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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헬스케어 산업과 병원의 미래 ③

서울시병원회는 제23차 병원CEO포럼을 개최했다. 이 포럼에선 송재훈 민트벤처파트너스 대표가 ‘바이오 헬스산업과 병원의 미래’란 주제로 강연을 했다. 송재훈 민트벤처파트너스 대표는 서울의대를 졸업하고, 울산의대 서울아산병원에서 감염내과 전임강사로 교직과 환자진료를 시작한 이후 성균관의대 삼성서울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교수를 거쳐 의대학장과 병원장을 역임했다. 송 대표는 또 삼성서울병원을 퇴직한 다음에는 잠시 차 바이오그룹 회장을 맡았다가 지난 2020년 민트벤처파트너스를 창업, 대표를 맡아 오늘에 이르고 있다. 송재훈 대표가 병원CEO포럼에서 강연한 ‘바이오 헬스산업과 병원의 미래’의 내용을 발췌 요약하여 전호 2회에 이어 최종회분을 게재한다.


그 다음으로 큰 축이 되는 혁신의 동력이 인공지능 분야이다. 향후 10년 동안 의료혁신을 주도할 가장 중요한 기술을 꼽으라고 했더니 바로 이 인공지능(AI)이 뽑혔다고 한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생 동안 의료관련 인공지능을 이용하는 사례를 보면 수정난을 선택하는 것부터 시작해 신생아 질병진단, 원격진료, 심전도, 정신건강관리, 응급진료, 영상·병리·병변 판독, 암진단, 환자안전, 원내 사망예측을 하는 것까지, 다시 말해 태어나기 이전부터 죽을 때까지 모든 분야에서 인공지능이 사용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이미 이 분야 산업은 매우 활성화되고 있다.


 환자정보 분석은 물론이고,영상진단 역시 가장 많이 활용이 되고 있으며, 정신과 또는 신약개발, 원격진료, 웨어러블, 라이프 스타일 관리, 응급진료, 입원환자 관리 등에 널리 활용이 되고 있다. 그리고 그 활용도는 날로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그래서 미국 FDA에서 인공지능 의료기기에 대한 승인을 많이 해주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으로 영상 AI가 있는데 영상 패턴같은 것을 분석하는 데는 사람 눈이 인공지능을따라 갈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영상을 분석하는 데있어서는 이미 우리나라에서도 영상의학 전문의들의 보조적 역할로 인공지능이 많이 활용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제브라’라는 인공지능 영상판독회사가 있는데 이미지 한 장당 1달러라는 매우 저렴한 판독료를 받고 판독을 해주고 있다. 거의 돈을 받지않고 판독을 해주고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가하면 앞으로는 아마도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CT, MRI 등과 같은 영상장비에 장착되어 촬영을 하게 되면 인공지능이 바로 판독을 올리게 될것이다. 그러면 영상의학 전문의는 그 판독를 보고 뺄 것은 빼고, 정리할 것은 정리를 해서 판독의 최종작업만 하면 되는 시대가 곧 도래하게 될 것이다.


 병리, 이 또한 인공지능을 따라 갈 방법이 없다. 미국의 데이터인데 판독 경진대회에 나간 병리과 의사의 오류도가 3.5%, 일반진료 때의 병리과 의사의 오류도 13~26%, 미세병변을 진단하는 병리과 의사의 오류도 23~42%인데 비해 인공지능에 의한 오류도는 이보다 훨씬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인공지능을 활용한 안과진료의 경우 50개의 질병을 진료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고, 최근에는 AI가 녹내장을 30초만에 진단했다는 발표도 있다. 이렇듯 모든 분야에 진료보조로서 인공지능이 등장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인공지능이 의사를 대체하게 될 것이냐’는 의문에는 ‘그렇지 않다’고 확실하게 답할 수 있다. 어디까지나 의사의 진료를 보조하는 역할로 앞으로 지속적으로 다양화될 것으로 예측이 된다.


