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와 만성질환의 증가 속에서 심부전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심부전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22만 명으로, 2018년보다 30% 이상 증가한 수치다.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의 발생률이 높고, 평균 재입원율도 높다.
전문가들은 심부전을 단순한 노화 증상이 아니라, 관상동맥질환·심근경색·고혈압 등 다양한 심장 질환이 누적돼 나타나는 ‘결과 질환’으로 본다. 건국대병원 심장혈관내과 김범성 교수는 "심부전은 심장 손상이 축적되면서 기능이 저하된 상태로, 전신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질환"이라며 "관상동맥질환이
▲ 김 범성 교수
심부전의 큰 원인이고 심장성 쇼크 등과도 밀접한 연관이 있어 조기 진단과 선제적 관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심장 혈류 막히면 시작되는 악순환
심장의 주요 혈관인 관상동맥이 막히면 심장 근육으로 가는 혈류가 줄고, 이로 인해 심근이 괴사하거나 기능이 약해진다. 관상동맥이 좁아지는 ‘협심증’, 혈관이 완전히 막혀 발생하는 ‘심근경색’은 심장 기능 저하의 시작이다.
심장혈관내과 김범성 교수는 “심장 근육이 손상되면 혈액을 짜내는 펌프 기능이 떨어지고, 이 상태가 반복되면 심부전으로 진행한다”며 “이때 적절한 혈류 공급이 되지 않으면 심장성 쇼크, 즉 전신 장기의 관류가 저하되고 혈압이 급격히 떨어지는 생명 위기 상황으로 악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심장성 쇼크는 심근경색 후 사망률이 가장 높은 합병증 중 하나로, 생존율을 높이기 위해선 조기 인지와 빠른 응급 치료가 필수다.
급성기 넘겼다고 끝이 아니다
문제는 심근경색이나 협심증 등의 ‘급성기’를 넘겼다고 안심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관상동맥질환 치료 후에도 손상된 심장 근육은 회복이 더딘 경우가 많고,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심부전 증상이 진행될 수 있다.
숨이 차고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이 대표적이다. 심장혈관내과 김범성 교수는 "심장이 보내는 이상 신호를 놓치지 않아야 한다"며 "특히 고혈압, 당뇨, 고지혈증, 흡연 등 심장질환 위험 인자를 가진 사람은 정기적인 심장 기능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부전은 조기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서서히 나타나기 때문에 단순한 노화 현상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하지만 체중 증가, 발이나 다리 부종 및 운동능력 저하도 심부전의 초기 신호일 수 있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심부전은 전신질환
심부전은 단순히 심장만의 문제가 아니다. 신장, 폐, 간 등 전신 장기에 영향을 미치며 삶의 질을 급격히 저하시킨다. 또한 환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약물 복용, 식이요법, 수분 섭취 제한 등 복잡한 자가 관리가 요구된다.
심장혈관내과 김범성 교수는 "심부전 환자 중 상당수가 관상동맥질환이나 고혈압, 당뇨 등 복합 질환을 함께 앓고 있어 다학제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약물 치료로는 베타차단제, 이뇨제, RAS 시스템 억제제 등이 사용되며, 최근에는 생존율을 높이는 신약들도 도입되고 있다. 그러나 약물에만 의존할 수 없으며, 식단 조절, 체중 관리,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 등도 반드시 병행해야 한다.
예방은 조기 진단과 생활 습관에서 시작
심부전을 예방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초기 심혈관질환 단계에서 위험 요인을 관리하고, 정기적인 검진으로 심장 기능 저하를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다.
심장혈관내과 김범성 교수는 “관상동맥이 좁아지기 시작한 초기 단계에서부터 적극적으로 치료하고 생활습관을 조절하면 심부전으로의 진행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한다. 특히 50세 이상이거나 고혈압·당뇨병 등 기저 질환이 있는 사람이라면 가슴 통증, 호흡곤란, 쉽게 피로해지는 증상에 민감해야 하며, 정기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가 권장된다. 또한 금연, 저염식, 규칙적인 운동은 심부전 예방을 위한 기본 수칙으로 자리 잡고 있다.
만성 질환 시대, 심장을 지키는 습관 필요
심장혈관내과 김범성 교수는 "심부전은 예방과 조기 진단이 가장 효과적인 대응책"이라며 "가벼운 증상이라도 반복되면 반드시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부전은 점진적으로 진행되는 질환으로, 초기 증상이 뚜렷하지 않아 놓치기 쉽다. 하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대응하면 예후가 크게 달라질 수 있어, 평소 증상 변화에 대한 관심과 적절한 관리가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