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표준과학연구원(KRISS, 원장 이호성)이 암(癌) 진단과 치료, 면역 반응 유도를 동시에 수행하는 나노물질*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19일 밝혔다. 진단과 치료 중 한 가지 기능만 수행하던 기존의 나노물질에 비해 치료 효율이 한층 높아 나노기술을 응용한 차세대 암 치료 플랫폼으로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 나노물질: 지름 1~100 나노미터(nm, 1 nm는 10억 분의 1 m) 사이의 입자
현재 항암 치료에는 수술, 방사선 치료, 항암화학요법 방식이 주로 쓰이고 있다. 하지만 이 치료법은 암 부위뿐만 아니라 정상 조직까지 손상을 가해 부작용이 크다는 한계가 있다.
▲(앞줄 좌측부터 시계방향으로 KRISS 나희경 책임연구원,
이진형 박사후연구원, 이은숙 박사후연구원)
나노물질을 응용한 암 치료는 기존 치료법의 한계를 극복할 차세대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나노물질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이용하면 암세포와 병변 부위를 정밀히 표적해 약물을 전달하고 제거할 수 있다. 또한 환자별 유전체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도 가능해 기존보다 부작용은 낮으면서 효과는 한층 뛰어난 치료법으로 평가받는다.
KRISS 나노바이오측정그룹은 암 부위의 위치와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해 치료하고, 면역 반응 체계도 활성화하는 새로운 나노물질을 개발했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물질은 금(Au) 사이에 철(Fe)을 넣은 삼중 층 구조의 나노 디스크(AuFeAuNDs)다. 나노물질의 형태가 원판 가운데에 철을 끼운 꼴로 설계돼 기존 구형 물질보다 구조적 안정성이 뛰어나다. 또한 종양 부위에 자석을 대면 철의 자성으로 인해 나노물질을 쉽게 끌어당길 수 있어 치료 효율을 한층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 디스크는 광음향 영상(PA) 기능을 탑재해 종양의 위치와 물질의 전달 과정을 실시간 관측할 수 있다. PA는 나노 디스크에 빛(레이저)을 쏜 후 열로 인해 발생하는 진동(초음파)을 영상화하는 기술이다. 이 기능을 이용하면 나노물질이 종양 부위에 도달하는 시점에 맞춰 치료를 수행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실제 연구진은 쥐 실험에서 PA 기능으로 종양 부위에 나노입자가 축적되는 과정을 시간대별로 추적해 치료에 가장 효과적인 시점이 물질 투여 후 6시간이라는 점을 도출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이번 나노 디스크는 서로 다른 기전의 세 가지 치료 방식을 유기적으로 수행할 수 있어, 단일 요법만 가능한 물질에 비해 여러 형질의 암세포를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기존의 나노물질은 금 입자에 열을 가해 암세포를 제거하는 광열 치료(PTT)만을 활용했으나, 연구진이 개발한 나노 디스크는 철의 성질을 이용해 종양 내부에 산화를 일으키는 화학역동치료(CDT)와 페롭토시스 치료까지 가능하다.
치료 후에는 면역 반응 물질도 유도한다. 이번에 개발한 나노 디스크는 암세포가 사멸할 때 경고 신호(DAMPs)를 방출하게 만들어 우리 몸이 동일한 암세포를 기억하고 재발할 시 공격하도록 유도한다. 실제 쥐 실험에서 나노 디스크를 통해 경고 신호를 생성한 결과, 면역 세포의 수가 최대 3배가량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KRISS 나노바이오측정그룹 나희경 책임연구원은 “일반적인 나노물질이 단일 원소로 구성되어 한 가지의 기능을 수행하는 데 비해, 이번에 개발한 물질은 금과 철의 물성을 복합적으로 이용해 다양한 기능을 수행하도록 제작한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차세대 첨단 나노소재 측정표준체계 확립 연구사업의 지원을 받았으며 화학공학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인 Chemical Engineering Journal(IF: 13.4)에 2월 게재됐다.
▲ KRISS가 개발한 다기능성 나노물질의 치료 플랫폼 모식도
▲ KRISS가 개발한 다기능성 나노물질의 암 치료 실험 데이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