정신과의 경우 의사가 대면으로 진료하는 것이 가장 좋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환자들이 의사보다는 인공지능에게 이야기하는것이 훨씬 편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와 있다. 무엇보다도 인공지능은 환자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다른 사람에게 전하지 않을 것이라는 신뢰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한마
디로 심지어 정신과조차도 환자들이 인공지능을 선호한다는 데이터가 나와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이 인공지능에 대한 인식이 매우 높아지고 있다. 우리나라 국책과제 중 ‘Dr Answer’ 라는 것이 있는데, 이 국책과제는 서울대학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삼성병원 등을 포함해 25개 대학병원과 21개 기업들이 의료인공지능을 공동으로개발하는 프로젝트인 것이다. 심뇌혈관, 심장, 유방, 대장암, 전립선암, 치매, 뇌전증, 소아질환 등에 대한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식약처에서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진단 자체를 허가는 해 주지만 건강보험공단에서 보험수가로 인정한 것은 단 한건도 없다. 그래서 우리나라 인공지능회사들에서 비즈니스 모델이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 수가적용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현재 국책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Dr Answer’의 결과가 나오게 되면, 그것이 국책과제인 만큼 수가적용을 하지 않을 수 없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든다. 그 때가 되면 우리나라의 인공지능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될 것으로 기대가 된다.


어떤 병원이 이런 기회를 선제적으로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병원의 위상도 많이 달라지리라 생각된다. 그동안 많은 관심을 끌었던 IBM의 ‘왓슨’은 결국 성공을 거두지는 못했다. 그렇지만 앞으로 영상, 병리, 안과 등 각 개별 진료과에서 진료보조로 인공지능이 지금보다 더 많이 이용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마지막으로 바이오 헬스케어 기술의 사업화인데 지금까지는 우리나라 의사들은 바이오 의료기술에 관한한 최종 사용자(End-user)였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Creator, 즉 생산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017년 당시 보건복지부장관이 세브란스병원을 방문했을 때 “앞으로 바이오 보건헬스산업의 중심축을 병원으로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적이 있다. 한마디로 병원에서 이 모든 바이오 헬스산업의 씨앗이 나와주어야 하며, 출발점이 되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2012년 서울삼성병원장을 맡고 나서 제일 처음 만든 부서가 ‘R&D사업화추진본부’였다. 그리고 전체교수회의를 하면서 교수들에게 ‘지금부터 삼성서울병원에서 하는 모든 연구는 모두 사업화한다’고 선언하고, 그런 정신으로 연구를 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연구비 규모를 대폭적으로 증액했었다. 이렇게 말한 데는 크게 교수들이 연구를 통해 논문을 작성하는데 그친다면 그것은 삼성서울병원에 머무는데 그치지만 사업화를 하게 되면 전세계적 환자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게 될 것이라는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다.


보다 현실적인 이야기를 한 것은 삼성서울병원이 R&D를 해서 기술사업을 하는 데는 ‘기술이전을 하던지, 창업을 하던지’, 이 두 가지가 있다. 하다못해 기술이전을 해서 그 이전료로 10억을 받았다면, 병원 역시 10억의 수익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병원이 환자를 진료해서 이 10억이라는 수익을 얻으려면 20만 명의 환자를 진료해야만 가능한 것으로 계산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병원들은 환자를 가능한한 많이 유치하여 수익을 올리는 병원으로 갈 것인지, 아니면 창의적인 진료에 관한 연구를 해서 기술이전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기술사업화 방향으로 갈 것인지를 선택해야 할 것이다.


