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암 발병에 가장 큰 위험 요인으로 꼽히는 흡연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치명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7일 서울대병원 비뇨기과 곽철 교수, 강원대병원 비뇨기과 김정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년 국가건강검진을 받은 1천21만654명(평균나이 47.1세)을 대상으로 10년 후 방광암 발병률과 위험 요인을 분석한 결과, 이 같은 연관성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방광암은 소변주머니인 방광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다. 모든 암을 통
▲ 곽 철 교수 ▲ 김 정현 교수
틀어 10번째로 흔하게 발생하며, 국내 방광암의 연평균 증가율은 3.7%로 높은 편이다.
방광암은 주로 60대 이후 노년기에 발생하는데, 주 증상은 통증이 없으면서 소변에 피가 섞여 나오는 것이다. 따라서 60세 이상이면서, 없던 혈뇨가 갑자기 생겼다면 일단 방광암을 의심해봐야 한다.
다만, 발병 초기에는 맨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는 미세혈뇨를 동반하는 경우가 있는 만큼 혈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소변검사를 할 필요가 있다.
방광암이 주변 조직에 괴사를 일으키거나 결석을 동반하고, 상피내암(조기암)일 경우에는 소변을 잘 참지 못하는 절박뇨, 배뇨 시 통증, 소변을 자주 보는 빈뇨 등 증상을 보일 수도 있다.
또한 방광암으로 소변 길이 막히는 요관폐색이 발생하면 옆구리 쪽 통증과 다리에 부종이 나타나기도 한다. 여기서 더 진행되면 골반에서 덩어리가 만져지는 경우도 있다.
연령별 성별 방광암 발생 추이 [논문 발췌]
이번 연구에서는 10년 동안 인구 10만 명당 83명꼴로 방광암이 발생한 것으로 집계됐다. 성별 방광암 발병률은 남성이 10만명당 315명으로 여성의 79명보다 훨씬 많았다.
생활 습관 분석에서는 방광암 발병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위험 요인으로 흡연이 꼽혔다. 과거 흡연자와 현재 흡연자의 방광암 발생 위험은 비흡연자에 견줘 각각 1.30배, 1.66배 높았다.
주목되는 건 흡연이 남성보다 여성의 방광암 발병에 더 큰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 점이다.
연구팀은 지속해서 담배를 피우는 20세 이상 여성이 방광암에 걸릴 위험은 같은 또래의 비흡연 여성보다 2.15배 높은 것으로 추산했다. 같은 비교 조건에서 남성은 방광암에 걸릴 위험이 1.64배였다.
전문가들은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독성 물질 중 하나인 '방향족 아민화합물'(aromatic amines)이 방광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본다.
실제로 미국 질병관리통제센터(CDC) 연구팀이 최근 국제학술지(Cancer epidemiology, biomarkers and prevention)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흡연자의 소변 속 아민화합물 농도는 비흡연자에 견줘 최대 30배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방광암 발생에 미치는 흡연의 영향이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큰 건 남성과 달리 그동안 흡연율이 감소하지 않은 점을 원인으로 추정해볼 수 있다"면서 "암 발생을 예방하는 차원에서 여성 흡연자를 대상으로 적극적인 금연 교육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비뇨종양학저널(Journal of Urologic Oncology) 최근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