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주행 자동차는 기술 혁신의 상징으로 인식되고 있는데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작은 나노 입자가 체내에서 스스로 움직이며 치료제를 필요한 곳에 전달할 수 있다면 어떨까?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신소재공학과 한세광 교수팀이 이를 현실로 구현하고, 방광암 치료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한세광 교수, 최현식 박사 연구팀은 서울대병원 정승환 교수팀, IBS(기초과학연구원) 혈관 연구단 고규영 단장(KAIST 의과학대학원 특훈교수), 스페인 IBEC(카탈로니아생물공학연구소)와의 공동 연구를 통해 방광 내 환경을 이용해 스스로 추진력을 얻고, 치료제를 필요한 곳에 정확하게 전달하는 스마트 자가추진 나노모터를 개발했다.
▲ 한 세광 교수 ▲ 최 현식 박사
이번 연구는 국제 융합연구 대표적 학술지인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방광암은 재발률이 높아 전 세계적으로 많은 환자에게 큰 고통을 주는 질병이다. 또한, 방광암을 치료하기 위해 약물을 방광에 직접 주입하더라도 반복적인 배뇨와 방광벽의 점막층이 약물의 흡수를 방해해 치료 효과가 제한적이었다.
이번 연구에서 한세광 교수 연구팀은 방광 내에 풍부한 요소(urea)를 활용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요소 분해효소(urease)’를 나노입자에 결합해 방광 내 요소를 암모니아와 이산화탄소로 분해할 때 발생되는 기체를 이용하여 나노입자 약물전달체에 추진력을 제공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약물을 실은 아주 작은 나노모터가 빠르게 방광벽에 도달하여 효과적으로 약물을 전달하는 신개념 방광암 치료 시스템으로 구현했다.
연구팀의 나노모터는 STING*1 작용제를 탑재하여 방광벽의 수지상세포 내 STING 경로를 활성화하고, 이를 통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면역 반응을 촉진했다. 그 결과, 방광암 세포 증식을 94.2% 억제했으며, 기존 치료제보다 암 부위에 11배 더 많은 세포독성 T림프구(암세포 공격 면역세포)를 유도했다.
또한, 현재 의료현장에서 방광암 환자에게 사용되고 있는 면역치료제(BCG)와 비교했을 때, STING 탑재 나노모터가 보다 더 우수한 치료 효과를 나타냈으며, PD-1억제제*2(Pembrolizumab)와 병행해 투여할 경우 방광함 치료 효과가 극대화되는 시너지 효과가 나타나는 것도 확인했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한세광 교수는 “연구팀의 나노모터 기술을 활용하면 약물이 방광벽에 빠르고 정확하게 전달되어 면역치료의 성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기술은 방광암뿐만 아니라 다른 난치성 질환에도 적용될 수 있는 약물전달 플랫폼 기술이다”라고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기초연구사업, 범부처전주기의료기기연구개발사업, 혁신연구센터사업(B-IRC), 교육부의 학문후속세대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
1. STING
Stimulator of Interferon Genes, 수지상세포 내에 존재하는 선천성 면역에 관여하는 인터페론 유전자 자극제를 말한다.
2. PD-1 억제제
‘Programmed Death-1‘이라는 면역 억제 단백질로, 암세포는 이 단백질을 이용해 면역 체계의 공격을 피한다. Pembrolizumab과 같은 PD-1 억제제는 이를 차단해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인식하고 제거할 수 있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