상 검증을 진행했다. 먼저 2019년부터 2023년 사이 서울아산병원에 내원한 환자군에서 확보한 혈청 108건을 분석했다. 최근 급성 재발이 발생한 환자 혈청 39건, 현재 급성 증상이 없는 안정기 환자 혈청 49건, 건강한 대조군 혈청 20건으로 구성됐다.

 

이어 다른 뇌신경계 질환에서도 감별 가능한지 확인하기 위해 2024년부터 2025년 사이 내원한 환자 39건으로 검증 분석을 수행했다.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 환자뿐만 아니라 다발성경화증, 파킨슨병 환자, 건강한 대조군 혈청 등이 포함됐다. 

 

분석 결과, 성상교세포 손상을 반영하는 교세포섬유산성단백질(Glial Fibrillary Acidic Protein, GFAP) 수치는 재발 환자가 안정기 환자보다 높게 나타났다.

 

반대로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 진단에 필수적인 지표인 수분통로 단백질 4(Aquaporin-4, AQP4) 수치는 재발 환자에서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AQP4 수치는 환자 나이나 신경학적 장애 정도와 무관하게 나타나 재발 상태를 반영하는 지표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아울러 다발성경화증과 파킨슨병 등 다른 뇌신경계 질환 환자도 함께 분석한 결과, 시신경척수염 스펙트럼 장애와 다른 분자 패턴을 보이며 질환을 구별할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됐다. 또한 세포외소포 내부의 마이크로리보핵산에서도 재발기에 특징적으로 변하는 분자 신호가 관찰됐다. 

 

이은재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교수는 “이번 연구는 반복적인 영상검사 없이도 뇌 변화를 모니터링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했으며 향후 치료 반응 예측과 개인 맞춤형 치료 전략 수립에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대규모 환자군을 대상으로 추가 검증을 진행해 임상 적용 가능성을 더욱 구체화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신용 연세대학교 생명공학과 교수는 “펩타이드 각인 나노복합체 기술은 표적 단백질의 구조적 특성을 모사해 분자 수준의 선택성을 구현한 플랫폼 기술이다. 임상 환자 혈청을 통해 기술의 유효성을 검증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며 다양한 뇌 질환으로 확장 가능한 기반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보건산업진흥원 희귀질환 진단기술개발 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사업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연구로, 나노과학기술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 학술지 ‘나노투데이(Nano Today, 피인용지수 10.9)’에 최근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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