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을 이용한 친환경 조직병리 진단법을 개발한 연구 결과가 세계 3대 학술지 네이처 자매지 ‘Light: Science and Application’ (IF=20.6)에 최근 게재되었다.
기존 조직병리 진단법은 떼어낸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위한 슬라이드 준비 과정이 복잡하여 최소 1~2일이 걸리며, 제작할 때마다 조직이 소모되는 문제가 있었다. 또한 슬라이드 염색을 위한 화학약품 사용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이번에 개발된 빛을 쏘아 이미지를 생성하는 친환경 기술이 비용과 시간을 줄이고 환경을 보호하는 디지털 병리학 작업환경 구축을 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
▲ 정 찬권 교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병리과 정찬권(공동교신저자)· 포스텍 김철홍(공동교신저자) 교수 연구팀이 인간 간암 조직검사를 위한 비표지 광(光)음향 조직 영상 분석 인공지능 시스템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조직검사의 번거로운 작업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Photoacoustic Histology(광음향 조직 영상, 이하 PAH)’ 기술을 간암 조직 진단법에 접목시켰다. PAH는 빛(레이저)을 쏘아 생체분자가 만드는 소리(초음파) 신호를 감지하여 이미지를 생성하는 기술이다. 염색과 각 조직 검체에 정확한 식별을 위한 라벨링 작업 없이 가상 염색을 통해 실제와 동일한 병리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지만, 이제까지는 병리 의사가 진단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병리 이미지를 생성하기는 어려웠다.
연구팀은 PAH에 최첨단 인공지능 기술을 결합해 △가상 염색 △분할 △분류 단계를 수행하여 인간 조직 영상을 분석하는 딥러닝 모델을 개발했다. ※그림첨부
‘가상 염색’ 단계에서 세포핵과 세포질 등 조직 구조를 잘 유지하면서 실제 염색 작업을 진행한 샘플과 유사한 이미지를 생성한 뒤, 비표지 영상과 가상 염색 정보를 사용하여 세포 면적과 수, 세포 간 거리 등 해당 샘플의 특징을 세부적으로 ‘분할’했다. 마지막 단계로 비표지 영상과 가상 염색 영상, 분할 정보를 모두 사용해 샘플 조직의 암 여부를 ‘분류’하도록 설계했다.
이어, 연구팀은 사람의 간암조직에서 얻은 PAH에 연구팀이 개발한 딥러닝 모델을 적용했다. 그 결과, ‘가상 염색’, ‘분할’, ‘분류’가 상호연결된 연구팀의 AI 모델은 간암세포와 정상 간세포를 98%의 높은 정확도로 분석했다.
특히, 병리과 전문의 3명과 진단 비교 평가에서도 연구팀이 개발한 모델의 민감도는 100%에 달해, 실제 임상 현장에서의 적용 가능성도 입증했다.
조직검사는 질환의 정확한 진단과 적절한 치료 계획을 수립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암의 경우 진단을 위해 영상 검사와 혈액검사를 선행하며, 확진이 어려우면 초음파를 보며 가느다란 바늘을 이용해 간 조직을 채취한다. 떼어낸 조직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려면 염색한 유리 슬라이드를 만드는 과정이 필요한데, 이때 추가적인 인력과 비용이 투입되며 화학약품 사용으로 환경오염을 유발한다.
또한 간 조직 슬라이드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기구 오염이나 작업 중 실수로 조직 오염이 생기면, 정상 조직과 병변을 구분하기 어려워 잘못된 진단을 내릴 수 있다. 병리학적 검사가 필요한 항목의 수가 증가함에 따라 염색을 위한 추가 슬라이드를 제작해야 하지만, 검체 수량이 부족해도 정확한 진단이 어려운 문제도 있었다.
정찬권 교수는 “이번에 개발한 딥러닝 조직병리 검사법은 암 조직의 염색 및 라벨링 과정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염색에 사용되는 헤마톡실린, 에오신, 자이렌, 알콜과 같은 화학물질을 사용하지 않는 친환경 진단법으로 새로운 디지털 조직병리학 시대를 열게 한 연구”라고 설명했다.
이어서 정 교수는 “특히 병리학 전문의 진단과의 비교 평가를 통해 실제 간암 환자를 정확히 양성으로 판정하는 민감도 100%를 달성한 만큼, 다른 암 조직검사 진단법에도 적용하는 추가연구를 지속해 병리학적 진단의 효율성을 크게 향상 시킬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