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세 여성이 약 4 개월 전부터 시작된 좌측 엄지발가락과 발바닥 부위에 통증을 동반한 이상 감각과 무딘 느낌을 주소로 내원하였다. 환자의 과거력상 당뇨등의 동반 질환이나 외상력은 없었다. 환자의 증상은 처음에는 엄지 발가락 부위에 국소적으로 발생하였으나 점차로 증상 부위가 넓어져 엄지 발가락, 둘째와 셋째 발가락까지 퍼지게 되었다. 통증의 강도는 숫자 통증 등급 10점 만점에 6점가량이었고 통증은 지속적이었고 불타는 듯한 양상이었다. 주로 장시간 서 있거나 걸은 뒤 혹은 체중이 실리는 자세를 취할 때 악화되었고 앉거나 눕는 자세에서는 통증이 완화되었다. 환자는 그 동안 소염제를 복용하면서 물리 치료를 시행하였으나 증상의 호전이 없었다.
신체 검진에서는 좌측 발 내측 복숭아뼈 후하방 부위의 압통이 관찰되었고 그 부위를 가볍게 두드렸을 때 찌릿한 증상이 발생하는 티넬 징후 (Tinnel’ssign)가 관찰되었다.
족부 변형이나 다른 이상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환자가 외부 병원에서 촬영한 X-ray에서는 특이한 소견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에 외래에서 초음파 검사를 시행하였고 그 결과 내측 복숭아뼈 후하방에 위치한 족근관 부위에서 저 음영을 띠는 낭성 종괴가 관찰되었다. 이에 족부 MRI와 신경 전도 검사를 시행하였다. 그 결과 MRI에서는 족근관 내부에 경골 신경 (tibial nerve) 주행을 따라1.1 x 1.4 x 1.2 cm의 결절종 (ganglion cyst)가 발견되었고, 신경 전도 검사에서는 좌측 경골 신경과 좌측 medial plantar nerve의 신경 전도 속도가 감소된 이상 소견이 관찰되었다.
치료를 위하여 aceclofenac과 pregabalin 경구 제제를 처방하였으며 환자에게 발바닥에 부하가 걸리는 활동을 줄이고 경골신경 가동 범위를 점진적으로 늘리는 스트레칭을 권유하였다. 또한 결절종을 초음파가이드 하에 주사기로 흡인을 시도하였으며, 신경의부종을 감소시키기 위하여 triamcinolon과 국소 마취제를 혼합한 국소 주사를 시행하였다.
치료 결과 환자의 족저부 감각 이상과 통증은 숫자통증 등급 1-2점 정도까지 감소되었으며 현재 환자는 약물을 복용하지 않고 일상 생활이 가능한 정도까지 호전되어 유지되고 있다.
족근관 증후군이란?
족근관은 족관절의 내측 복숭아뼈 후방에 위치한 터널 모양의 구조물로 굴근 지대 (flexor retinaculum)가 그 뒤를 덮고 있고, 바닥은 거골, 종골, 경골로 이루어져 있다. 이 터널 모양의 구조물 안에는 경골 신경(tibial nerve), 후 경골 동맥 및 정맥 (posterior tibialartery and vein) 뿐만 아니라 후 경골 건(tibialis posterior tendon), 장 족지 굴건 (flexor digitorum longus tendon), 장 족무지 굴건 (flexor halluceslongus tendon) 등 여러 구조물이 지나가게 된다.
족근관 증후군은 족근관 내에서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하여 신경이 압박되어 발생하는 신경 포착 증후군으로, 발의 통증 및 이상 감각을 일으키는 질환이다. 이 질환은 미국의 정형외과 의사인 Dr. Kopell과Dr. Thompson에 의해 1960년에 최초로 기술되었다. 이 질환은 손목에서 발생하는 손목 터널 증후군과 같이, 발목 터널 증후군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원인
족근관 증후군은 주로 여성에서 남성보다 더 많이발생하며 발생 원인을 알 수 있는 경우가 약 80% 정도이며, 원인을 알 수 없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족근관 증후군은 경골 신경의 압박으로 인하여 발생하며,그 원인으로는 크게 외상, 공간 점유 병소, 족부 변형 등이 있다.
외상으로 인한 족근관 증후군은 경골 내과 (medial malleolus) 거골 (talus), 종골 (calcaneus) 등 족근관 주변의 골절과 삼각 인대 (deltoid ligament)의 염좌, 족근관 내부의 건 손상으로 인한 외상성 활액막염 등으로 인하여 족근관 내부의 단면적이 감소되어 그 내부의 압력이 높아지고 경골 신경의 압박을 초래하여 발생하게 된다.
