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원장 양한광)는 한지연 박사(치료내성연구과), 김선신 박사·박찬이 박사(표적치료연구과) 연구팀이 난치성 폐암 환자 유래 암세포를 활용해 유전체 변화와 약물 반응성을 추적 분석하고, 이를 토대로 치료 내성을 극복할 수 있는 환자 맞춤형 치료 전략을 제시했다고 8일 밝혔다.
폐암은 우리나라에서 암 사망 원인 1위를 차지하는 주요 질환이다(2024년 기준). 특히 동아시아를 포함한 우리나라에서는 상피세포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돌연변이 빈도가 높아, 이를 표적으로 한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Tyrosine Kinase Inhibitor)* 치료가 활발히 사용되고 있다.
▲(왼쪽부터) 한지연 박사, 김선신 박사, 박찬이 박사
초기 치료 반응률은 높지만, 대부분의 환자에서 치료 시작 후 1~2년 내 약물 내성이 발생해 새로운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난치성 폐암 환자 34명으로부터 치료 과정 중 폐암의 재발시점마다 채취한 총 73개의 종양 샘플을 확보해, 종양의 유전적 변화를 시간 흐름에 따라 추적 분석했다. 이를 위해 연구진이 운영하고 있는 약물 반응성 예측용 ‘약물 유전체 플랫폼’을 활용했다.
연구진은 EGFR과 TP53* 돌연변이를 중심으로 종양의 진화 유형을 분류하고, 유형별로 치료 저항성 기전과 효과적인 약물 조합이 달라짐을 규명했다. 특히 EGFR 변이가 소실되면서 내성이 발생한 환자군에서는 EMT(상피-중간엽 전이)* 활성화로 기존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에 대한 저항성이 나타남을 확인했다. 이어 단일세포 전사체 분석을 통해 두 가지 저항성 세포 유형을 명확히 구분했으며, 그 중 치료와 무관하게 잔존하는 세포군을 재발 위험 인자로 확인하고, 폐암 전이 및 예후 악화를 예측할 수 있는 바이오마커로 활용 가능함을 제시했다.
연구진의 폐암 환자 세포를 활용한 약물 유전체 플랫폼은 실제 환자의 종양 반응과 높은 유사성을 보여, 향후 이를 기반으로 한 빅데이터 모델을 개발해 맞춤형 치료 전략을 고도화할 계획이다.
이번 연구는 국립암센터 공익적 암 연구사업과 한국연구재단 중견연구자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으며, 세계적 생명과학 저널이자 생화학분자생물학회 공식 학술지인 Experimental & Molecular Medicine(IF 12.9)에 최근 게재되었다.
<용어설명>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Epidermal Growth Factor Receptor) : 세포 표면의 신호 수용 단백질로, EGFR에 돌연변이가 생기면 신호가 없어도 세포가 계속 자라 암 발생을 촉진한다. EGFR 표적 치료제는 이 잘못된 신호를 차단해 암세포 성장을 억제한다.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TKI, Tyrosine Kinase Inhibitor) : 세포 성장과 분열에 관여하는 ‘타이로신 키나아제’라는 단백질이 있다. 일부 암세포에서는 이 단백질이 비정상적으로 작동해, 마치 ‘꺼지지 않는 스위치’처럼 세포가 계속 자란다. 타이로신 키나아제 억제제는 이러한 잘못된 신호를 차단하여 암세포의 성장을 늦추거나 멈추게 하는 표적치료제이다.
TP53 : 암 억제 단백질 ‘p53’을 만드는 유전자로, 손상된 세포를 수리하거나 제거해 암 발생을 막는다. TP53에 변이가 생기면 손상된 세포가 계속 살아남아 암이 커지거나 치료 저항성이 커질 수 있다.
EMT(상피-중간엽 전이, Epithelial-Mesenchymal Transition) : 상피세포(벽돌처럼 단단히 붙어 있는 세포)가 더 느슨하고 이동이 쉬운 중간엽 세포로 변하는 과정이다. 원래는 상처 회복이나 발달 과정에서 필요한 현상이지만, 암세포에서 EMT가 일어나면 전이를 촉진하고 치료제에 대한 저항성을 높인다.