미국의 하버드, 존스홉킨스, 메이오클리닉, 클리브랜드 클리닉과 같은 선도적인 병원들은 이미 20년 전에 그 패러다임을 바꾸었다. 그래서 병원들마다 이 기술전담기구를 다 만들었다. 삼성서울병원 역시 그런 의미에서 ‘R&D사업화추진본부’를 만든것이었고, 그 패러다임을 바꾸자고 이야기했었는데 병원이 이것들 모두를 감당하는 것이 쉽지가 않다. 우선 정부 차원에서의 지원 및 제도가 있어야하고, 의료기관의 사업화 시스템이 있어야 하며, 그리고 창업을 할 때의 3대 요소가 창업자, 독창적인 기술, 자금인데, 이 세가지 요소가 하나로 묶였을 때 기술벤처가 탄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그것이 말처럼 쉽지가 않다. 그 까닭은 우선 아무리 연구를 잘하는 교수라도 오랫동안 학교에서 생활해 온 까닭에 회사를 어떻게 만드는지, 투자유치를 어떻게 하는지, 병원을 어떻게 경영하는지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회사를 만들고싶어도 엄두를 내지 못하고, 또 회사를 만들었다고 해도 제대로 경영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병원에서 도와 줄 수 있는 것은 창업기획단계까지는 가능하지만 일단 회사가 만들어지고 나면 병원에서 도와 줄 수 있는 방법이 없다. 기본적으로 병원CEO 자신이 ‘우리 병원은 앞으로 환자진료만 하는 병원이 아니라 진료기술이나 연구기술을 사업화 하는 방향으로 가겠다’는 리더쉽이나 비전을 가져야만 가능해지는 것이다. 지금 당장이야 환자진료를 해야 하고, 병원경영을 하느라 경황이 없겠지만 장기적으로 볼 때 이런 기술사업화가 가능만 하다면 엄청난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 올 수 있다.


이런 기획창업을 하는, 미국의 대표적인 모델로서 ‘프레그쉽 파이오니어링’이라는 회사가 있다. 컴퍼니 빌더라고 불리워지고 있는 이 회사가 기획창업을 한 대표적인 회사가 앞서 언급했던 ‘Moderna’사이다. 이 ‘Moderna’가 바로 MIT나 하버드 교수들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했는데 이 기술을 개발한 교수들이 세계적인 학자임에는 분명하지만 회사를어떻게 만드는지 알지 못하기 때문에 ‘프레그쉽 파이오니어링’사가 이들 교수들을 도와 회사를 만들어 준 것이다.


비지니스 플랜을 짜주고, 회사 만들어 주고, 경영진을 영입해 주는 등 회사가 제대로 굴러갈 수 있도록 역할을 해 준 것이다. 이 ‘프레그쉽 파이오니어링’사는 지난 20년 동안 109개의  바이오헬스 회사를 기획창업해 주었다. 이 109개 회사 가운데 64개 회사가 나중에 상장회사로 성장했다고 한다.


미국에서 교수 스스로 창업을 했을 경우 성공률이 10%에 미치지 못하다는 조사결과에 비추어 볼때 ‘프레그쉽 파이오니어링’에 의해 기획창업한 회사들의 창업성공률은 매우 높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런 모델들이 미국을 비롯해 전세계적으로 생겨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이런 바이오헬스 분야의 컴퍼니 빌더 모델이 그동안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내 경우 2015년에 삼성서울병원을 그만두고 미국에서 내 전공인 감염내과가 아닌 병원의 기술사업화와 기획창업에 관한 것들을 주로 보고 귀국했다. 이렇게 한국에 돌아와서 그동안의 경험과 미국에서 보고 온 지식을 기반으로 앞으로 우리나라의 바이오헬스 컴퍼니 빌더 역할을 할 회사(민트 벤처 파트너스)를 2020년 창업하게 됐다. ‘아이디어를 비즈니스로 바꾸고, 테크놀로지를 제품으로 바꾸는’, 바로 그런 회사인 것이다.


병원CEO라면 누구나 어떻게 하면 병원을 잘 발전시켜 나갈 것인가를 고민할 것이다. 그 고민이 바로 혁신의 과정인 것이다. 앞서 이야기했지만 바이오헬스 산업이 워낙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기 때문에 이 기술혁신을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면 완전히 ‘올드 패션’ 병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 ‘과연 어느 병원이 혁신을 잘 하는가’가 병원의 존속 나아가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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