공간 점유 병소에 의한 신경의 압박은 족근관 내/외부에서 모두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원인은 정맥류와 결절종 (ganglion cyst)이며 그 외에도 신경 주변의섬유화, 지방종 (lipoma), 신경초종 (neurilemoma)골극 등이 있다. 비후된 굴근 지대 혹은 비후된 여러근육에 의해서도 압박이 일어날 수 있다.
족부의 변형 혹은 이상 정렬도 족근관 증후군을 일으킬 수 있는데, 후족부가 내반 (varus)된 경우는 전족부가 보상성으로 회내 (pronation)되어 경골 신경의 긴장을 증가시켜 증상을 일으키게 된다. 또한 편평족의 경우에서도 후족부의 외반과 전족부의 외전으로 인하여 경골 신경의 긴장이 증가되어 족근관 증후군이 일어나게 된다.
증상
족근관 증후군은 환자의 증상이 모호하며 다양한 양상을 보이는 경우가 있고, 환자가 통증의 위치나양상을 정확히 표현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환자에서 족저부 전반에 걸친 통증 또는 이상 감각을 호소하며, 초기에는 간헐적으로 시작하였다가 점차 지속적인 증상으로 발전하게 된다. 증상은 화끈거림, 저린 감각, 그리고 감각 둔화 등을 호소하며 이는 이환된 신경 분포를 따라 나타난다. 휴식이나 편한 신발 착용 등에 의해 증상이 완화되기도 하고, 보행 등에 의해서 심해지기도 한다.
감각 증상 중에서 발바닥의 두 점 식별 능력이 감소하는 것이 가장 초기에 나타나는 이상이라고 알려져 있으며, 이후 병이 진행되면서 이환된 신경의 피부 지배 영역에서 감각저하를 확인 할 수 있다. 가장 특징적인 증상은 족근관 내에 통증이 있으면서 통증이 족저궁이나 뒤꿈치 쪽으로 뻗어 나가는 증상이다. 족근관 증후군이 장기화되면 족저 근육의 약화를 초래하여 발가락이 갈퀴처럼 변형되는 갈퀴 족 현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진단
단순 방사선 영상에서 족근관 주변의 해부학적 이상을 관찰하고, 그 주위에 전위되거나 부정 유합된 골편, 부골, 골 외골종 (bony exostosis) 여부를 확인한다. 또한 체중 부하 사진을 통하여 발의 정렬을 관찰하는 것이 필요하다. 초음파 영상이나 자기 공명 검사에서는 특히 공간 점유 병소의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반적으로 감각 신경의 문제가 먼저 발생하므로 감각 신경의 전도 검사가 운동 신경에 대한 검사보다 더욱 민감하다고 알려져 있다. 근전도 검사도 유용하며, 특히 요추 신경근병증과의 감별에 많은 도움이 된다. 그러나 근전도 검사가 음성이라고 해서 족근관 증후군을 배제할 수는 없다.
치료
보존적인 치료는 대부분의 족근관 증후군에서 일차적으로 시행하는 치료로서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제의사용과 함께 경우에 따라 스테로이드 제제의 국소 주사가 이에 해당된다. 스테로이드 제제의 국소 주사는 신경 내 부종을 감소시켜 증상 개선에 도움을 주게 되는데 특히 류마티스 관절염 등의 염증성 질환에서 건활액막염이 동반된 경우에 그 효과가 크다.
건 내로 직접 스테로이드를 주사하는 것은 건 파열을 유발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신경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삼환계 항우울제 및 gabapentin,pregabalin 등의 항 경련제를 투여하여 증상의 완화를 기대할 수 있다. 결절종의 경우는 흡인 치료를 사용하여 그 증상이 호전되는 경우가 있다.
수술적 치료는 공간 점유 병소를 직접 제거하거나 족부의 변형이 더 좋은 결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으나 수술과 관련된 합병증, 즉 증상의 악화, 신경 및 혈관 손상, 감염, 수술 후 이차적 반흔 형성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이상철의 견해
족근관 증후군은 족근관 내에서 경골 신경 및 그 분지가 압박되어 발생하는 신경 포착성 증후군이다. 이번 증례에서 기술된 족근관 내 결절종은 주위 신경을 압박하여 통증과 운동 장애 및 지각 장애를 일으킬 수 있다. 결절종의 치료는 수술적 제가가 가장 확실하나, 신경 손상의 우려가 되는 경우에는 본 증례와 같이 흡인 및 국소 스테로이드 주사가 치료법으로고 려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